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자자를 위한 과학 Sep 28. 2022

"2013년에 비트코인 풀매수 하셨나요?"

8년 전에 내 기사를 읽었던 독자가 2021년 나에게 보낸 메일 속 질문

2021년 3월. 나는 12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던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것은 8년 전이었던 2013년 내가 쓴 비트코인 소개 기사를 읽은 어린이 독자가 대학생이 되어 메일로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2013년 12월 호에서 비트코인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신것을 보았습니다.
이때 혹시 풀매수 하셨었나요? ㅋㅋㅋㅋㅋ


무려 8년 전에 쓴 기사를 기억해 준 독자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그당시 나는 단지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에 대한 호기심으로 기사를 썼을 뿐, 비트코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해서는 예측도, 기대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비트코인을 정말 '1도' 사지 않았다. 당시 1 비트코인이 8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2021년 메일을 받았던 시점엔 약 5만 달러(5,000만 원 이상)였다. 만약 800만 원(10비트코인)을 투자했다면 5억 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투자에 관심조차 없었던 나를 원망하며, 아내에게는 절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뒤늦게 깨달은 '투자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

기자를 그만두고 내가 향한 곳은 금융회사 홍보팀이었다. 평소 과학 기술계를 기웃거리며 새롭고 가치 있는 기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기사화하는 내게 금융은 무척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매일 업무를 위해 경제신문을 읽으며,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 수소연료전지 기술, 전자약,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양자컴퓨터 등 지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기술은 대부분 내가 2015~2018년 사이에 관심을 갖고 취재, 기사화했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연구 중이거나 초기 사업화 단계였던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게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었던 기술들이, 투자적인 안목에서 보면 미래 산업 변화를 가늠케 하는 단서였던 것이다.


'투자자를 위한 과학'의 출발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과학기술과 산업,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게 됐다. 최신 과학기술 연구 트렌드를 잘 파악하면 미래 산업 변화를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 오르내리는 기술, 각 기업이 선전하는 기술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중요성/가능성/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 투자적인 관점에서 해설해 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자를 위한 과학' 콘텐츠는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각 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기술의 전세계적 연구, 사업화 현황을 다룬다.

또 5년, 10년 뒤 어떤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위해 전세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핫한 기술을 소개하고 어떤 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구하는지를 소개한다.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키고,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다른이들의 관심과 평가를 통해 확인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도 이 시리즈를 통해 기술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고,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