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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Nov 17. 2021

이카로스가 추락한 진짜 이유?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의 명으로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발명가입니다. 어느 날 다이달로스는 왕의 미움을 사서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에 갇히게 되는데, 밀랍으로 깃털을 붙여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 미궁을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비행에 심취했던 이카로스는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열로 인해 밀랍이 녹아서 그만 추락하고 맙니다. 이카로스는 세계 최초의 비행 사고 사망자인 셈이지요. 하지만 과연 이카로스의 사망 원인은 날개 손상으로 인한 추락사일까요? 


이카로스의 추락 Painted by Jacob Peter Gowy,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비행에 따르는 첫번째 위험은 산소 부족


이카로스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학적 구조가 필요합니다. 단지 깃털을 모아서 만든 날개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지요. 몸 자체가 새처럼 되어야 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다이달로스 부자가 멋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 수 있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신화에서는 이카로스가 날개 손상으로 인해 추락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망의 원인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이카로스에게는 녹아버린 날개 외에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19세기 말 기구를 이용해 대기를 조사하던 과학자들이 알아내기 시작했는데요, 1783년 열기구가 발명된 후부터 과학자들은 꾸준히 대기를 조사하기 위해 기구를 사용했습니다. 1875년 세 명의 프랑스 과학자들은 열기구 제니스호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갔는데, 8,000m 정도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한 명이 밸브를 열어 고도를 낮추었지만 2명은 이미 급성 저산소증으로 사망한 후였지요. 


기구를 탄 과학자들처럼 이카로스에게 닥친 첫 번째 위험은 산소 부족입니다. 사람이 특별한 장비 없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9,000m 정도입니다. 공교롭게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의 높이와 비슷합니다. 한때 사람들은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산을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78년 하벨러와 메스너가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이 적응 기간 없이 갑자기 이 높이로 올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하게 됩니다. 이카로스도 별도의 적응 기간이 없었으니 이 고도에 도달하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카로스가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이유


신화를 보면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이카로스가 태양을 향해 계속 날아올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흔히 이카로스의 자만심이 화를 불렀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급성 저산소증이 오면 두통과 함께 때로는 황홀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만일 이카로스가 급성 저산소증으로 황홀한 느낌을 받은 상태로 비행을 했다면 아버지의 경고를 잊어버렸을 수 있습니다. 판단력이 떨어져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한 상태로 계속 비행하다 팔다리가 마비되고 시야가 흐려져 추락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운이 좋아 추락하면서 낮은 고도에서 산소량이 증가해 다시 정신을 차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카로스에게는 그런 행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카로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기는 커녕 3,000m까지 가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날갯짓하는 동작에는 많은 산소가 필요합니다. 새는 폐와 연결된 기낭을 가지고 있어 더 많은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새와 같은 기낭이 없기 때문에 더 빨리 저산소증이 왔을 겁니다. 


새의 호흡 구조 By L. Shyamal,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보통 순수한 산소를 공급받지 않고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고도는 3,000m 정도입니다. 여객기가 이보다 훨씬 높은 10,000m 정도의 고도에서 비행해도 승객들이 무사한 것은 기내의 기압을 높여주는 여압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여객기는 2,000m 고도의 기압인 0.8기압을 유지합니다. 이 정도 기압이면 불편함 없이 승객들이 지낼 수 있습니다. 여객기 사고로 기체에 구멍이 나서 기압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산소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옵니다. 이때 30초 내로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기절할 수 있습니다. 만일 다이달로스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이카로스에게 높게 보이는 산꼭대기보다 더 높이 날면 안된다는 정확한 지침을 내렸겠지요. 












높이 날아오른 이카로스를 기다리는 또다른 위험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카로스가 불굴의 투지로 더 높이 올라갔다면 이제는 추위와 싸워야 합니다.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5℃씩 내려갑니다. 10km인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인 대류권 계면에 도달하게 되면 지상보다 65℃ 정도 온도가 낮아집니다. 아무리 깃털로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영하 55℃의 기온을 버텨내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공기 중에 노출된 피부는 몇 분 만에 얼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올라가면 더 이상 기온은 내려가지 않습니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이 자외선을 흡수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산소 부족과 추위, 내리쬐는 자외선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젠 피가 끓어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18,900m에 도달하면 피가 끓어 버리는데, 이를 암스트롱 한계선이라 합니다. 이 높이에서는 입을 벌리면 입 안의 침이 끓어 거품이 생기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화상을 입는다는 뜻은 아니고, 끓는점이 내려가서 체온과 비슷한 37℃에서 물이 끓는 현상이 생긴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고도 이상에서는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이카로스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 고도는 100km입니다. 이보다 높은 곳에서는 공기가 희박해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항공계에서는 양력을 얻을 수 없어 날개가 있어도 더 이상 날 수 없는 고도를 카르만선이라고 부릅니다. 이 고도를 기준으로 국제항공연맹(FAI)에서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구분합니다. 이 고도를 벗어나려면 날개가 아니라 로켓이 필요합니다. 



만일 이카로스가 그 이상으로 높이 올라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이달로스의 예상처럼 정말로 뜨거워지는데요. 놀랍게도 열권에서는 온도가 2,000℃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물론 태양에 가까워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열권에 있는 기체 분자 중 자외선을 흡수한 일부 분자들이 활발하게 운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온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뜨겁다고 느낄 수는 없습니다. 공기가 너무 희박하여 열권에 있는 대기가 지닌 열의 양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생존의 한계』, 후란시스 아스크로프, 한국동물학회 역, 전파과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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