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 중 구기 종목은 공을 사용하는 경기입니다. 축구, 야구, 탁구, 볼링 등을 구기 종목이라고 합니다. 구기 종목은 공의 종류와 공을 다루기 위한 도구에 따라 여러 가지 종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은 그 종목의 특징에 따라 공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특히 공의 재질이나 표면의 모양이 가지각색입니다. 지금부터 구기 종목의 특성과 공에 숨어 있는 과학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구기 종목의 분류는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개 골(goal)형, 네트(net)형, 타깃(target)형, 배트(bat)형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골형은 말 그대로 공을 골대에 넣는 것입니다. 축구, 농구, 핸드볼, 수구 등은 맨발 또는 맨손으로 공을 골대에 넣으면 됩니다. 하키, 아이스하키는 스틱이라고 하는 도구를 이용하여 골대에 공을 넣습니다.
네트형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넘기는 것입니다. 배구와 족구는 각각 맨손과 맨발로 넘깁니다. 테니스, 정구, 탁구, 배드민턴은 라켓이라는 도구를 이용합니다.
타깃형은 공이나 특정한 도구를 이용해서 정해진 타깃을 맞추거나 가까이 가게 하는 것입니다. 볼링은 손으로 직접 공을 굴려 정해진 타깃인 핀을 쓰러뜨립니다. 당구는 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다른 공을 맞히거나 포켓에 넣는 것입니다. 골프는 클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공을 홀에 넣으면 됩니다.
배트형은 야구처럼 배트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공을 때려내는 것입니다. 많은 구기 종목들은 위의 네 가지 형을 기본으로 응용하거나 확장한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공을 다루는 데 도구를 이용하느냐 맨몸으로 하느냐에 따라 공의 모양과 특징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구기 종목의 공은 대개 둥급니다. 둥글다는 것은 미끄러지는 것보다는 잘 구른다는 것이고 직진보다는 회전을 이용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또 공 속에 공기가 있거나 탄성을 이용하는 것도 많습니다. 축구 선수가 찬 공이 휘어지면서 골대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공이 공중에서 휘어지는 것은 공이 회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축구 선수에게는 의도적으로 공에 회전을 주지 않는 무회전 킥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보통 무회전킥을 구사하는 것은 공을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게 해서 골대의 빈 곳으로 보내거나 골키퍼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축구공이나 야구공은 공에 의도적으로 회전을 주지 않으면 공은 대개 직진하다가 중력에 의해 떨어집니다.
야구공에 회전을 주어 휘어지게 하지 않으면 투수는 삼진을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볼링공도 단순하게 직진만 하면 10개의 핀을 한꺼번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기 어렵습니다. 공 자체의 회전과 경로를 휘게 함으로써 핀에 더 큰 힘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구기 종목 중 주로 공의 회전을 이용하는 것은 야구, 볼링, 탁구, 골프, 축구 등입니다. 야구나 볼링은 공을 던지거나 굴릴 때 손가락으로 회전을 주고, 탁구와 골프는 각각 라켓과 클럽(골프채)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회전을 주고, 축구는 발로 회전을 줍니다. 따라서 공의 표면은 회전을 더 효율적으로 줄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야구는 108개의 실밥이 튀어나와 있어 투수가 손가락으로 공을 쥘 때 실밥을 이용하면 더 빠른 회전을줄 수 있습니다. 볼링공은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손가락과 손목으로 회전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골프공은 올록볼록한 딤플이 있고 클럽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줄이 나 있어 공과 클럽 헤드의 마찰력을 더 크게 하여 회전을 줄 수 있습니다. 탁구의 경우는 공은 매끄럽지만, 라켓에 고무 패드가 있어 마찰력을 크게 하여 회전을 더 줄 수 있습니다.
회전하는 공이 휘어지는 것은 ‘마그누스 효과’ 때문입니다.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 속에서 회전하면서 지나가는 물체는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힘을 받아 경로가 휘어지는 것이 마그누스 효과입니다.
야구공을 위의 그림처럼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을 주어 던지면 공의 오른쪽은 공기의 흐름과 반대 방향이 되고 왼쪽은 공기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 됩니다. 즉, 공 오른쪽 공기의 속도는 느려져 공기의 압력이 커지고, 왼쪽은 공기의 흐름과 방향이 같아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공은 압력이 높은 오른쪽에서 압력이 작은 왼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공의 경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집니다. 이것이 마그누스 효과입니다.
축구공이나 볼링공 그리고 골프공이 좌우 또는 위아래로 휘어지는 것은 모두 마그누스 효과 때문입니다. 축구공은 야구공 같은 실밥이나 볼링공 같은 구멍이나 골프공 같은 딤플은 없지만, 공의 왼쪽 또는 오른쪽을 적절한 힘으로 차면서 회전을 줍니다.
골프는 그 어떤 구기 종목보다 회전이 중요합니다. 골프공은 탄성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클럽 중 가장 긴 드라이버로 치면 프로 선수들은 보통 300야드(약 270미터), 아마추어 골퍼가 쳐도 보통 220야드(약 200미터)가 나갑니다. 그래서 골프장도 구기 종목 중 가장 넓은 것입니다.
골프공이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 것은 마그누스 효과와 같은 과학의 원리를 잘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골프 공 표면에 올록볼록한 딤플이 있습니다. 딤플은 보조개라는 뜻인데, 이 딤플이 공이 회전할 때 더 큰 마그누스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골프공이 처음부터 딤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공 표면이 매끄러워도 공이 회전하면 마그누스 효과가 일어납니다.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도록 공을 치면 공의 경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고,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치면 공의 경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게 된다. 골프에서는 의도적인 경우가 아니면 좌우로 회전하도록 치지는 않습니다. 골프공의 회전은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역회전이라고 하는데 골프공에 역회전이 걸리면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공이 떠오릅니다.
역회전을 하는 공은 아랫부분에서는 공기의 흐름과 반대 방향이 되어 공기의 속도가 느려져 공기의 압력이 커집니다. 공의 윗부분에서는 공기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 되어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공기의 압력이 작아집니다. 따라서 공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아 공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의 표면에 딤플이 있으면 딤플 때문에 마그누스 효과가 더 커집니다. 골프공을 만들면서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딤플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필드하키는 잔디 구장에서 둥근 공을 스틱으로 쳐서 골대에 공을 넣는 구기 종목입니다. 반면에 아이스하키는 얼음판에서 스틱을 이용해 공을 쳐서 골대에 공을 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스하키의 공이 필드하키의 공처럼 둥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얼음판은 잔디 구장보다 마찰력이 현저하게 작습니다. 이런 얼음판에서 둥근 공을 친다면 그 속도가 너무 빠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공을 다루기가 굉장히 어렵겠지요? 그래서 아이스하키의 공은 작은 원반 모양입니다. 옆으로는 둥글지만, 위아래는 평평한 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공을 ‘퍽’이라고 합니다. 퍽은 필드하키 공처럼 둥근 공보다 마찰력이 커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배드민턴의 ‘셔틀콕’도 공기와의 마찰력을 크게 하기 위해 깃털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탄성력을 높여주는 부분만 반원 모양으로 둥급니다. 배드민턴의 라켓으로 셔틀콕을 치면 순간 속도는 굉장히 빠르지만 깃털이 공기와의 마찰력을 크게 해 주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 줍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더욱 짜릿한 럭비공이나 육중한 스톤을 미끄러뜨려 승부를 가리는 컬링도 완전히 둥글지 않은 공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구기 종목의 공은 그 종목의 특성에 따라 공의 모양과 크기가 다릅니다. 공을 몸으로 직접 다루느냐 도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공이 매끄럽거나 어떤 특별한 장치가 있기도 합니다. 구기 공목을 직접 하거나 관전할 때 공의 특성을 잘 따져보면 좀 더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체육학대사전』, 이태신, 민중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