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박테리아와 생물학적 연령 상관관계 밝혀내
우리 몸 소화 기관에는 수십억 마리의 장 박테리아(gut bacteria)가 살고 있다.
이 박테리아들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부터 면역 기능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불리는 이 미생물군유전체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을 동원한 첨단 연구방식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착한 장내세균 보유
12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의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 명의 장 박테리아를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들 미생물 군이 매우 정교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기능을 분석할 경우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물학적 연령(biological age) 추정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을 통해 장 박테리아가 생체시계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기능을 분석할 경우 사람들의 생물학적 연령을 측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coursesandconferences.wellcomegenomecampus.org
‘인실리코 메디슨’에서는 현재 이 분석 방식을 실용화해 의료기관을 비롯, 일반 대중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장 박테리아는 소화기관에 살고 있는 복잡한 구조의 미생물 집단을 말한다.
사람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 군집체 중 가장 많은 수의 박테리아와 가장 많은 수의 종을 가지고 있어 인체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알렉스 자보론코브(Alex Zhavoronkov) 박사에 따르면 이전의 장 박테리아 연구는 다이어트와 관련된 건강 상태, 또는 특정한 유전자와 관련된 질병 등 부분적인 연구에 국한돼왔다.
자브론코브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인실리코 메디슨’ 연구팀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장 박테리아 표본을 분석해 생체시계와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 또한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
자브론코브 박사 연구팀은 장 박테리아 표본을 분석해 생체시계와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 또한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해내는데 성공했다. ⓒ Pixabay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논문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bioRxiv’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uman microbiome aging clocks based on deep learning and tandem of permutation feature importance and accumulated local effects’이다.
인실리코 메디슨, 장 박테리아 플랫폼 구축
인체 내부에는 일종의 시계 같은 것이 있어서 시간의 따른 인체의 생체리듬을 주관하는데, 이를 생체시계라 한다. 낮과 밤의 시간 변화에 따라 수면 패턴이 달라지고, 체온이 조절되며, 혈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등을 말한다.
장 박테리아가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고 본 연구팀은 시간에 따라 장 박테리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세계 전역에 거주하는 1165명의 사람들로부터 3600여 표본(sample)을 추출했다.
그리고 표본 분석을 통해 장내 박테리아의 유형 중 3분의 1은 20~39세 나이에, 3분의 1은 40~59세 나이에, 마지막 3분의 1은 60~90세 나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장 박테리아의 유형이 나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실을 접한 연구팀은 인공지능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투입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장 박테리아의 특징이 무엇인지 정밀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90%의 장 박테리아 표본이 95개의 다른 종(種)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39종은 나이를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종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투입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장 박테리아의 특징이 무엇인지 정밀 분석을 시도했다. ⓒ Pixabay
연구팀은 나머지 10%에 대해서도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들을 분석해 3.94년의 오차 범위 안에서 실제 나이 추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브론코브 박사는 3.94년의 오차가 인공지능의 교차검증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자보론코브 박사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일부 장 박테리아가 특정 연령의 사람에게 많이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장내 신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박테리움 할리(Eubacterium hallii)’,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령에 따라 그 수에 큰 차이가 있었다.
자보론코브 박사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일부 장 박테리아가 특정 연령의 사람에게 많이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 Pixabay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든지 잠자는 습관, 그리고 육체적인 활동량 등도 장 박테리아 종(種) 분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보론코브 박사는 “장 박테리아 활동량을 분석해 생체 리듬을 측정할 수 있으며, 나이와의 연관관계를 추정해나가면서 개인별 건강상태를 추정할 수 있어 개인 간 건강상태를 비교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생체시계를 측정하고, 또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명공학 기업인 ‘인실리코 메디슨’을 통해 개인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장 박테리아 상황을 모델화해 세계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강 연령 해석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을 통해 제시되는 데이터는 95종의 장 박테리아 관련 데이터를 통해 구축된 최초의 생체지표(biomarker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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