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체온 측정해 실시간 전달…면역력 향상에 도움
제32회 도쿄올림픽 개최가 1년 4개월여 앞으로 가까워지면서 각국 선수단은 대회가 열리는 국가의 기후나 고도 등을 고려하여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짜내고 있다.
검토 방안이라 해봤자 선수들의 입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고, 수면 시간을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독특한 지원방안이 공개되어 관심을 끌고는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최근 공개한 ‘경구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꼽을 수 있다. 오는 2020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대회 기간 중 ‘먹는 스마트 알약’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단의 건강을 관리하는 자문 위원이자 스포츠 과학자인 ‘트렌트 스털링베르프(Trent Stellingwerff)’ 박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7∼8월 사이의 기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전망하며 “선수들에게 삼키는 스마트 알약을 제공하여 수시로 ‘심부체온’ 관련 데이터를 얻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부체온이 올라가면 면역력 높아지고 컨디션 향상
심부체온이 선수들의 컨디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캐나다 선수단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까지 먹이면서 데이터를 얻으려 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심부체온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심부체온(core body temperature)’이란 심장이나 위장 같은 신체 내 장기의 온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체온을 측정할 때는 혀나 손가락 같은 신체의 말단 부위를 재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부위의 온도와 체내 장기의 온도는 다르다.
흔히 사람의 정상 체온을 36.5℃라 말한다. 하지만 36.5℃는 말단 부위의 온도일 뿐, 심부체온은 37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심부체온과 말단 부위 체온이 항상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질병에 걸리게 되면, 심부체온이 낮더라도 표피 체온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
심부체온이 중요한 이유는 심부체온이 낮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고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심부체온이 낮을 경우 적혈구가 산소를 원활하게 분리하지 못해서 인체는 ‘저산소’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저산소 상태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컨디션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심부체온이 올라가게 되면 기초 대사량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좋아지게 된다. 또한 저산소 상태가 해결되어 면역력이 강화되고, 컨디션이 향상된다.
심부체온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의 대표적 사례로는 암(癌)을 꼽을 수 있다. 심부체온이 낮은 것은 암의 발생 원인 중 하나이고, 일단 암이 발병하게 되면 심부체온은 더 낮아지게 된다. 암 환자의 심부체온은 36도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체온 변화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알약
캐나다 선수단이 계획하고 있는 경구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프랑스 기업인 바디캡(BodyCap)社가 만든 알약이다. ‘e-셀시우스(e-Celsius)’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 알약은 심부체온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약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e-셀시우스의 내부는 각종 센서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먹어도 소화는 되지 않는다. 몸속을 16시간 동안 이동하며 심부체온을 측정하다가 체외로 자동 배출되도록 설계되었다.
e-셀시우스에는 블루투스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다. 따라서 몸속을 이동하는 동안이라도 외부 수신기와 연동하여 심부체온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바디캡 관계자는 “만약 심부체온의 수치가 일정 수준에서 넘어서게 되면 알람이 울리게 된다”라고 안내하며 “알람이 울리게 되면 선수는 운동 조건을 바꾸거나, 과도하게 운동하는 것을 피하게 되므로 심부체온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 선수단은 e-셀시우스 외에도 선수들의 땀을 분석하여 폭염에 대처하는 방안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 스탠포드대와 UC버클리대의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이 분석 시스템은 나트륨과 포도당, 그리고 단백질 같은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땀을 분석할 수 있다.
땀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하면 선수들의 운동량과 근육 피로도 등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대사물질 중 하나가 땀인 만큼, 근육 피로도 외에 체내 수분까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마트 알약은 선수들의 컨디션 외에도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약을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보니 약을 제때 먹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먹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먹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 알약은 약 복용 여부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므로 의사는 환자가 약을 제때 복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먹었다고 착각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마트 알약이 등장하면서 그런 문제는 사라지게 되었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임무를 마치게 되면 체내에서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e-셀시우스의 경우는 소화가 안 되고 외부로 배출되지만,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의 웨어러블 센서는 구리와 마그네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인체에 무해하고, 위액에 접촉하면 녹아 분해되도록 설계되었다.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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