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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ug 16. 2018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낭만의 역사

시답잖은 이유로 음악을 시작했다.


가슴속에 낭만이 살아있던 스무 살.

한 아이에게 특별한 말을 전하고 싶었다.


마침 민중가요를 하던 친구에게 기타를 배웠다.


G, D, E마이너....


B마이너는 왠지 잡히지 않았다. 

적당히 얼버무려 보자.


곡 하나가 얼추 완성됐다.


방과후 수업...

적당한 한기가 감돌고 있는 복도를 서성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동아리 뒤풀이가 있는데..."


"응"


"같이  가자!"


괜스레 산책이 하고 싶었나보다.


바로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한참을 돌았다.


어느 철학자의 이름을 딴 산책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 어디선가 봤음에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았다. 

딱히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엉거주춤 메고 있던 통기타를 끌렀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곡이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적당한 인기척이 느껴지던 숲 속.

어설픈 기타 소리와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절은 하지 않았다.

가사를 못 외웠다면 변명이다.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고 전하고 싶던 말을 꺼냈다.


그 시절에 난 너에게,

영원의 약속이 되고 싶었다.


이 시절에 넌 나에게,

한 편의 추억이 되어 남았다.


순수했던 기억.

스무 살의 밤.

난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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