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역사
시답잖은 이유로 음악을 시작했다.
가슴속에 낭만이 살아있던 스무 살.
한 아이에게 특별한 말을 전하고 싶었다.
마침 민중가요를 하던 친구에게 기타를 배웠다.
G, D, E마이너....
B마이너는 왠지 잡히지 않았다.
적당히 얼버무려 보자.
곡 하나가 얼추 완성됐다.
방과후 수업...
적당한 한기가 감돌고 있는 복도를 서성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동아리 뒤풀이가 있는데..."
"응"
"같이 가자!"
괜스레 산책이 하고 싶었나보다.
바로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한참을 돌았다.
어느 철학자의 이름을 딴 산책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 어디선가 봤음에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았다.
딱히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엉거주춤 메고 있던 통기타를 끌렀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곡이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적당한 인기척이 느껴지던 숲 속.
어설픈 기타 소리와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절은 하지 않았다.
가사를 못 외웠다면 변명이다.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고 전하고 싶던 말을 꺼냈다.
그 시절에 난 너에게,
영원의 약속이 되고 싶었다.
이 시절에 넌 나에게,
한 편의 추억이 되어 남았다.
순수했던 기억.
스무 살의 밤.
난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