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지만, 읽지 않은 책?!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다들 들어는 봤지만, 실제 완독한 사람은 현격히 적은 책 중 하나가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가 아닐까요? 전체 636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보고 짐짓 망설이셨던 분들을 위해 책 내용의 핵심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서론으로 들어가면…
약 38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생물이었지요. 약 7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들은 문화를 만들어 전세계에 퍼져 나갔으며,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수만 년 전 지구상에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오직 우리 호모 사피엔스뿐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났던 것일까요? 유발 하라리는 이 “사피엔스”에게 일어난 3개의 혁명으로 인간 종의 과거 역사에서 미래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지요. 그 첫 번째 변화는 약 7만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인 인지혁명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직접 보거나 만지지 못하는 허구의 대상을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 것이지요.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등장합니다. 이러한 허구의 개념에 대한 공유는 수십, 수백 아니 수천만 명의 호모 사피엔스가 군집을 이루고 협동하는 삶을 가능하게 만들게 됩니다. 인간의 대규모 협동 시스템인 종교, 정치 체제, 교역망, 법적 제도 등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허구, 즉 지어낸 이야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 종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250만 년간 먹고 살기 위해 자연 속에서 자라는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하였습니다. 이러한 생활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 농업혁명이었습니다. 인간이 밀을 재배하고 염소를 가축화한 것은 기원전 9,000년경이었는데, 포도는 기원전 3,500년경 재배가 시작되었고, 말은 기원전 4,000년경부터 기르기 시작하였지요.
한때 학자들은 농업혁명이 인간 복지를 위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화는 점점 더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결국 사람들은 너무나 똑똑해져서 자연의 비밀을 풀었고, 그 결과, 양을 길들이며 밀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목축과 농업이 가능하게 되자마자, 지겹고 위험하고, 때때로 가혹했던 수렵채집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인간은 농부로서의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정착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환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수렵채집인들은 정해진 환경에 묶여살기 보다는 여건이 좋은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더 활기차게 살았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습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개별 인간에게 더 나은 식사와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인구 폭발과 재화를 독식하려는 엘리트를 낳게 되었고, 이에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나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고 유발 하라리는 폄하합니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 개수로 측정된다는 것이지요. 만일 더 이상의 DNA 복사본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종은 멸종한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입니다. 삶의 질과는 관계없이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인 것이지요. 농업혁명 이래로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습니다. 이렇게 비대해진 사회를 지탱하는 상상의 건축물 역시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었지요. 사람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게 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게 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인류를 강력하게 통일시키는 매개체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와 돈 그리고 제국과 같은 공통의 신화 또는 허구의 결과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상업, 제국 그리고 보편 종교는 모든 대륙의 거의 대부분의 사피엔스를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구촌 세상으로 끌어들이고 인류의 경이적인 팽창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의 삶은 매우 느리게 변화하였습니다. 그러던 인간의 삶이 지난 500년간 비약적으로 변화하였지요. 1,500년경에 지구 전체에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대략 5억 명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약 70억 명이 살고 있습니다. 1,500년경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는데, 오늘날 우리는 하루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합니다. 숫자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인구는 14배로 늘었는데,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어난 것이지요.
지난 500년간 가장 눈에 띄는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을 저자는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그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의 진로를 변화시킬 능력뿐 아니라 역사를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된 것이지요.
인류의 비약적 확대와 발전 그리고 앨러머고도의 핵실험까지 이끈 역사적 과정이 과학혁명입니다. 이 혁명 기간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자원을 투자함으로써 기존에는 가져보지 못한 막대한 힘을 얻습니다. 이것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약 15세기 이전까지 인류는 자신에게 새로운 의학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얻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였기 때문이지요. 그 당시 인류는 사제와 철학자, 시인에게 돈을 주면서 기존 지배자의 지배를 정당화하였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를 기대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난 5세기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투자하면 자신들의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점차 믿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 경험적으로 반복해서 증명된 사실이 되었지요.
현대 과학은 과거의 전통 지식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작가는 주장합니다. 첫째, 무지를 기꺼이 인정합니다. 둘째,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셋째, 현대 과학은 이론을 창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론을 활용해서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고자 하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닌 무지의 혁명이라는 것입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는 것이지요. 현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기존의 어떤 전통지식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며 탐구적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다음 이야기가 생명공학 기술 발전에 따른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생이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고찰 등이 호모 사피엔스의 수만 년에 걸친 역사와 더불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의미있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겠지요. 현재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의 급변하는 현상 속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는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근원으로부터 답을 찾는 과정이 되리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