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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Jan 14. 2019

역대 쓰나미 최고 높이는?

원래 의미보다 훨씬 센 쓰나미 위력

유럽의 저인망 어선들은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북해에서 이상한 유물을 자주 건져올리곤 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마지막 빙하기 때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땅이었다. 즉,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당시 한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대문명이 번성했던 이곳에는 ‘도거랜드(Doggerland)’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전설의 파라다이스인 ‘아틀란티스’의 후보지로도 거론됐다. 도거랜드는 기원전 1만8000년 무렵부터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아틀란티스의 후보지로 거론된 도거랜드가 약 8000년 전에 일어난 대형 쓰나미에 의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 Pixabay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부터 덴마크와 채널제도에까지 걸친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을 완전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힌 것은 약 8000년 전에 일어난 대형 쓰나미였다고 영국 연구진은 밝혔다.


쓰나미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611년 일본의 ‘준부기(駿府記)’라는 문헌이다. 이 책은 당시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이 지은 것인데, 쓰나미에 의해 5000명이나 죽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쓰나미(tsunami)는 그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津波’라는 단어의 일본어 발음이다. 즉, ‘나루의 물결’이라는 의미로서,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루터에는 큰 피해를 주는 파도라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쓰나미의 위력은 원래 의미인 ‘나루의 물결’ 정도가 아닐 만큼 엄청나다. 사진은 최대의 사상자를 낸 2004년 인도양 쓰나미의 모습. ⓒ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이 말이 국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46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알래스카 근처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약 8m 높이의 해일이 하와이를 덮쳐 165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현지 일본계 신문에 쓰나미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로부터 2년 후 하와이에 개설된 지진해일 경보센터 명칭에 쓰나미가 사용됐으며, 1968년에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해양학자가 쓰나미를 학술용어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다 2004년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인도양 쓰나미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급격히 확산됐다.
     
6500만년 전 공룡 멸종시킨 쓰나미 높이는 1.5
   
쓰나미의 위력은 원래 의미인 ‘나루의 물결’ 정도가 아닐 만큼 엄청나다. 아프리카 서쪽의 대서양에 있는 산티아고섬의 해발 600m 고원에는 770t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 결과, 그 바위는 약 7만3000년 전에 해안가의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처럼 큰 바위를 높은 곳까지 옮긴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바위를 옮긴 범인으로 약 54㎞ 떨어진 곳에 있는 화산섬인 포고섬을 지목했다.
     
당시 포고섬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 여파로 무려 243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산티아고섬을 덮여 바위를 단번에 고원지대로 옮겼다는 것이다.
     
20여 만명의 사망자와 160여 만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때 최대 100m까지 물결이 치솟았고 해변에 도달한 최대 파도 높이가 약 20m였다니 산티아고섬을 덮친 쓰나미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산티아고섬의 쓰나미보다 훨씬 더 큰 쓰나미도 있었다. 바로 6500만 년 전에 공룡을 멸종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을 때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발생한 쓰나미의 높이는 무려 1.5km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최신 시뮬레이션 기술로 당시 얼마만한 크기의 쓰나미가 발생했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충돌 시 최초로 발생한 쓰나미의 높이는 무려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쓰나미는 시속 143㎞의 속도로 이동해 멕시코만의 해안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해양에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심지어 충돌 지점으로부터 6000㎞ 떨어진 곳의 바닷속 퇴적물까지 휘저었을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때 발생한 쓰나미의 규모가 2004년 인도양 쓰나미의 2600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쓰나미 피해를 키우는 인간의 욕심
   
인도양 쓰나미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가 근래 들어 또 다시 쓰나미의 피해를 연이어 당했다.

 지난해 9월 약 6m 높이의 쓰나미가 술라웨시 지역을 덮쳐 35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데 이어 12월에는 순다해협에서 최고 3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해 최소 400명이 사망한 것.
     
발생한 쓰나미의 규모에 비해 이들 지역의 피해가 더욱 컸던 데는 이유가 있다. 2004년 쓰나미 이후 인도양에도 쓰나미 탐지 및 경보 시스템이 대폭 강화되었지만, 두 지역 모두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술라웨시의 경우 해안에서 가까운 육지에서 지진이 발생해 일어난 쓰나미여서 기존 탐지 시스템의 한계를 잘 보여줬다. 강화된 쓰나미 탐지 시스템은 대부분 심해에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지역의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원인이 알려졌다. 

술라웨시 지역에서 쓰나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던 맹그로브 숲이 파괴된 대표적인 곳이다. 열대 및 아열대 해안에서 생장하는 맹그로브 나무는 뿌리와 가지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엉켜서 쓰나미의 위력을 감소시킨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맹그로브 숲의 파괴는 쓰나미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 Pixabay


하지만 새우를 양식하기 위해 이곳의 맹그로브 숲은 없어졌다. 맹그로브 숲은 천연 영양분이 많아 새우를 양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새우 양식업자들은 맹그로브 숲을 없앤 곳에 새우를 키우다 그곳이 오염되면 또 다른 맹그로브 숲을 없애는 식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없어진 전 세계의 맹그로브 숲이 지난 60여 년간 약 5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순다해협의 해안가를 덮친 쓰나미는 약 1m 높이로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까닭은 관광지를 해변에 너무 가까이 조성한 데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그 무력함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성규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7%ad%eb%8c%80-%ec%93%b0%eb%82%98%eb%af%b8-%ec%b5%9c%ea%b3%a0-%eb%86%92%ec%9d%b4%eb%8a%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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