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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Sep 26. 2017

KG로지스 문닫나... 요동치는 내부자들

매각과 청산의 갈림길

KG로지스가 10월 중 기업청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업계로부터 제기된 가운데, KG로지스 측은 ‘청산설’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KG로지스가 기업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지만, 청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KG로지스 청산설의 발단은 일부 KG로지스 지점장들이 KG로지스의 청산을 기정사실화하고, 신규법인을 설립하여 청산 이전 인수합병을 하겠다는 게 골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KG로지스 지점장 5명은 발기인이 돼 각 2,000만원씩을 출자하여 신규법인 유엘(대표 이기린, KG로지스 대리점협의회장)을 설립했다. 이후 유엘은 1차 유상증자를 위해 9월 20일까지 KG로지스 각 지점장들에게 1,000만 원 이상의 청약금(납입금액 24억 원 수취 목표) 납입을 요구하는 주식청약서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KG로지스 한 대리점장이 받은 주식청약서

KG로지스 권역별 회장중 한 명인 K씨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KG로지스 지점장 사이에서 돌고 있는 문자)에 따르면 “지금 상황(청약금을 내지 않는 지점장들이 많은 상황)을 보니 지점장님들은 현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다음달(10월)이면 KG로지스가 청산을 하겠다고 나올 것이기에, 그전에 우리가 법인을 만들고 인수의향서를 보내 우리들이 뭉쳐있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가만 앉아서 죽을 것”이라 밝혔다(문건전문 첨부사진 참조). 문자에는 권역에서 설득할 수 없다면 ‘장대표님’이라도 보내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KG로지스 지점장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문자. KG로지스 청산 이전 법인을 만들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IB업계 관계자는 “청산이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잔여재산을 분배하고 청산소득세를 내고 기업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엘이 KG로지스의 지점망을 가지고 간다면 KG로지스는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껍데기만 남는 것이니, 헐값을 만들어서 KG로지스의 브랜드를 저렴하게 사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인터크루와 같은 의류업체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았는데, KG로지스와 같은 택배업체도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위와 같은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KG그룹, 우리는 ‘매각’을 하고 싶을 뿐


KG그룹 측은 청산설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K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KG로지스 매각에 대한 의도는 분명히 있지만, ‘청산’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KG그룹 고위 관계자는 “SI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회사에 매각에 대한 제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KG로지스의 지점장들도 KG로지스 매수에 참여하고 싶어 하여 다양한 매각 옵션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 밝혔다.


그는 지점장들이 KG로지스 인수의향서 제출을 위해 별도법인을 만든 것에 대해서 “KG로지스 지점장들이 인수는 하고 싶은데, 인수를 하는 방법을 모르니, KG로지스 측은 그 방법을 설명해 준 것”이라며 “그렇게 (‘유엘’이라는)회사가 만들어졌지만, 매각 결정은 KG그룹 내에서 하는 것이지 대표이사가 판다하면 팔리고, 안 판다하면 안파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산설에 대해서는 “KG로지스의 지점장들 중에는 유엘이 아닌 다른 기업이 KG로지스를 인수하게 하거나, KG로지스가 계속 운영하게 두려는 속셈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KG로지스가 실제 청산을 할 생각이라면, ‘매각’을 할 이유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각과 청산의 갈림길, KGB택배 통합 실패


KG로지스가 매각과 청산의 갈림길에 선 배경으로는 KG로지스의 KGB택배 인수합병 실패가 꼽힌다. KG로지스는 지난 2월 KGB택배를 인수합병하고 중복거점 대리점의 통합 과정을 진행했지만, 통합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은 미미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통합 실패의 결정적 이유는 영업소장(택배기사) 유입의 실패다. KG로지스와 같은 C2C 중심 택배업체에 있어 기업영업을 맡는 주체는 본사가 아닌 지역 ‘영업소장’이다. 이런 이유로 영업소장 유입의 실패는 단순히 ‘배송 담당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영업된 거래처(화주)의 동시 이탈을 의미한다는 게 KG로지스 대리점 관계자의 전언이다.


KG로지스 역시 통합 과정에서 ‘영업소장의 통합 대리점 흡수’가 통합의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실상 결과는 좋지 않았다. KG로지스·KGB택배 불공정 인수합병 대책위원회가 KG로지스에 제소한 소송장에 따르면 KG로지스가 KGB택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00여 곳의 대리점이 불공정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고, 이에 따라 1,00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이탈했다.


통합 과정에서 계약 해지된 한 KG로지스 대리점장은 “중복된 두 지점을 통합하면 당연히 물량이 늘어야 하는데, 많은 영업소장들이 통합 지점에 합류하지 않았다”며 “우리 지점만 해도 18명의 영업소장 중 7명이 거래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합 지점에 합류했고, 그 중에서도 3명 이상이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복수 택배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KGB택배를 인수한 이후에도 KG로지스의 실적은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KG로지스의 기업 매각 행보가 업계 곳곳에서 관측됐으며, 그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CJ대한통운 고위 관계자는 “KG로지스가 KGB택배 인수 이후 6월 달까지 BEP(손익분기점)를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KGB택배 인수 이후 손실액이 오히려 줄지 않고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모르지만 단기적으로 운영비용이 많이 들고, 조직 안정화가 어려웠던 것은 현실이었기에 그룹에서 계속 갈 수 없다 판단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진 택배 관계자는 “KG로지스가 지난 8월 택배조업사(물류터미널 인력도급업체)를 바꾸면서 이천 허브터미널이 무너졌다. 그 때 KG그룹 측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30억 원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데 업계에서 봤을 때 이 30억이라는 것은 고작 한두달이면 소진되는 금액이며, 택배터미널 조업 이슈 등으로 인해 적자가 더욱 증폭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KG로지스는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라 밝혔다.


로젠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유엘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KG로지스를 청산한다는 소문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G그룹 측은 “누가 KG로지스를 인수하든 KG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KG로지스의 대리점들과 모회사 주주 양측의 피해를 입히면 안 되는 두 가지 문제가 상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잘하는 회사에게 매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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