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입니다. 나무 위에 물고기 있을 리 없지요. 따라서 이 말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고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맹자(孟子)의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연목구어가 현실이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고기비가 내려 나무 위나 숲, 도로에 물고기가 떨어집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심하게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바다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릅니다. 물기둥은 빙빙 돌면서 소용돌이를 만들며 하늘에 맞닿을 듯 높아집니다. 급기야 소용돌이 물기둥은 육지까지 밀려옵니다. 기세를 더한 물기둥은 육지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이리저리 헤집고 다닙니다. 한참을 소용돌이치던 물기둥도 힘을 다했는지 약해지고 맙니다. 그러자, 소용돌이 물기둥에 딸려 올라왔던 물고기들이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바다에서 생긴 거대한 소용돌이 물기둥은 용오름입니다. 용오름은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용오름은 특히 여름철에 급격하게 발달하는 적란운 때문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란운은 보통 “쌘비구름” 또는 “소나기구름”이라고 하는데 수직으로 발달하는 거대한 구름입니다. 용오름은 수면 근처의 강력한 저기압의 흐름과 상공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 소용돌이가 생기며 상승하는 기류입니다. 기류는 공기의 흐름 즉, 바람입니다. 바람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불기 때문에 기압의 차이가 클수록 더 강력한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이런 강력한 소용돌이 기류가 육지에서 생기면 토네이도(tornado) 또는 랜드스파우트(landspout)라고 합니다. 바다에서 생기는 것을 워터스파우트(waterspout) 또는 우리말로 용오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용오름이나 토네이도가 발생하면 소용돌이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물속에 있던 물고기나 육지에 있는 나무들이 휩쓸려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물고기비가 내렸다는 소식은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이따금 전해옵니다. 우리나라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도 373년 경주에 물고기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연목구어가 전혀 헛된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오즈의 마법사>라는 동화에서 도로시를 오즈라는 나라로 데려간 것이 토네이도입니다. 도로시가 살고 있는 곳이 캔자스주인데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캔자스가 속해 있는 중부에서 특히 많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중부는 거대한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캐나다 위쪽의 극지방에서 만들어진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 한랭 기단과 멕시코만에서 만들어진 덥고 습한 열대 해양성 기단이 만나는 곳입니다. 이 두 기단이 만나면 밀도가 큰 한랭 기단이 밀도가 작은 열대 기단 밑으로 파고들어 가면서 강한 상승 기류가 만들어집니다. 상승 기류에 의해 습한 열대 해양성 기단이 상승하면서 적란운을 만들게 되고 이 적란운에서 강력한 토네이도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상승 기류에 의해 기압이 주변보다 작아지면 진공청소기와 같이 주변의 물체들을 빨아올리는 것입니다. 미국의 중부 대평원은 이 두 기단이 만나 강한 적란운을 형성하는 데에 방해할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 토네이도가 쉽게 발생합니다.
토네이도처럼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는 기상 현상에는 태풍이 있습니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괴롭히는 태풍은 최대 풍속 초속 17m 이상이면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을 말합니다. 저기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기압이 주변보다 낮으므로 바람이 태풍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불어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토네이도도 바람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소용돌이를 이루면서 불어 들어오는 것은 태풍과 같습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적도 부근 즉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 장소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태풍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해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하면서 소멸하게 됩니다. 허리케인은 북태평양 동부, 멕시코만 등에서 발생해 북중미에 영향을 줍니다. 사이클론은 인도양, 아리비아해와 호주 부근의 남태평양에서 발생합니다.
토네이도와 태풍은 대기 하층의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중심부의 기압이 낮고 중심 쪽으로 소용돌이를 이루며 강력한 바람이 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생 지역, 소멸 시간, 영향력 등이 다른 기상 현상입니다. 태풍과 허리케인처럼 북반구로 이동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의 자전에 의한 영향으로 바람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중심 쪽으로 불어 들어갑니다. 사이클론 중에서 남반구로 이동하는 것들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소용돌이는 태풍이나 토네이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는 나선은하입니다. 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들과 성운, 성단 등이 모여 있는 집단입니다. 성운은 가스와 티끌 같은 성간물질들이 모여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고, 성단은 성운에서 태어난 비슷한 성질의 별들이 모여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거대한 별들과 성운, 성단이 모여 있는 은하는 모양에 따라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선은하는 위에서 보면 중심에서 뻗어 나온 나선팔이 은하를 휘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수많은 별들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는 우리은하 안에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강력하고 거대한 태양은 우리은하에 속해 있는 무수한 별들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은하도 나선은하이며 그중에서 막대나선은하로 분류됩니다. 중심이 막대기 모양을 하고 있고 여기서부터 나선팔이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나선은하에 포함된 수많은 별들은 중심을 축으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거리에 따라 회전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태양도 시속 80만 킬로미터로 우리은하 중심을 돌고 있으며, 태양이 중심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억 년이 걸립니다.
달팽이나 소라의 껍데기를 보면 소용돌이 즉 나선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오이나 호박과 같은 덩굴식물의 덩굴손도 용수철 같은 나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유선 전화기의 전화선, 시계의 태엽, 용수철, 나사 등 우리 주변에는 나선 모양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나선 모양은 그 독특한 형태 때문에 효율적 공간 이용, 충격 흡수, 공격에 대한 방어 등에서 이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달팽이나 소라에게 나선 모양의 껍데기는 몸을 숨기기 적당한 공간을 제공하고, 덩굴손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덩굴을 뻗기 때문에 훨씬 강하고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 나사 같은 경우도 나선형으로 돌려 넣기 때문에 못보다 더 단단히 고정하면서도 쉽게 박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용수철은 나선형 구조로 충격을 줄이는 데 유용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도 소용돌이가 많습니다. 흔히 보는 소용돌이지만 왜 저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참고 자료
『선생님도 놀란 과학뒤집기-별과 은하』, 전혜리, 도서출판 성우
『과학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질문사전』, 의정부과학교사모임, 북멘토
이미지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Waterspout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pril_14,_2012_Marquette,_Kansas_EF4_tornado.JPG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oulik_2018-08-21_0415Z.jpg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rtist’s_impression_of_the_Milky_Way.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