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무거운 쇠사슬이 아닙니다.

by 정명

​우리는 가끔 무언가에 꽉 묶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지금 내 형편에 무슨..."이라며 주저하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는 "남들이 비웃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발을 뗍니다. 마치 무거운 쇠사슬이 발목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몸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발밑을 내려다보십시오. 실제로 당신을 묶고 있는 단단한 철덩어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세상을 다 삼킬 만큼 거대한 늑대 '펜리르'가 나옵니다. 신들은 이 괴물이 두려워 엄청나게 굵고 강한 쇠사슬을 만들어 그를 묶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펜리르는 힘껏 기지개 한 번을 켜는 것만으로 그 사슬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강철도 그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신들은 난쟁이들에게 부탁해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끈을 하나 만듭니다. '글레이프니르'라고 불리는 이 끈은 쇠사슬처럼 무겁지도, 날카롭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단 실처럼 가늘고 부드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펜리르는 이 가느다란 끈에 묶이자마자, 그 어떤 수단으로도 그것을 끊어내지 못한 채 평생을 갇혀 살게 됩니다. ​이 부드러운 끈을 만든 재료는 참으로 묘합니다. '고양이의 발소리', '여인의 수염', '산의 뿌리', '물고기의 숨결'처럼,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강한 늑대를 굴복시킨 것은 묵직한 쇠사슬이 아니라, 실체도 없이 떠도는 '관념의 결합'이었던 셈입니다.


​우리의 삶을 옥죄는 것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를 주체적으로 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는 장벽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은 다 저만큼 앞서가는데", "이 나이엔 이 정도는 벌어야지", "튀지 말고 평범하게 살아야 안전해" 같은 보이지 않는 속삭임들입니다. 고양이의 발소리처럼 조용히 다가와 우리 곁에 머물고, 물고기의 숨결처럼 형체도 없이 우리 주위를 에워싼 이 '보이지 않는 끈'들이 강철 사슬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우리의 의지를 묶어둡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쓰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펜리르처럼 좁은 울타리에 가두게 됩니다. 사실 그 끈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체가 없습니다. "안 될 거야"라는 말도, "틀렸어"라는 시선도, 내가 그것에 '끊을 수 없는 힘'이 있다고 믿어주지 않으면 그저 가느다란 비단 실에 불과합니다. 내가 그 끈에 권위를 부여하는 순간에만, 글레이프니르는 세상을 멸망시킬 늑대조차 묶어두는 마법의 끈이 됩니다.


​이제 내 발목을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하나씩 응시해 보십시오. 세상이 속삭이는 실체 없는 두려움에 당신의 소중한 가능성을 저당 잡히지 마십시오. 당신을 주저앉게 만든 것은 무거운 환경이나 부족한 조건이 아니라, 어쩌면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믿어버린 마음의 결박일지도 모릅니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그 부드러운 끈이 사실은 허상임을 깨닫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그 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발을 내딛는 순간, 당신을 가두었던 결박은 비단 실처럼 허망하게 풀려날 것입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이며, 당신을 묶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오직 당신 자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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