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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Mar 21. 2019

지구의 물은 하늘에서 쏟아졌나? 땅에서 솟았나?

지구를 구성하는 물, 그 많은 물은 어디서 왔을까요?


만일 지적 생명체가 태양계 밖에서 안쪽으로 여행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아주 드물게 행성들이 나타납니다. 해왕성, 천왕성을 스치고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을 지나면 태양계 넘버 2 목성이 나옵니다. 소행성들을 넘어서면 붉은색을 띤 화성이 나타나고 이어 파란색의 지구를 만납니다. 지구를 지나면 점점 태양빛이 강해짐을 느끼며 회색의 금성을 지납니다. 수성은 작고 태양에 가까워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왜 파란색 행성이 있지?




창백한 푸른 별


아폴로 10호에서 찍은 지구 ⓒ NASA

 

지구가 파란색이란 것은 우주탐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백 년도 안된 것이지요. 그동안 우리는 우리 행성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몰랐습니다. 지구가 파랗게 보이는 것은 물 때문입니다. 지구 지표면 71 퍼센트는 물로 덮여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다입니다. 그리고 고산지대와 극지방은 하얗게 눈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는 물의 행성이며 대부분의 생명체도 물속에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외계인이라면 어느 곳을 먼저 탐사할까요?


지구 전체에 있는 담수를 도식화 한 그림 ⓒ USGS


상당히 인상적인 그림입니다. 지구 전체의 물을 이해하기 쉽게 묘사한 일러스트입니다. 물 없이 마른 지구 배경에 물방울로 물의 부피 비율을 표시했습니다. 큰 물방울은 지구 전체 물의 양이고, 오른쪽 아래 표시된 작은 물방울은 담수의 양을 말합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그 아래에 아주 작은 푸른 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호수와 강에 들어있는 담수입니다. 


지구 상 물의 구성 ⓒ USGS


위의 막대그래프를 보면 지구 상 물 대부분은 바다에 있습니다. 담수는 2.5 퍼센트 정도 되는데 이것도 빙하나 산 위의 눈, 지하수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강이나 호수에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약 0.7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결론은 지구 상에 물은 많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아주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또 사하라 사막과 동남아 지역의 홍수를 생각해보면 지역적, 계절적으로 물의 편차가 큽니다. 따라서 물은 우리에게 희소 자원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의 생명은 물에서 시작하였고 지금도 대부분의 생명체가 물속에 살거나 물과 관련되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고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깊은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땅 밑에 어떤 방식으로 물이 존재하고 얼마나 많은 양이 존재하는지도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생성과 동시에 생겼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물이 따로 왔을까요?





생존 조건은 ‘물’, 그러나 인류는 물고기가 아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 다음의 인류 거주지를 찾는 영화입니다. 먼지와 가뭄으로 엉망이 된 지구의 대체 지를 찾는 원칙은 물의 존재입니다. 물의 신호를 쫓아 찾아간 유력한 후보지 두 곳은 끝없는 바다와 얼음의 세계였습니다. 물은 있었지만 우리에게 우호적인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보다 물의 존재가 가장 우선순위인 것입니다.



우주탐사를 시작한 후 최근까지 우리는 다른 행성이나 우주에는 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우주가 바싹 말라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에만 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워 물이 존재할 수 없고 금성 역시 높은 대기온도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화성을 봤을 때 수로의 흔적이 보이는 듯했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는 우주에 물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구의 달에도 물의 존재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우주국의 화성 탐사 위성 ‘마스 익스프레스  (Mars Expres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성 남극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적어도 목성의 위성인 이오와 타이탄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찾아보면 볼수록 우주에는 물이 많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물이 너무 많아 인간 생존이 어려운 행성도 발견했습니다.





지구의 물, 소행성에서 쏟아진 것일까?


아이손 혜성, 2013 ⓒ NASA

  

지금까지 논의된 물의 기원은 크게 원시 태양계 원반 가스 기원설, 화산활동 유래설, 혜성설 그리고 소행성설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이론들에는 그 시대의 과학적 사고방식과 기술 수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시 태양계 원반 가스 기원설은 태양계가 형성될 때 수소와 산소 등 원반 가스가 지구에 포획되어 물이 생겼다는 설입니다. 이는 지구에 헬륨, 네온, 아르곤 등 비활성 기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설입니다. 또한 수소의 질량수가 2인 중수소의 비율도 원반 가스에는 적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가장 오랫동안 인정되던 학설은 화산활동 유래설입니다. 지구가 생성된 후 수억 년 동안 이루어진 화산 폭발의 결과 지하의 수분이 빠져나와 현재의 바다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지구 생성 초기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했고 화산가스 성분의 70 퍼센트 이상이 수증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최초 물의 기원을 알려주기보다는 바다가 생성된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것으로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혜성은 크고 뚜렷한 모양을 갖추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주목받은 천체 물질입니다. 태양에 접근하면서 생기는 긴 꼬리는 수증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에 혜성의 충돌로 지구에 물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설이 혜성설입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루이스 프랑크 교수는 지구에 떨어지는 우주 눈덩이가 지구에 물을 추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혜성에 대한 탐사가 쌓여가면서 지구의 물과 동일한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 유럽우주국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67P/Churyumov-Gerasimenko)’에 접근하여 분석한 결과, 혜성의 물이 지구의 물보다 중수소 비율이 4배가 높다는 결과가 밝혀지면서 혜성설도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소행성 베누의 지도 작업 중인 오시리스-렉스 탐사선 ⓒ NASA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소행성설입니다. 소행성은 약 45억 년 전 태양계 형성 시 남은 잔재로 운석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지구 생성 초기 대충돌 시기에 물을 공급했을 것이란 가설입니다. 우주에서 많이 발견되는 콘드라이트 운석을 분석해 보면 조성이 지구 조성과 거의 일치합니다. 특히 6대 원소(산소, 규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 철)의 비율이 아주 비슷하며 소량 원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휘발성 원소들은 지구가 훨씬 적게 갖습니다. 물은 콘드라이트에 포함된 수산기(OH기)의 형태로 공급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2018년 12월 미국 나사는 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물 성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추가 자료와 연구가 필요해 보이나 현재 가장 인정받는 가설입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우주는 물 천지입니다. 우주에 가장 흔한 것이 수소와 헬륨, 그리고 산소이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과연 지구의 물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결과가 필요합니다. 특히 우주에서 들어오는 혜성이나 소행성에는 물 이외에 유기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주에 물은 상당히 풍부한 물질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우주의 소나기를 우리만 맞았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구가 아닌 어딘가에도 초보적인 생명체라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물의 기원이 밝혀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 닐 슈빈 저, 이한음 역, 위즈덤하우스, 2015

거대한 갈증, 찰스 피시먼 저, 김현정 외 역, 생각연구소, 2011

물, 생명의 근원, 권력의 상징, 베로니카 스트랭 저, 하윤숙 역, 반니, 2015

물 우주 그리고 생명, 김충섭, 물리학과 첨단기술, p.8-13, JAN/FEB 2003

지구 이야기, 로버트 M. 헤이즈 저, 김미선 역, 뿌리와 이파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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