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어스의 미국시장 공략기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한 화장품 브랜드, 중국에서도 잘 팔렸다. 당연히 미국시장에 진출해서도 잘 팔릴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생소한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진출을 돕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유통채널을 활용하여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일본, 유럽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클리오, 메디힐... 한국에서는 꽤나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이 화장품 브랜드들이 해외,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선진국인 미국 시장에서도 잘 팔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조현재 비욘드어스 대표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미국시장에서 ‘브랜드’를 형성한 한국 제품은 거의 없다. 특히 P&G, 로레알, 존슨앤존슨 등 강력한 브랜드 계열사들이 한 세기에 거쳐 자리 잡은 미국시장에서 한국 뷰티 상품이 들어갈 틈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국내에선 손꼽히는 뷰티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라 해도 미국시장에선 국내 아무도 모르는 군소 뷰티 브랜드와 같은 이미지”라 밝혔다.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비욘드어스에 따르면 대형 뷰티 브랜드 A사와 제휴 관련 이야기를 한지는 약 4년 정도 됐는데, 계약이 되지 않아서 최근 다시 한 번 담당자와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비욘드어스는 그 때 A사 담당자에게 “2년 전 사내조직을 직접 꾸려서 미국시장 직접 진출을 했는데 월 최대매출 600만 원이라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국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형성한 A사에게 있어서 미국은 매뉴얼도, 노하우도 없었던 시장이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게 조 대표의 평이다.
조 대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마켓플레이스 입점은 진입장벽도 낮고, 기업이 아닌 개인까지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하지만 시장 사이즈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시장 진입자의 기업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입점 이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설명했다.
그는 또한 “결국 해외시장에 맞는 브랜드 노출, 마케팅 작업이 오랜 기간 진행돼야 매출이 안정화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며 “해당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역량 있는 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비욘드어스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한국 화장품 업체에게 ‘잘 팔리는’ 길을 열어주는 업체다. 미국 아마존 입점, 현지 고객에게 72시간 이내 배송, 상품 현지화 및 브랜딩 서비스를 핵심으로 내세운다. 비욘드어스는 그들의 BM을 자라의 ‘패스트 패션 모델’과 비유한다. 시장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지의 트렌드를 분석하여 4주 안에 해당 트렌드를 빠르게 공급하는 ‘패스트 뷰티’ 모델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현재 비욘드어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제휴 고객사는 약 40개며, SKU(Stock Keeping Unit) 단위로는 3000개의 상품을 미국 아마존닷컴에 입점, 판매하고 있다. 고객사로는 CJ올리브영,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홀리카홀리카, 메디힐, 클리오 등 한국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주를 이룬다. 비욘드어스가 한 달에 아마존FBA로 입점시키는 상품은 약 6만 건(하루 약 2000건 출고)이며, 지난해 기준 연매출은 약 60억 원이다.
비욘드어스의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아마존 내부 마케팅툴’을 활용하여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SNS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미국 현지 판매채널이 존재하지 않고 브랜드화가 되지 않은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 규모가 큰 마케팅을 실행하기에는 비용적인 제약이 크기 때문에 행한 결정이다.
비욘드어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단일유통채널’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지마켓, 11번가, 쿠팡 등 여러 마켓플레이스들이 시장을 나눠 경쟁하고 있는 국내 생태계와 달리 ‘아마존’은 단일 채널로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비욘드어스의 마케팅은 SNS를 통해서 브랜드를 알리고, 그 트래픽을 아마존이라는 단일채널로 끌어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비욘드어스는 아마존의 데이터 분석툴을 기반으로 상품의 현지화를 지원하기도 한다. 상품 현지화의 대표적인 예는 ‘상품공동개발’이다. 비욘드어스는 고객사에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고, 고객사가 요구한다면 어느 정도 제품 컨셉까지 잡아준다. 그러면 고객사는 해당 상품을 새로 개발하고, 이 중에는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전혀 새로운 브랜드도 있다. 현재까지 비욘드어스가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한 고객사는 총 3개다.
조 대표는 “기존 리테일의 성공 법칙은 대량 상품구매로 인한 가격 경쟁력 확충과 그 이후 오프라인망을 기반으로 한 상품 공급에 있었으나, 아마존 채널을 이용한 리테일의 성격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아마존을 통해 대량의 재고를 미국에 구비하지 않더라도, 미국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훨씬 가벼운 마케팅을 할 수 있으며, 판매자의 가장 큰 위험이라 할 수 있는 재고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욘드어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비욘드어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내 1위 마켓플레이스의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미국 내에서 택배비용을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율을 가지고 있으며, FBA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그 요율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최종고객 배송까지 7~10일의 시간이 걸리는데, 아마존은 그것을 이틀 안에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도 하다. 즉, 비욘드어스가 한국에 있는 업체임에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국에서 판매하는 셀러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FBA 사용에 대한 위험(Risk) 또한 존재한다. 비욘드어스가 꼽는 대표적인 위험은 ‘재고’와 관련된 것이다. 아마존 FBA 물류센터에 한 번 들어가면 회수(Ship back)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결국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양을 입고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비욘드어스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관건’이 된다.
비욘드어스의 수익모델
여기서 잠깐. 비욘드어스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비욘드어스는 해외에 상품을 판매하는 고객사의 물량은 전량 사입한다. 그렇게 사입한 상품에 ‘유통마진’을 붙여 미국 아마존에 판매하며, 그것이 곧 비욘드어스의 수익모델이다. 비욘드어스의 마진율은 사입 물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통상 13% 수준이다.
때문에 앞서 FBA 물류센터에 대한 재고 위험은 고객사가 아니라 비욘드어스가 떠안는다. 다행히 비욘드어스의 재고회전율은 한 달 100%에 가깝다고 한다. 월 6만개의 상품이 출고돼 FBA물류센터에 입고되고, 그 6만개의 상품이 한 달 사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부 팔리는 것을 뜻한다. 정확한 수요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고도화된 아마존의 데이터 분석툴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비욘드어스측 설명이다.
비욘드어스의 물류는 ‘아마존까지의 풀필먼트’라 할 수 있다. 실질적인 현지 물류는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이용하며, 그렇기에 비욘드어스가 수행하는 물류는 아마존 FBA까지의 입고를 최적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비욘드어스 제휴업체는 4가지 단계(비욘드어스는 이 단계를 티어(Tier)라 부른다)에 따라 물류 방법론이 달라진다.
첫 번째 티어는 한국 판매자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보내는 방식이다. 미국에 재고를 두지 않기에 재고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상품을 보낼 경우 높은 배송비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상품을 보내기 때문에 배송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비욘드어스 입장에서는 첫 번째 티어의 고객사를 빠르게 다음 티어로 넘기는 것이 주요 임무가 된다.
두 번째 티어는 DHL이나 UPS와 같은 글로벌 특송사를 이용하여 소량의 물건(10~20개 화장품이 들어가는 ‘소박스’ 단위)을 미국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내어 그것만 소화시키는 방식이다. 두 번째 티어부터 미국 소비자들은 비욘드어스 상품을 미국 셀러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배송시간에 배송 받을 수 있다. 미리 재고로 구비해둔 상품이 미국 소비자 주문과 함께 미국에서 배송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단계부터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가고, 그것은 재구매율 상승으로 나타난다는 게 비욘드어스의 설명이다. 자연히 해당 티어 고객사 상품의 ‘구매 규모’ 또한 늘어나게 된다.
세 번째 티어는 특송사가 아닌 ‘항공 포워딩’을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상품을 다루는 규모도 대박스 단위(5개 정도의 소박스, 50~100개의 화장품 적재)로 바뀐다. 이 때부터는 기존 소매업자(Retailer)와 동일한 조건에 미국으로 화물운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물류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비욘드어스는 이 단계를 미국 소비자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품의 공식 론칭 성공으로 평한다.
네 번째 티어는 세 번째 티어보다 더 많은 규모가 나와 ‘해상운송 포워딩’을 사용한다. 이 때부터 상품운송의 단위는 소박스, 대박스가 아닌 ‘파렛트 단위’가 된다. 파렛트 단위로 만들어진 상품은 ‘컨테이너’에 담겨 현지 비욘드어스 창고, 혹은 아마존 창고로 해상 운송된다. 이 때부터는 마치 월마트와 코스트코와 같은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 비욘드어스의 평가다.
고객사의 물량을 전량 사입하는 비욘드어스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티어를 올리는 것이 곧 비욘드어스의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이 되며, 고객사 입장에서도 티어가 올라가는 것은 더 많은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양측이 이익이 된다. 비욘드어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티어 물량은 전체의 2%가 채 안되며, 나머지 2티어, 3티어, 4티어 물량의 비중은 4:4:2를 형성하고 있다.
조 대표는 “비욘드어스는 고객사의 상품을 미국에 판매하면 할수록 수익뿐만 아니라 시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은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가령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통해 시카고에서 많이 판매되는 상품을 파악하고, 이것을 현지 오프라인 유통업자에게 제안하여 신상품 론칭을 제안할 수 있다. 비욘드어스는 이것을 ‘글로벌 O2O’라 칭한다”고 말했다.
비욘드어스는 국내에서 샘플로 소비되는 뷰티 상품들을 모아 합포장하여 ‘상품화’하고 아마존에 재판매하기도 한다. 사진은 합포장 준비중인 마스크팩들.
비욘드어스는 현재 글로벌 O2O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오프라인 소매상’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그게 완성이 된다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해보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위치를 결정하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이 가능해진다. 시장데이터, 상품데이터, 운송데이터, 세 가지 카테고리의 데이터 운영을 통해 진보된 글로벌 리테일을 만드는 것이 비욘드어스가 가까운 미래에 꿈꾸는 유통모델이다.
비욘드어스는 현재 티어별 고객 관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다. 박스의 가로세로 길이, 무게, 가격 등 국제물류와 상품판매에 필요한 데이터를 고객사로부터 받아 DB화하고, 이 데이터를 아마존에 대입시키고 판매량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브랜드 판매량에 따라 티어를 자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바코드화 작업과정. 비욘드어스는 그 자체로 아마존에 입점하는 셀러 중 하나다. 당연히 아마존 FBA 이용에 필요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데이터화를 위해 고객사로부터 사입한 박스에 바코드 부착은 의무가 된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비욘드어스 고객사에게도 상품판매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시점 비욘드어스는 별도 인력을 두고 상품판매, 주문 데이터가 작성된 ‘레포트’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시스템화함으로 더 직관적으로 간편하게 상품생산 및 공급 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가령 수분크림을 공급하는 고객사가 있다면, 이 수분크림이 미국 특정 지역에 흑인, 라틴계에게 많이 판매될 수 있다”며 “많은 고객사들이 이런 데이터를 궁금해하는데, 판매와 주문 데이터를 비욘드어스와 협업하는 고객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