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세계은행으로부터 사업 수주
전 세계 산악인들로부터 신성한 성지(聖地)로 불리고 있는 히말라야의 고산지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히말라야를 다녀온 등반대의 설명에 따르면 해발 28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캠핑장에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 안나프루나 지역에 버려진 쓰레기들의 모습 ⓒ 한국환경공단
‘분리수거’나 ‘쓰레기 재활용’이란 개념조차 생소한 곳이다 보니, 이곳을 방문한 등산객들의 쓰레기에 의해 청정 히말라야가 위협을 받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환경오염방지 및 환경개선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이 히말라야의 쓰레기들을 관리할 운영업체로 최근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히말라야
한국환경공단은 세계은행(World Bank)으로부터 최근 수주한 ‘히말라야 산악지역 폐기물 관리정책 개발용역사업’을 지난 14일부터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의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목표로 지난 1945년 설립된 다자간개발은행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함께 3대 국제경제기구로 꼽히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최근 수주한 용역 사업은 히말라야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는 관광객의 쓰레기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 등을 제안하는 정책용역사업이다.
사업 대상지는 네팔의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지역, 그리고 인도의 히마찰 프라데시 지역 및 파키스탄의 카이버 파크툰콰 지역 등 총 3곳이다.
파키스탄 주민들의 폐기물 처리 모습 ⓒ 한국환경공단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지역은 세계 최고봉이라는 상징성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등반대들이 몰려오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인도의 히마찰 프라데시 지역과 파키스탄의 카이버 파크툰콰 지역은 근래 들어 여름철 산악 휴양지로 알려지면서 폐기물이 발생량이 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30여 년 간 수행했던 국가 폐기물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은행에서 진행한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어서 지난해 말에 미국 워싱턴디씨(DC)에 있는 세계은행 본사에서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07년 이집트 유해폐기물 통합관리사업을 시작했다. 이어서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하수관로 건설감리와 콜롬비아의 대기환경모니터링시스템 구축,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식수 위생 개선사업 등 아프리카 및 아시아,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한국환경공단이 히말라야의 쓰레기들을 관리할 운영업체로 최근 선정됐다. ⓒ 위키피디아
세계은행으로부터 최초 수주한 히말라야 환경사업
히말라야 산악지역에 흩어져 있는 폐기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이번 사업은 한국환경공단이 세계은행으로부터 직접 수주한 최초의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2억 8000만 원 규모이고, 사업 기간은 10개월로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올해 9월 말 종료된다.
한국환경공단은 계약체결 후 현지 조사, 현지 협력기관 접촉 등 한 달 간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한국환경공단이 추진할 사업내용은 △산악지대의 폐기물 관리현황 평가 △산악지대 폐기물의 주변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파악 △대상지역의 폐기물 관리를 위한 규정 및 기관의 역할 파악 △산악지대 통합 폐기물관리 정책 및 모델 개발 등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세계은행과 해당 지역에서는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시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폐기물 관리계획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환경공단은 이번 세계은행과의 사업을 계기로 국제 다자간개발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사업수주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주민들이 강물에 폐기물을 버린 모습 ⓒ 한국환경공단
다음은 이번 사업의 실무를 담당한 한국환경공단 글로벌협력처 해외사업팀의 조장환 차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용역을 수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세계은행과 한국환경공단은 우리나라 우수 환경정책의 개도국 전파를 위해 개도국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기와 폐기물 등 공단의 주요 사업에 대한 견학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여 왔다. 세계은행은 그간의 프로그램 운영성과를 기반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네팔 등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폐기물관리 정책 개발 용역을 공단이 단독 입찰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 이번 용역수주의 의의는 무엇이며, 예상 결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본 사업은 세계은행으로부터 공단 최초로 수주한 정책개발 용역사업으로서, 향후 추가적으로 월드뱅크 정책 및 기술용역에 적극 참여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역사업의 결과는 인도와 네팔 등 히말라야 인접국가의 산악지역 폐기물관리를 위한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며, 세계 자연유산인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환경보호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고산지대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의 실태 조사를 위해서는 등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준비가 됐는지와 향후 기대효과에 대해 언급해 달라
험준한 산악지형의 폐기물 관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산악전문기관인 한국대학산악연맹과 폐기물관리 연구전문기관인 서울시립대에서 전문인력이 지원될 예정이다. 특히 세계인이 즐겨 찾는 히말라야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환경공단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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