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관한 기억 4 - 라이브 뮤직바>
우연히 3년 전에 찾았던 바(Bar)를 다시 가게 되었다. 다시 세어보니 이젠 4년 전임을 알게 되었다. 괜찮은 피아노 바가 있다는 말을 들을 때부터,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혹시 그때 그 바이려나 같은 생각을 했는데 정말일 줄이야. 이렇게 계획하지 않은 채로 다시 마주할 때마다, 웃게 된다. 내가 여기에 다시 올 줄 알았던가 등과 같은. 당시에는 이곳에서 라이브 연주가 있는 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매주 월요일만 연주를 하는 거였다.
사람이 워낙 붐벼 겨우 빈 테이블을 잡았는데 둘이서 차지하기엔 과분하여 한 미국 중년 부부와 자리를 셰어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짐과 제나였는데, 생제르맹 가리에서 직접 그려진 그림 한 점을 산 채로 파리의 마지막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라이브 뮤직을 듣고팠다며 이곳을 어떻게 찾게 됐는지 알려줬다. 덕분에 나는 집에 가서 live music bar in paris를 구글링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이들이 내게 지금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등을 이야기하다가 그네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파리에 더 있을지를 물었고 “2달”이란 말에 짐은 “8 mondays to go!”라 하여 나를 아연실색케 하였다. 고작 8번의 월요일이라니! 군대에 있을 때는 이와 같은 날짜 셈법에 익숙했으나 이것이 지금의 나의 삶에도 적용 가능하단 것을 모르고 있었다. 흐어- 나는 헤어질 무렵 부러 이들을 마중 나가 돌아가는 길을 친절히 알려주게 되었다. Happy new year라는 인사와 함께.
이 바에서는 오늘 피아노 라이브보단 기타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하였는데, 고전 프랑스 샹송으로 시작하였다. 나는 처음에 오늘이 피아프 기일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그녀의 곡들이 계속해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야 아는 노래를 약간의 변주된 채 라이브로 즐길 수 있어 기뻤다만 바에서 만난 몇몇 친구들은 너무 오래된 스타일이라며, 자기는 재즈를 좋아하지만 이런 노래들을 아이팟에서 듣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는 프랑스, 그리고 유럽 전반에 퍼진 pessimism을 이야기했고, 그 속에서 local solution만을 찾게 되는 자신을 말했다. 나는 처음 이 곳에 올 때와 달리, 전반적으로 자신 없어지고 혼란스러워진 나에 대해 고백했지만, 여전히 당신들의 비관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음 또한 이야기했다.
지금은 녹띨리앙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중인데 차에서는 마약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맞은편 친구 때문에 옆 좌석의 사람은 코를 막고 있다. 모쪼록 또 하나의 월요일 밤이 지나갔다. #LePianoVache (2014.12.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