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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Dec 19. 2018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화학제품 만든다”

구리 촉매로 이산화탄소 변환 원천기술 개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수증기(기여도 36~72%)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여도가 높은 것이 이산화탄소(기여도 9~26%)다.

그런데 만약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온실효과도 줄이고, 자원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대기 중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이를 재생가능한 연료같은 산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산화탄소 재활용 과정은 경제ᆞ환경 면에서 실용성이 크게 떨어졌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싸고,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 랩)와 합동 인공광합성 센터(JACP)는 최근 단일 구리 촉매를 이용한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재활용 방법을 선보였다.

이 연구는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17일자에 발표됐다.

미국 버클리 랩과 합동 인공광합성센터 연구팀은 단일 구리 촉매의 ‘활성화 지점’를 활용, 이산화탄소를 에탄올 같은 연료나 에틸렌 및 프로판올 같은 유용한 화학제품으로 변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 Joel Ager and Yanwei Lum/Berkeley Lab


활성화될 수 있는 곳을 찾아라

연구를 이끈 합동 인공광합성 센터(JACP)의 조엘 에이저(Joel Ager) 박사는 “구리 금속 조각을 만져보면 촉감이 부드러운데 현미경으로 보면 실제는 울퉁불퉁하다”며, “이런 표면 돌출부를 과학자들은 ‘활성화 지점(active sites)’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구리의 활성화 지점은 전기촉매작용의 마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즉 구리 표면의 전자는 이산화탄소 및 물과 상호작용해 이들을 에탄올 연료나 에틸렌, 프로판올 같은 산물로 변환시킨다. 이들은 비닐봉지 생산이나 제약산업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달리 말하면, 구리를 에탄올과 에틸렌, 프로판올 혹은 기타 탄소 기반 화학물질을 제조하기 위한 촉매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최종 화학제품을 제조하려면 중간단계에서 생성되는 불필요한 잔여 화학물질을 분리해 내기 위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했다.

에이저 박사는 “친환경 혹은 지속가능한 화학의 목표는 화학적 합성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비싸고,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 누구라도 원하는 제품을 분리해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비용과 낭비적 요소는 탄소 기반 태양 연료의 경제적 실용가능성을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에이저 박사와 당시 UC버클리 에이저 교수 랩의 박사과정생이었던 얀웨이 룸(Yanwei Lum) 연구원은 태양 연료 프로젝트에서 구리의 촉매적 특성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사 도중 “만약 자연에서의 광합성과 같이 태양전지에서 나오는 전자를 사용해 구리 촉매의 특정 활성화 지점을 구동시키면, 순수한 탄소 기반 연료나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로 다른 배율로 나타낸 산화물 유래(oxide-derived) 구리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 이 다공성 물질 안에 존재하는 ‘활성화 지점’에서 구리 표면의 전자가 일련의 단계를 거쳐 이산화탄소 및 물과 상호작용된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에탄올 연료나 에틸렌 및 프로판 같은 유용한 제품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 Joel Ager and Yanwei Lum/Berkeley Lab


여권 스탬프’ 통해 화학물질의 연원을 추적

이전의 연구들에 따르면 ‘산화된(oxidized)’ 혹은 녹이 슨 구리는 에탄올과 에틸렌, 프로판을 만들 수 있는 탁월한 촉매로 밝혀져 있다.

연구팀은 만약 구리의 활성화 지점에서 “마치 방문한 나라의 스탬프가 찍혀 있는 여권과 같이” 탄소 동위원소를 통해 화학물질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에이저 박사는 “실제로 이를 실험하는 것은 미친 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하고, “그러나 우리가 동위원소를 가지고 수행한 이전 연구에서 새로운 반응 경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 뒤 몇 달 동안 룸 연구원과 에이저 박사는 ‘여권의 스탬프’로서 탄소 동위원소인 탄소-12와 탄소-13을 사용해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이산화탄소는 탄소-12 표지를 붙였고, 탄소 대 탄소 결합 형성의 핵심 매개체인 일산화탄소는 탄소-13으로 분류했다.

방법론에 따라 연구팀은 제품에서 발견된 탄소-13 대 탄소-12의 비율이 어떤 활성화 지점에서 화학제품이 생성됐는지를 결정한다고 추론했다.

룸 연구원이 수십 번의 실험을 수행하고 JCAP의 첨단 질량분석법과 핵자기공명(NMR) 분광분석법을 사용해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세 가지 산물인 에틸렌과 에탄올, 프로판올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 표시를 가지고 있고, 이는 촉매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산출됐음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룸 연구원은 “이 발견은 향후 이들의 서로 다른 지점을 확인해 분리할 수 있는 연구 촉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들 제품의 특이적 지점을 단일 촉매에 넣으면 언젠가는 매우 효율적이며 선택적으로 화학제품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클리 랩과 합동 인공광합성센터 연구원인 얀웨이 룸(왼쪽)과 조엘 에이저 박사(오른쪽). 이들은 구리 촉매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지속가능한 화학물질과 낭비 부산물이 없는 연료로 변환시킴으로써 오늘날의 화학 제조법에 대한 환경친화적 대안을 제시했다. ⓒ Marilyn Chung/Berkeley Lab


친환경 화학제품 제조를 향해

에이저 박사가 ‘환경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을 결합한 간단한 화학(straightforward chemistry with an environmental and economic twist)’이라고 묘사한 이 새로운 방법론은 연구팀이 희망하는 환경친화적(green) 화학 제조의 새 여명을 알리는 시작이다.

이 기술을 통해 태양 전지의 전자를 구리 촉매 안에 있는 특정 활성화 지점에 공급하면 에탄올 연료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

에이저 박사는 “언젠가는 이 기술을 이용한 정유소 같은 것이 생겨, 단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로부터 유용한 화학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3%b5%ea%b8%b0-%ec%a4%91-%ec%9d%b4%ec%82%b0%ed%99%94%ed%83%84%ec%86%8c%eb%a1%9c-%ed%99%94%ed%95%99%ec%a0%9c%ed%92%88-%eb%a7%8c%eb%93%a0%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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