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은 모두 네 가지라고 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이 네 가지 힘 말고도 여러 가지 힘 이야기를 합니다. 마찰력, 탄성력, 표면장력, 구심력, 원심력, 부력, 양력 등등. 우리는 물체의 움직임과 관련된 여러 가지 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자연계에는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고 할까요?
힘이란 보통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힘이 세다’라고 하면 사람이나 동물이 다른 물건을 움직이는 근육 작용을 말하며,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합치기도 합니다. 또 국가 간의 힘, 기계의 힘, 약이나 술의 힘이나 위지 등을 말할 때도 힘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힘이란 물체의 형태를 변형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정지한 축구공을 발로 차거나 날아오는 야구공을 방망이로 치는 것은 물체의 속도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고, 부푼 풍선을 누르는 것은 물체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것입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힘은 네 종류가 존재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 힘은 모든 힘을 대표합니다. 즉, 모든 힘은 이 네 가지 중 하나에 포함되며 이런 힘의 결과로 나타나는 작용입니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유인력이라고 하는데, 특히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을 중력이라고 합니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중력을 느낄 수 없는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들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것이고, 달의 중력은 지구의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지구에서 걸을 때와 동일한 힘으로 달에서 걸으면 마치 뛰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력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작용할 수 있으며 중력자(gravitor)라고 하는 중간자가 힘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입자 사이와 자성을 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쳐 전자기력이라고 합니다. 전자기력은 중력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고 있고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있습니다. 양성자와 전자 사이에 전자기력이 작용하여 원자로 묶어주는 힘을 제공합니다. 전자기력은 광자(photon)라고 하는 중간자가 힘을 전달해 줍니다. 전자기력이 있기에 원자가 있고 모든 물체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몸도 전자기력이 있어 유지되는 셈이지요.
강력과 약력은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입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쿼크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 강력입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고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는 힘이다. 강력이 있기 때문에 태양의 핵융합이 만들어지고 그 에너지를 지구의 생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강력은 글루온(gluon)이라는 중간자가 힘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력은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어떤 원소들은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다른 원소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것을 방사성 붕괴라고 하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힘이 약력인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폭탄이 약력을 이용하는 것이고,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도 약력이 근원이며 대륙의 이동 원인도 약력이 있기 때문이다. 약력은 W-보존 또는 Z-보존이라는 중간자가 힘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력은 지구와 나처럼 가까이 있는 물체 사이에서도 작용하지만, 지구와 달, 지구와 태양 등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 사이에서도 작용합니다. 또한, 중력의 크기는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작습니다. 다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강력과 약력도 힘이 작용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두 힘은 핵자(양성자와 중성자)들 사이에서 작용하거나 방사성 원소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강력은 쿼크들 사이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작용하며 힘의 세기가 아주 큽니다. 약력도 원자핵의 붕괴에 관여하는 힘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작용합니다. 하지만 강력보다 훨씬 작아 붙여진 이름이므로 힘의 크기는 아주 작습니다.
전자기력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묶어 이르는 말로 자석 사이에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입니다. 네 가지 힘들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강력이 가장 크고 전자기력, 약력, 중력 순입니다. 강력을 1이라 한다면 전자기력은 137분의 1, 약력은 10⁻⁶배, 중력은 6×10⁻³⁹배 정도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을 하나로 합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1867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치는 데 성공하면서부터 힘의 통일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었습니다. 그 후 100년이 지난 1967년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와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압두스 살람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더 나아가 전자기력-약력-강력을 ‘대통일장이론’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중력까지 통일시키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을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에 이처럼 네 가지 힘만 존재한다면 마찰력, 탄성력, 표면장력, 구심력, 원심력, 부력, 양력 등등의 힘은 무엇일까요? 이런 힘들은 네 가지 중 어떤 힘들과 관련이 있을까요?
마찰력은 우리가 책상 위의 물체를 밀거나 당길 때 그 운동을 방해하는 힘입니다. 마찰력은 물체와 물체가 접촉하는 상황에서 서로 힘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자기력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찰 때문에 정전기가 생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탄성력은 고무줄을 늘였다가 놓거나 용수철을 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힘입니다. 탄성력도 원자 안의 전자들의 인력과 척력이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전자기력의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면장력은 액체의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힘인데, 풀잎에 맺힌 이슬이 동그란 모양을 이루는 것이 표면장력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동그란 모양이 표면적이 가장 작기 때문이지요. 표면장력 또한 분자들의 사이에서 서로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전자기력이 근본적인 힘입니다. 표면장력과 비슷한 실의 장력, 액체의 응집력 등도 모두 근본적으로는 전자기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체를 끈에 매달아 돌릴 때나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를 탈 때 또는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의 운동에서 구심력과 원심력 이야기를 합니다. 구심력은 말 그대로 원 운동하는 물체에서 원의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말합니다. 즉 구심력은 물체를 원 운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지요. 원심력은 원 운동하는 물체가 원의 중심으로 멀어지려는 힘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힘이 아니라 가상의 힘입니다. 즉 원 운동을 계속 하려는 관성력인 셈입니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은 실제로 달은 직진운동을 할 뿐인데 구심력 역할을 하는 중력이 지구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지구를 도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심력은 네 가지 기본 힘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이나 전자기력에 의해 나타나는 힘의 한 작용입니다. 유체(액체 또는 기체) 속에서 중력에 대항하여 물체가 받는 부력이나 양력도 기본 힘에 의해 나타나는 작용입니다.
참고 자료
<과학동아> 2019년 7월호 ‘4가지 힘의 출현’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한국과학문화재단, 미래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