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연구로 위대한 성과 남긴, ‘헨리 캐번디시’
수소를 발견한 괴짜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1731~1810년)의 삶
나 홀로 연구로 위대한 성과 남긴, ‘헨리 캐번디시’
공기 관련 실험 도구들 by. https://wellcomeimages.org CC-BY-4.0(Wikimedia commons)
과학이라는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반인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칭송받던 과학자가 오늘날 우리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수소를 발견한 괴짜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1731~1810년)의 삶이 그렇습니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그는 영국의 귀족 찰스 캐번디시의 장남으로 프랑스의 관광지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어머니가 니스에서 요양을 하던 중 그를 낳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캐번디시가2살 때 어머니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궁중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과학실험에 친숙해집니다.
별장을 과학실험장으로 꾸민 캐번디시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캐번디시의 그림 by. https://wellcomeimages.org CC-BY-4.0(Wikimedia commons)캐번디시는 17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해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며 5년을 다녔지만 학위를 받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아마도 우아한 귀족 출신이어서 학위에 연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연구공간을 만들어 과학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런던에 별장을 지어 응접실을 실험실로, 거실은 도서관으로, 2층은 천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의 별장은 과학연구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기구가 갖춰진 곳이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집에 가서 식사하고 잠을 자는것을 제외하면 별장에 왔다 갔다 하면서 과학 책을 읽거나 과학실험을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먼 삼촌으로부터 예기치 않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아‘모든 학식 있는 사람중 가장 부자이며, 모든 부자들중 가장 학식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학연구 이외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옷 한 벌로 몇 년을 버티다가 닳아서 더 이상 입지 못하게 되면 똑같은 모양의 옷을 사서 또 몇 년을 입었습니다. 식사 습관도 변하지 않아서 거의 양고기만 먹고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하녀를 모집합니다. 다른 조건은 없으나 주인과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됩니다.” 이 특이한 구인광고는 캐번디시가 내놓은 구인광고입니다. 매우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특히 여성기피증이 심했습니다. 아플 때를 빼고는 남자 하인과 하루 두 세 번의 말을 건넬 뿐이었습니다. 여자 하인은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으며, 식사로 무엇을 먹겠다는 메모를 적어 책상 위에 올려놓을 정도였습니다. 우연히 집안에서 마주치게된 여자 하인은 곧바로 해고 되었습니다.
호기심을 풀기 위한 실험 끝에 수소 발견
가스를 추출하는 캐번디시의 실험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캐번디시의 초기 연구는 주로 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765년 그는 수은의 비열, 물과 얼음의 잠열, 산과 알카리의 중화열에 대해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또 그는 열을 물체 입자의 운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상호전환에 관한 연구도 이어갔습니다.
그 뒤 캐번디시의 연구는 공기에 관한 것으로 넘어갑니다. 그는 어떤 과학자가 철에다 황산을 부었더니 이상한기체가 발생했고, 그 기체에 불을 붙였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 과학자가 탄광의 광부들이 ‘불타는증기’라는 기체를 모아 불을 붙였더니 파란 불꽃을 내며 타 들어갔다는기록도 읽게 됩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캐번디시는 ‘불타는 증기’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철이나 아연 같은 금속에 염산과 황산을 붙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1766년 그는 유리병에 아연과 묽은 황산을 넣고 발생하는 기체의 거품을 막기 위해유리관을 꼽은 후 그 위에 실린더를 설치했습니다. 그 실린더의 끝에는 기체에서 발생하는 습기를 흡수할 수 있도록 탄산칼륨을 넣었습니다.
이 실험으로 캐번디시는 가장 가벼우면서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지닌‘가연성 공기(inflammable air)’를 발견했는데, 오늘날의 수소 가스였습니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수소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뿐, 그밖에 수소의 특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쿨롱의 법칙, 옴의 법칙도 훨씬 먼저 발견한 캐번디시
1785년 간행된 캐번디시의 공기 관련 실험 결과 by. https://wellcomeimages.org CC-BY-4.0(Wikimedia commons)캐번디시는 수소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곧장 비중을 알아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발생하는 수소의 무게를 측정하고 이론적으로 발생돼야 할 수소의 부피를 계산한 뒤 부피를 무게로 나눠 비중을 탐구했습니다. 수십번의 반복된 실험 결과, 수소의 비중은 물의 1/8,760이며, 공기의 1/12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수소와 보통 공기의 결합 비율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해 그 비율이3 : 7이라는 점도 밝혀냈습니다. 수소와 보통 공기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혼합될 때 가장 큰 폭발을 일으키며, 그 소리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도 측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캐번디시는 수소와 산소에 전기 불꽃을 가하면 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물이 한종류의 원자만으로 이뤄진 ‘원소’로 알고 있던 당시의 상식을 뒤엎고, 물이 화합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사실 수소를 다루는 실험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수소에 불을 붙이면 큰 폭발을 내기때문에 취급할 때 주의해야 하는 가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캐번디시의 실험결과는 오늘날 정밀한 실험을 통해 도출된 측정값과 거의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과학자는 캐번디시가 수행한 실험의 정확도는 100년이 지나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는 실험이 성공해도 논문을 써서 발표하지 않고 보관하기 일쑤였습니다. 때로는 출판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른 논문에서 인용해 동료과학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습니다. 연구 성과의 4분의 3이 그의 사후에 발견됐습니다. 캐번디시는 쿨롱의 법칙과 옴의 법칙도 훨씬 먼저 발견했지만, 그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명성을 얻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참고문헌
송성수, 2010, 실험에만 몰두한 괴짜 과학자, 헨리캐번디시, 《화학인의 교양》, 2010년 4월호, 38~40pp.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201N043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109N029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409335&cid=60335&categoryId=603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