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한 것은 2007년 11월 19일입니다. 당시 킨들 개발책임자는 킨들을 ‘항생제, 전기와 함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꼽을 만큼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출판계는 ‘이제 종이책은 죽었다’라면서 낙담했습니다. 킨들 출시 12년 지난 지금, 여러분은 얼마나 전자책을 이용하시나요?
종이는 2000년 동안 정보의 기록과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종이는 책으로 만들어져 종교, 문화, 과학 등의 발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습니다. 아직도 우주비행사들은 종이로 된 매뉴얼을 가지고 우주여행에 나섭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상징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종이책의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출판 시장의 주요 화두 중 디지털과 모바일이 주도하는 지식문화 시대에서 출판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으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종이책 시장이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는데요. 지난 10년간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연간 20~30%씩 커지고 있습니다. 종이책보다 가격이 저렴하며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전자책 기기를 소지한다면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책은 일반적으로 종이 형태의 책이 아닌, 디지털로 변환되어 전자기기 등으로 읽거나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콘텐츠와 전자단말기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디지털화 초기인 1980년대에 문서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고 열람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조선왕조실록 등을 CD롬 형태로 만들어 유통하였으나 책과 같이 휴대가 가능한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소형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PDA*가 나오면서부터이며 이후 휴대전화가 고사양화되면서 전자책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e-ink 방식의 전용 단말기와 태블릿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 PDA : 개인정보단말 (Personal Digital Assistant)
전자책에서 전자종이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종이는 종이의 장점과 전자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혼합하여 만든 디스플레이 기술의 총칭입니다. 전자종이 기술은 다양한데, 메모리 액정표시장치, 전기습윤 디스플레이, 미라솔 디스플레이 그리고 전자잉크 등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전자잉크 방식입니다.
전자잉크는 1974년 미국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PARC)에 의해 ‘자이리콘’이라는 기술로 처음 발표됐습니다. 공 모양의 캡슐을 절반은 검은색, 다른 절반은 흰색의 입자로 채우고, 여기에 전류를 작용시키면 신호에 따라 글과 그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20여 년이 지난 후인 1997년에 미국 MIT 미디어랩 팀에 의해 상용화되고 벤처기업인 이잉크(e-ink)사가 설립되었습니다.
머리카락 두께인 직경 1마이크로미터의 캡슐 안을 살펴보면, 검은색과 흰색 입자를 전하작용제와 함께 기름으로 분산시켜 놓았습니다. 이 캡슐을 두 개의 투명막 (전극층 역할) 사이에 펼쳐 놓고 아래 면에 배치된 전자회로에 전류 신호를 보내면 양극과 음극에 따라 캡슐 내의 입자가 이동하여 글씨가 나타나는 원리입니다. 극성을 바꾸면 반대로 입자가 이동하게 됩니다. 전류의 순서를 조절하면 회색의 색상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LCD보다 화질은 좋지 못하지만, 전원이 꺼져도 화면이 거의 영구히 그대로 유지됩니다.
전자종이는 컴퓨터 모니터와는 달리 시야각이 넓으므로 어떤 각도에서도 글자를 읽기 쉽고 매우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내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화소가 빚을 내거나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캡슐에 전하를 가할 때만 전력이 소모되어 전력 소비량이 적습니다. 또한, 반사광을 이용하여 눈의 피로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주변 빛이 강할수록 명암비가 더 좋아집니다. 게다가 백라이트가 없으므로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라이트가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읽을 수 없고, 색채구현이 어려운 점,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논쟁은 과거 사진의 발명과 회화의 미래 논란을 연상시킵니다. 현상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사진의 등장으로 많은 예술가는 회화의 시대는 막을 내린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회화는 살아남았고 사진 역시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마도 종이책과 전자책도 이러한 과정을 겪게 될 것입니다.
캐나다의 미디어 비평가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형식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 전달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같은 메시지를 유선전화, 휴대전화, 문자, 카톡, 전자우편, 손편지를 통해 각각 보냈을 때 내용이 제한되거나 달라지는 것이 그 예입니다. 즉 미디어 자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앞으로 콘텐츠는 종이책에 어울리는 것과 전자책에 어울리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사진과 회화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전자책이란 미디어가 종이책이란 미디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이책은 살아남을 것이고 전자책은 조금 더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전자종이, 위키백과
전자책, 나무위키
해외출판동향, 2018년 12월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종이책에서 오디오북까지… 책의 변천사, 부산일보
이미지 참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imple_E-ink_-_Electrophoretic_display.s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