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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17. 2019

호흡으로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

냄새로 암 진단하는 개의 후각 모방

개가 아무리 후각이 발달한 동물이라지만, 냄새만으로 사람이 암에 걸렸음을 확인하는 작업이 가능할까?

     
이 같은 의문을 전 세계 과학자들이 품게 된 이유는 실제로 폐암이나 대장암 등을 냄새로 파악한다는 개들이 등장하고나면서 부터다.

개의 후각을 이용하여 암에 걸렸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 Biobioseminars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지난 2011년에 독일에서는 개의 후각을 이용하여 폐암 환자를 구별하는 실험이 진행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대장암을 판독하는 테스트가 추진된 적이 있다.

     
실험 결과, 폐암 환자를 찾아내는 실험에서는 정확도가 71%로 나타났고, 대장암을 구분하는 테스트에서는 정확도가 무려 9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주목받는 개의 후각을 이용한 암 진단법
   
사람이 암을 진단하는 일에 개를 동원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암 진단법을 완전하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령 전립선암에 대한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가 3ng/㎖(1㎖당 3나노그램)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PSA 수치가 암 진단과 관련해서는 그리 정확치 않다는 점이다. PSA 수치가 3~10ng/㎖인 사람이 실제 전립선암 환자로 밝혀지는 확률은 20~25%에 불과하고, 10ng/㎖을 초과하는 사람도 4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PSA 수치에 대한 확률이 이정도이다보니,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사람 중 3분의 2는 실제 암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에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20%는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의료계에서는 개의 후각을 이용한 암 진단법이 실용화된다면, 의료 역사에 있어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가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표지자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부각되고 있다 ⓒ lifewithdogs.tv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이 있다. 우선은 개가 냄새를 맡는 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단 하나의 냄새인지 아니면 여러 화학 물질이 섞인 것에서 나오는 것인지 등에 대한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개가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암이 만드는 특별한 물질을 지목하고 있다. 

암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대사과정이 변형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냄새를 개가 구별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VOCs이라 하면 환경오염 물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체에서도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체다. 인체 내의 VOCs는 피에 섞여 돌아다니다가 소변이나 날숨을 통해서도 배출된다.
     
현재의 의료 수준으로는 이 VOCs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이지만, 분명한 점도 있다. 바로 VOCs가 ‘암 표지자’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인체 내의 VOCs는 피에 섞여 돌아다니다가 소변이나 날숨을 통해서도 배출된다. ⓒ Pixabay


표지자를 활용한 암 진단 기술의 상용화 추진

   
‘표지자(biomarker)’란 체내에 암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물질을 말한다. 만약 사람이 내쉬는 날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암 표지자를 완벽하게 검출할 수만 있으면, 지금보다도 훨씬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다.
     
대표적 표지자로는 앞에서 언급한 VOCs가 꼽힌다. 다만 표지자를 통한 암 진단은 아직 의료계에서 완전히 인정받은 임상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영국에서는 표지자를 활용한 호흡검사법의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암연구센터와 올스톤병원(Owlstone Medical)이 개발한 ‘호흡생체검사법(BBT, Breath Biopsy technology)’이 바로 상용화를 위한 검사법으로서, 암세포에서 나오는 VOCs를 검출하는 원리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물론 호흡생체검사법이 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진하는 방법은 아니다.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도다. 확진은 아니지만, 검사방법이 단순하고 비용이 저렴해서 앞으로 암 검진 분야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표지자를 활용한 호흡생체검사법의 상용화 테스트가 추진되고 있다 ⓒ Owlstone Medical 


호흡생체검사법은 간편하게 휴대가 가능한 크기의 호흡 검사기를 사용한다. 검사기를 코에 대고 10분 정도 숨을 쉬면 그 안에 있는 카트리지가 내쉬는 날숨 속 물질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흡생체검사법의 임상시험에는 총 335명의 실험자들이 참여했다. 이 중 163명은 위와 식도에 암이 있는 환자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암이 없는 정상 대조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를 검증한 결과, 80% 이상의 정확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올스톤병원의 관계자는 “80% 이상은 상당히 높은 정확도”라고 강조하며 “이로써 호흡 검사를 통한 암 진단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소식이기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료가 쉬운 초기 위암이나 식도암 환자들은 실험자들에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위암이나 식도암 등의 조기 진단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케임브리지대 관계자는 “물론 진행 중인 암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흡생체검사법처럼 초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8%b8%ed%9d%a1%ec%9c%bc%eb%a1%9c-%ec%95%94%ec%97%90-%ea%b1%b8%eb%a0%b8%eb%8a%94%ec%a7%80-%ec%95%8c-%ec%88%98-%ec%9e%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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