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찬반 논쟁 '팽팽'…변수 많아 결론에 어려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알러지(allergy)의 매개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반려견이 오히려 알러지를 예방한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의료분야 전문 매체인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는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달리 영유아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경우, 알러지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스웨덴의 과학자들이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아래)
“반려동물이 알러지의 원인이라는 통념 깨져”
반려동물과 관련된 그동안의 상식은 ‘심리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이지만,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알러지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미국의 천식 및 알러지 협회(AAFA)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천식이나 다른 종류의 알러지를 가진 이들은 개나 고양이에게 알러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AFA의 관계자는 “알러지를 지닌 사람의 30% 정도가 반려동물에게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라고 설명하며 “어떤 사람들의 경우는 개나 고양이가 근처에만 있어도 피부발진이나 콧물, 또는 재채기 같은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영유아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경우, 알러지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 akc.org
이 같은 현상은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천대 길병원과 서울대 보라매병원의 공동 연구진은 반려동물의 감염병 유병률을 조사하기 위해 537명의 반려동물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알러지 경험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25%와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의 35%는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가려움증 같은 알러지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반려동물과 접촉하여 알러지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비염이나 결막염, 또는 두드러기 같은 피부염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상별로 보면 재채기와 콧물 등 비염관련 증상이 반려동물로 인한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약 74~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했다. 또한 눈 부위의 가려움증이나 결막염 등 눈과 관련된 증상이 65~73%로 뒤를 이었다.
논쟁 중인 반려동물의 알러지 매개체 여부
‘반려동물이 알러지 증상의 원인’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과학자들은 스웨덴 예테보리대(University of Gothenburg) 소속의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은 반박의 근거로 영아기 및 유아기의 반려동물 노출과 천식 및 알러지 비염, 그리고 피부 질환을 포함한 알러지 질환의 유병률을 조사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비염은 반려동물에 의한 알러지 중에서도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 AAFA
첫 번째로 제시한 데이터는 7~8세 나이의 스웨덴 어린이 1029명을 대상으로 알러지 질환 유병율과 영아기 반려동물 노출 과거력을 조사한 분석결과였다.
여기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경우 유병률은 49%에 달했으나, 반려동물을 한 마리 이상 키우는 경우는 43%, 3마리 이상 키운 경우는 24%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두 번째로 제시한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49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한 마리도 키우지 않은 경우 알러지 질환의 유병률은 48%였지만, 한 마리라도 키운 경우는 35%, 여러 마리 키운 경우는 2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예테보리대의 관계자는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 알러지 질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AAFA의 조사 결과나 예테보리대의 연구결과에서 보듯,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알러지를 일으키는 가능성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인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털은 알러지를 일으키는 대표적 인자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위험 인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오히려 다양한 항원에 일찍부터 노출되면, 성장하면서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예테보리대 관계자는 소위 선진국들의 알러지 질환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생활환경이 깨끗해져서 기생충을 포함한 감염병 유병률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알러지 질환은 증가하는 현상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려동물이 알러지 유발의 매개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학자들은 “항원에 대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 반려동물에 의해 알러지가 생기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알러지를 일으키는 지의 여부는 아직 논쟁 중에 있다. ⓒ gpb.org
그렇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과연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해로운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존재만으로 사람의 건강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가 전체 인구가 아닌 특정 집단이나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상대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의 관계자는 “사람의 건강이란 반려동물 이외에도 연령, 지역, 소득 등 굉장히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으며, 이런 요인들 자체가 서로 얽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를 분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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