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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n 12. 2018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실험

1752년 6월 15일. 필라델피아의 한 언덕. 번개가 치는 빗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연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99.99%의 사람들은 이를 보고 ‘미쳤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은 왜, 언제라도 벼락이 내려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번개를 잡으려는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찔한 실험이 있을까요?

연을 날려 번개 실험을 하는 프랭클린을 그린 그림. Ⓒ Public domain(Wikimedia)



번개는 신의 무기가 아니다! 


기상 현상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아마도 번개 또는 벼락일 것입니다. 그래서 신화에서도 최고의 신은 번개를 무기로 씁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유럽 신화의 토르와 같은 최고의 신은 번개로 악을 일격에 쓸어버립니다. 그만큼 번개는 사람들에게 무서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임을 증명했습니다. 프랭클린과 그의 아들 윌리엄은 비구름이 오는 것을 보고 연을 준비해 한 언덕으로 갔습니다. 연은 나무막대 2개를 십자가처럼 만들고 천을 붙인 간단한 연이었습니다. 세로 막대에는 철사를 달았습니다. 연줄 아랫부분에 쇠로 된 열쇠를 달았고 연줄 끝을 전기를 모으는 ‘라이덴병’에 연결했습니다. 라이덴병은 유리병 안쪽과 바깥쪽을 금속박으로 연결한 간단한 형태로 전기를 모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전기를 모으고 저장하는 축전지의 원형이 바로 라이덴병입니다. 전기가 발생했는지 알아볼 때도 라이덴병을 이용합니다.



프랭클린은 연의 세로 막대에 단 철사에 번개가 치면 연에 전기를 띠게 할 것이고, 그 전기가 젖은 연줄을 통해 열쇠를 대전시키고 또 그 전기가 라이덴병에 모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아들과 함께 그 ‘아찔한 실험’을 했던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프랭클린이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구름 표면에 대전된 전기가 번개를 만들고 연을 통해 라이덴병에 모아졌던 것입니다. 전기가 모아졌다는 것은 이 전기를 방전시킬 수 있고, 이것은 구름 표면에서 발생한 전기가 땅이나 다른 구름으로 방전되는 것이 번개라는 게 증명되는 것입니다. 프랭클린에 의해 번개는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인 신의 무기가 아닌 전기가 일으키는 자연 현상일 뿐이라는 밝힌 것입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누구?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누구나 다 아는 명언입니다. 이 명언을 한 주인공이 ‘아찔한’ 실험을 했던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프랭클린은 ‘최초의 미국인’, ‘미국 건국의 아버지’, ‘신대륙의 역사와 정신의 상징’ 등 엄청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정치가이자 과학자였습니다.

미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업적을 세운 프랭클린은 과학자이기도 했습니다. Ⓒ Public domain(Wikimedia)


벤저민 프랭클린은 1706년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팔며 살았는데 두 번 결혼하여 17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벤저민은 두 번째 부인이 낳은 10명 중 8번째로 태어났습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버지 가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다가 17세 때 무작정 필라델피아로 가서 인쇄소의 견습공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을 가까이 하며 지식을 쌓았고, 자신이 직접 인쇄소를 차리고 신문을 발행하며 영향력 있는 인사로 성장했습니다. 프랭클린은 책과 신문 발행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이 돈은 도서관, 학교, 병원, 소방서 같은 공공시설을 세우는 데 투자했습니다.


또 어려서부터 관심이 있었던 과학과 기술에도 여러 가지 업적을 쌓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전기 현상을 밝힌 것인데, 그 ‘아찔한’ 실험이 바로 번개를 잡아낸 것입니다. 프랭클린은 이 실험을 통해 전기가 뾰족한 부분에 대전이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뢰침’을 발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번개는 신의 영역이라 믿었기 때문에 피뢰침으로 번개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건물에 피뢰침을 설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밖에 열효율이 높은 난로, 다초점 안경 발명, 질병과 곤충, 태양 연구 등 뛰어난 과학적 지식과 업적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동상에 설치한 피뢰침 by J. Patrick Fischer CC BY-SA 3.0(Wikimedia commons)


프랭클린은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 의원이 되었고, 미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신생 미국의 프랑스 대사로 파견되어 미국의 독립을 알리고 미국의 역사를 시작하는 게 커다란 업적을 쌓았습니다. 프랭클린은 부자이면서도 항상 검소하고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 등을 실천하기 위해 13가지 덕목을 정하고 매일 밑줄을 그어가며 실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100달러 지폐에 새겨진 프랭클린


영국의 식민지인 신대륙(미국)에서 가난한 집안의 16번 째 자식으로 태어나 불굴의 노력으로 정치가, 과학자, 외교관, 문필가로 세상에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신생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프랭클린.


이황,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우리나라 지폐에 새겨진 위인들의 이름입니다. 그 나라의 지폐에는 그 나라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새겨집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달러 지폐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2달러는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5달러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10달러는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 20달러는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 50달러는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입니다. 대망의 100달러 지폐는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만큼 프랭클린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며 존경할 만 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100달러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 Ⓒ Public domain(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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