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출, 별이 저물다
후배가 앨범을 냈다. 학창시절 마지막 공연을 함께했던 친구다.
합주실 하나 없어서 '노래방'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던 그 시절, 취미밴드 수준의 우리 팀에 있기는 아까울 정도로 베이스 연주를 잘했던 친구기도 하다.
기대감에 부풀어 타이틀곡을 들었다. 제목은 '별이 저물다'다. 슬픈 노래다. 지난날 별처럼 빛나던 아름다운 무엇인가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는 내용의 가사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를 낭만주의자라 평했다. 남들과 같은 것은 싫었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조금은 이상해 보이기도 한 짓들을 참 많이했던 것 같다.
정파보단 사파가 좋았고, 대중가요보단 인디음악이 좋았고, 물류보단 문화콘텐츠가 좋았다. 남들 다 있는 토익성적 따위 졸업할 때까지 없었고, 자소서라곤 이베이 인턴모집에 '아마존'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다 떨어진 것 하나말곤 써본 적이 없다.
그 시절, 나와 함께 낭만을 즐기던 이들은 하나둘 사회라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품은 낭만은 바스러지고, 그 자리엔 현실만 남았다. 현실로 가득찬 세상에 난 오롯이 낭만주의자로 남았다. 축복이다.
음반을 보내주고 싶다고 주소를 묻는 후배에게 물었다.
내가 스트리밍으로 노래 들으면 얼마 정도 들어오냐
편곡자에게 주는 돈이 0.7원인데, 밴드 인원수만큼 나누면 된다고 한다. 절대 본전도 못찾는단다. 현실이다.
거기에 후배가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친구들이랑 추억앨범으로 만든 거에요. 돈 욕심은 안내려구요 ㅋㅋㅋ
별이 진 세상을 노래하는 친구들이 아직 낭만을 품고 있다. 밴드 이름은 창출. 창원 출신들이 만들어서 창출이라고 한다.
난 여전히 낭만주의자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