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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12. 2019

장내 박테리아 2000종 발견

컴퓨터 분석법으로 종의 진화와 역할 확인

우리 위장관은 인체 미생물군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위장이나 소장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나, 대장에는 장 내용물 1그램당 무려 1조개의 세포가 존재할 만큼 밀도 높은 미생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마른 분변의 60% 정도는 박테리아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사람은 태어난 지 1~2년 안에 장내 미생물군(gut flora)이 형성된다. 장내 상피와 이 상피에서 분비되는 점액 장벽이 미생물군과 함께 발전하며 유해 미생물의 침입을 막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드는 것.
     
인체의 위장관에 서식하는 장내 미생물군은 해로운 병원균을 직접 억제할 뿐만 아니라 면역계와 대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피도박테리아나 락토바실러스 같은 장내 유익균(probiotics)은 비록 소규모 연구에서지만 특정 중추신경계 질환에도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연구 결과에 힘입어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장내 미생물을 의료와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와 산하 유럽생물학정보연구소 및 웰컴 생거 연구소 과학자들은 컴퓨터 분석법을 사용해 2000종의 새 장내 박테리아를 확인했다. ⓒ Spencer Phillips/EMBL-EBI 


전세계인 대상 분석

   
최근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산하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BI)와 웰컴 생거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 연구팀은 인체의 장에 서식하고 있는 약 2000종의 박테리아종을 새로 발견했다. 이 종들은 아직 실험실에서 배양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장내에 300~1000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고, 전체 박테리아의 99%는 30~40종의 박테리아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전세계인들의 샘플을 분석하기 위해 광범위한 컴퓨터 분석법을 사용한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1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북미와 유럽인들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합적인 장내 미생물군 목록을 만드는데 근접했으나, 세계 다른 지역의 자료들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저자들은 인체 장의 종합적인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남미와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다.
     
박테리아 재구성
   
장내 미생물군의 일부를 이루는 몇몇 미생물종들이 오랫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서식하는 숫자가 적거나 장 밖에서 생존이 어려운 것과 같은 여러 이유가 있다.

인체 장에서 많이 발견되는 박테리아종의 하나인 대장균(E.coli) 현미경 사진. ⓒ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연구팀은 컴퓨터 분석법을 사용해 이 박테리아들의 게놈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EMBL-EBI의 로브 핀(Rob Finn) 그룹장은 “컴퓨터 분석법은 우리가 연구실에서 아직 배양할 수 없는 박테리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유전체학을 이용해 박테리아 게놈을 재구성하는 것은 마치 최종 이미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 채 수백개의 퍼즐 조각을 뒤섞은 뒤 문제를 더 어렵게 하기 위해 거기에서 조각 몇 개를 완전히 제거한 뒤 짜맞추는 것과 같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연구팀은 이제 인체 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실 작업을 보완하거나 가이드가 가능한 다양한 컴퓨터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장내 미생물군의 지리적 다양성  
   
이번 연구는 장 박테리아 구성이 전세계 지역마다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런 다양성을 연구에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다.

청소 공생관계에서 클론 피시는 바다 아네모네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고, 클론 피시의 배설물은 바다 아네모네의 영양분이 된다. 또 바다 아네모네의 침은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클론 피시를 보호해 준다.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군과 인체의 관계가 단순한 공생관계를 넘어 상부상조적인 관계라고 보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 Jan Derk 


핀 박사는 “우리는 유럽과 북미인들의 자료에서 수많은 동일한 박테리아종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를 위해 접근했던 몇몇 남미와 아프리카 데이터세트는 유럽과 북미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중요한 다양성을 보여주었다는 것.
     
이것은 인체 장의 종합적인 구성을 제대로 밝히려면 샘플을 불충분하게 얻은 인구군으로부터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인체 장의 종합적인 구성을 제대로 밝히려면 다양한 인구군으로부터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 Pixabay


인체 장의 청사진

   
EMBL-EBI 와 웰컴 생거 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인 알렉산더 알메이다(Alexandre Almeida) 박사는 “컴퓨터 분석방법을 통해 우리는 인체 장에 서식하는 많은 박테리아종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진화했고, 미생물 군집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포괄적인 위장관 박테리아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박테리아종들을 식별해 냈다고 밝혔다.
     
알메이다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분석방법은 쉽게 재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데이터세트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레버 롤리(Trevor Lawley) 웰컴 생거 연구소 그룹장은 “이 같은 연구는 이른바 인체 장의 청사진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이 청사진을 통해 인체 건강과 질병을 더욱 잘 이해하고 위장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서 안내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e%a5%eb%82%b4-%eb%b0%95%ed%85%8c%eb%a6%ac%ec%95%84-2000%ec%a2%85-%eb%b0%9c%ea%b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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