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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7. 2019

집 밥 책임지는 셰프 로봇

로봇이 요리해주는 시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1인 가구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2000년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15.5%로 31.1%를 기록한 4인 가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어 28.6%를 기록했다. 이는 17.7%를 기록한 4인 가구를 많이 앞지른 상황이다.

     
1인 가구가 중심이 됨에 따라 삶의 방식도 많이 변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의식주 (衣食住) 중에서 ‘식 (食)’에 해당하는 부분의 큰 변화를 보인다. 1인 가구에는 옷 입는 것과 주거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먹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결혼 전 자취 생활을 오래 해봤는데, 집에 머물 때 먹는 문제가 가장 귀찮은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편의점 도시락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5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증가하는 이유는, 편의점 도시락이 저렴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에 좋은 편은 아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도시락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 Wikipedia


그래서 집 밥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하기가 귀찮다. 집 밥 요리를 대신해 줄 로봇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이러한 바람이 실제로 이뤄질 전망이다. 요리를 해주는 ‘셰프 로봇 (Chief Robot)’이 가까운 미래에 도입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가정용 셰프 로봇의 등장
   
음식 요리 과정은 공장의 제조 과정과 유사하다. 제조 과정에 방법만을 투입하면 일련의 작업이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공장처럼, 요리 또한 요리 방법만 있으면 반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요리책에 있는 방법을 보고 그대로 따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요리책의 요리 방법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요리의 음식 썰기, 조리 등의 작업을 요리 방법대로 로봇이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요리 또한 공장처럼 로봇에 맡겨 자동화할 수 있다. 전문 주방장을 둔 가정이 부럽지 않게 된다.
     
이러한 셰프 로봇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개발이 이미 돼 있는 상태이다. 확산만 되면 된다.

2015년 몰리 (Moley)라는 회사가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 (CES)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가정용 셰프 로봇을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로봇 전문가인 마크 올리니크 (Mark Oleynik)는 2014년 1월에 셰프 로봇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2월에 특허 출원을 한 후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2017년에는 완성된 모습의 셰프 로봇을 선보였고, 2018년부터는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참고로 몰리는 로봇 전문 회사 ‘쉐도우 로봇 회사 (Shadow Robot Company)’의 로봇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몰리는 주방대에 로봇 손을 설치해서 자동으로 요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사용자가 메뉴판에서 만들고자 하는 요리를 선택만 하면 된다. 이후 셰프 로봇이 알아서 요리해준다. 아울러 설거지까지도 자동으로 해준다.
     
요리 등록도 가능하다. 몰리는 영상 인식 기술을 적용해 사람의 요리 모습을 인지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사람의 요리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다른 사용자와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른 사용자가 등록한 요리 방법을 시스템에 업데이트해서 몰리 로봇에게 요리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쉐도우 로봇 회사의 로봇 손 ⓒ wikipedia


삼성전자 또한 셰프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18일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주방·욕실 전시회 (KBIS)’ 개막전에 앙코르 호텔에 120평 규모의 별도 전시관을 마련해 ‘삼성테트콜리 쇼케이스’를 공개했다.

     
그중 삼성전자는 셰프 로봇인 ‘삼성봇 셰프’를 선보였다. 그러나 몰리와 달리 해당 셰프 로봇은 주방 업무 보조에 적합하도록 개발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사는 로봇 손에 여러 주방 도구를 장착하게 하여 식자재 칼질, 양념 젓기 등의 업무를 맡길 수 있다. 또한 요리 방법을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삼성봇 셰프의 모습 ⓒ 삼성전자


음식점에도 들어선 셰프 로봇

   
셰프 로봇은 가정뿐만 아니라 음식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가정보다 음식점에 먼저 셰프 로봇이 적용돼 있다.
     
스파이스 (Spyce)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7가지 종류의 볶음밥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보통 음식점과 달라 보일 것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요리를 로봇이 한다는 점이다. 로봇이 요리하면, 직원이 이를 손님에게 제공한다.
     
스파이스는 2015년 미국 MIT 대학교 출신의 4명 학생이 창업해서 만든 식당이다. 만든 취지는 비싼 음식값 때문이다. 당시 10달러의 음식값이 부담됐던 4명의 학생은 저렴하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로봇을 생각하게 됐고, 2년에 걸쳐서 이를 만들었다.
     
로봇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주문을 받으면 로봇 용기에 음식이 담기고, 이를 볶기 시작한다. 인건비 비중이 다른 음식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음식값은 저렴한 편이다. 기본 메뉴를 주문하면 7.5달러만 지급하면 된다.


스파이스의 주방 모습 ⓒ Flickr


미국 동부에는 스파이스가 있다면 서부에는 줌 피자 (Zume Pizza)가 있다. 줌 피자는 주방에 로봇을 도입해 피자 도우를 굽는 것을 돕게 했다. 피자를 굽는 오븐 온도는 700도가 넘기 때문에 위험하다. 따라서 이를 로봇이 대신하게 한 것이다. 작업 속도 또한 빠르다. 1시간에 피자 372판을 구울 수 있다.

     
줌 피자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AI)을 도입해 날씨, 스포츠 경기 일정 등 외부 요인을 분석해 피자 판매량을 예측하게 했다. 또한 줌 피자는 트럭에서 피자를 굽도록 설계했는데, 이는 배달 도착 시각에 맞춰서 피자가 완전히 굽히게 하기 위함이다. 주문자는 바로 굽혀진 맛있는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중국에도 음식점의 셰프 로봇 도입에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징둥닷컴과 알리바바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작년 6월 중국 상하이에 무인 식당을 개점했다. 손님이 고른 식자재를 맡기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냉동고에 보관한다. 그리고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로봇은 자동으로 조리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전달한다.
     
징둥닷컴 또한 작년 11월 톈진시에 무인 식당을 개점했다. 특징은 조리부터 서빙까지 로봇이 하는 것이다. 손님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코드를 찍어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면, 주방의 로봇이 조리하고 로봇이 서빙한다.
     
이처럼 가정, 음식점은 막론하고, 셰프 로봇이 주방에 도입됨에 따라 사람들은 그만큼 편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음식은 ‘손맛 (정성)’이라고 했다. 로봇이 만든 음식에서는 인간미에 해당하는 이러한 맛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자리에 대한 위협도 있다. 음식점의 요리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는 힘들다. 현재 셰프 로봇은 주방 보조용의 역할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방 업무를 낮춰주는 편리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셰프 로봇이 좀 더 발전된다면 요리사를 대체할 만한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7%91-%eb%b0%a5-%ec%b1%85%ec%9e%84%ec%a7%80%eb%8a%94-%ec%85%b0%ed%94%84-%eb%a1%9c%eb%b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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