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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Dec 19. 2018

우주 선진국 진입 카운트다운

2018 과학기술 뉴스 ④ 한국형 발사체


[편집자 註]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해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을 심층 취재했다.


2018 과학기술 뉴스 ④ 한국형 발사체

지난 11월 28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총길이 25.8m의 우주 발사체가 엄청난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발사 151초 후에 발사체의 추진동력인 75톤급 엔진이 꺼졌으며, 로켓은 최대 고도 209㎞까지 오른 후 나로우주센터에서 남동쪽으로 429㎞ 거리인 제주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그 로켓의 정체는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되고 있는 누리호의 시험발사체였다. ‘누리’란 ‘세상’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로서,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한국형 발사체의 명칭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온 우주를 누비고 미래 발전을 누리길 희망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린 까닭은 한국형 발사체의 근간이 되는 75톤급 액체 엔진의 기능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75톤에 이르는 중형급 로켓 엔진 개발은 누리호 개발의 핵심 기술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시험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장면.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선진국의 경우 보통 지상연소시험만으로 새 엔진의 성능을 확인한다. 그러나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첫 발사체이므로 실제 비행 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 발사가 실시됐다.

국내 첫 우주발사체는 2009년과 2010년의 두 차례 실패를 딛고 2013년 1월 30일 3차 발사에서 성공을 거둔 ‘나로호’다. 하지만 나로호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1단 엔진을 사용해 진정한 한국형 발사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0년 3월부터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목표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의 개발이다. 이번 발사는 75톤급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 발사이며, 누리호의 실제 시험발사는 2021년 2월과 2021년 10월에 각각 이루어질 계획이다.

2021년에 누리호 실제 시험발사 예정

1차 시험발사인 2021년 2월에는 시험(더미) 위성을 발사하며, 2차 시험발사인 2021년 10월에는 실험탑재체를 장착한 우주기술 검증 목적의 소형 과학위성이 발사된다. 두 차례의 시험발사에 성공할 경우 2022년에는 누리호 상단에 시험위성을 탑재해 발사하고, 2023년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2024년에는 차세대 소형위성을 실어 발사하게 된다.

그때 발사될 누리호의 총중량은 약 200t이며, 탑재중량은 중형세단 한 대를 실을 수 있는 1500㎏이 된다. 또한 총길이는 15층 아파트와 비슷한 47.2m이며, 최대직경은 3.5m다. 1단 로켓에는 75톤급 액체엔진 4개가 묶인 추력 300톤급의 엔진이 장착되며,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들어간다.

이번에 발사된 시험발사체는 3단형인 한국형 발사체의 2단에 해당하는 부분을 개발해 시험한 셈이다. 따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75톤 액체엔진 4기를 활용한 1단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2020년 12월에는 이에 대한 시험평가가 실시될 계획이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누리호를 발사하기 위한 제2 발사대를 완공해야 한다. 그밖에도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해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고비가 남아 있다.

나로호(KLSV-I)의 발사 장면(2013년 1월 30일)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는 국가우주개발계획의 독자적 수행과 다양한 우주 임무 수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또한 급증하는 소형위성 발사 수요에 대비할 수 있으며, 엄청난 비용을 주고 외국의 발사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지난 4일 오전 3시 34분(한국 시각)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차세대소형위성 1호’를 발사했다.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 1호는 발사 6시간 31분 뒤 고도 575㎞의 정상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성은 앞으로 약 3개월간 궤도상에서 위성체 및 탑재체의 기능시험 등 초기 운영 과정을 거친 후 내년 2월부터 정상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독자 개발 위성 잇달아 발사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1호는 100㎏급으로, 앞으로 약 2년간 태양 폭발에 따른 우주방사선과 플라스마 상태를 측정하고, 은하 속 별들의 적외선 분광 관측 등 우주과학 연구에 활용될 영상자료를 국내 관련 기관에 제공하게 된다.

또한 국내 대학 및 산업체에서 개발한 3차원 적층형 메모리 등 7개 핵심기술에 대한 성능을 우주환경에서 검증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바로 그 다음날인 5일 오전 5시 37분(한국 시각)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A’호가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아리안-5ECA에 실려 발사됐다. 천리안 2A호가 향하는 곳은 지구 상공 3만6000㎞의 고궤도다.

30여 분 후 로켓에서 분리된 천리안 2A호는 발사 2주 후부터 고도를 높여 한 달 뒤쯤 목표한 궤도에 자리 잡게 된다. 정지궤도 위성은 한 지점을 계속 관찰할 수 있게 일정한 궤도에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위성이다.

한국형 발사체(KLSV-II) 누리호의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동안 우리나라가 발사한 정지궤도 위성은 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지만, 천리안 2A호는 기상 탑재체만 제외하고 위성의 설계부터 운송, 조립, 시험까지 모든 과정이 독자적으로 수행됐다.

한반도 주변 및 우주의 기상을 관측하는 임무를 띤 이 위성은 앞으로 10년간 태풍, 집중호우, 폭설, 안개, 황사 등의 기상정보를 고화질 컬러 영상으로 지상에 전달하게 된다. 이 위성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기상 관측 주기가 기존의 15분에서 2분 간격으로 줄어 급격히 발달하는 국지성 호우 등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주일여 만에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 발사, 차세대소형위성 1호 발사, 천리안 2A호 발사 등이 연속으로 진행된 2018년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 큰 획을 긋는 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

이성규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a%b0%ec%a3%bc-%ec%84%a0%ec%a7%84%ea%b5%ad-%ec%a7%84%ec%9e%85-%ec%b9%b4%ec%9a%b4%ed%8a%b8%eb%8b%a4%ec%9a%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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