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우리들
2009년은 나에게 특별하다.
생활과학에서 물류로 전공을 변경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물류를 할 생각은 없었다. 무난하게 취업 잘된다고 하는 경영학과로 과를 바꾸고 싶었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함께 전과 공부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전자공학과로 가고 싶다더라. 공대가 강세인 이 학교에서 '전화기'라 불리며 최고 인기를 누리던 곳이었다.
왠지 꿀리기 싫던 와중, 물류가 보였다. 특성화 학과고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H사 입사 보장이라는 괴랄하지만 끌리는 조건도 붙어있었다. 여기네. 팔자에도 없던 영어 인터뷰를 준비했고, 합격했다. 그 친구도 같은 날 합격 소식을 받았다.
청계천이었다. 예쁘게 꾸며진 200m 구간을 벗어나 1km, 2km 미개척 구간까지 하염없이 같이 걸었다. 용기내서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가열차게 차였다. 어줍잖은 서열 놀음이 문제는 아니었던 것인지라.
한참 지난 이야기지만 그 아이에게 감사한다. 별 생각 없이 술만 먹고 살던 나에게 동기를 불어넣어 줬으니. 그 때 물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그 시절의 나는 여느 다른 젊은이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별다른 꿈이 없었다. 그저 높은 학점이, 좀 더 나은 전공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마냥 술을 부어대며 낭만이 어쩌니 미주알대는걸 즐겼다. 사실 그거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하고 자신을 깎아내리고. 그 와중 내세울 것을 찾아 갈망하던. 한없이 약한 사람이었다.
이건 그 시절 한창 들었던 음악이다. 인디뽕에 취해서 가사를 음미했다.
우리가 모든게 이뤄질 거라 믿었던 그 날은. 어느새 손에 닿을 만큼이나 다가왔는데. 그렇게 바랬던 그 때 그 맘을 너는 기억할까.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던 2009년의 시간들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만큼 성장했는가. 무엇인가 손에 닿을듯 잡히는게 있는가. 어제 저녁에 먹었던 딸기빙수에 누가 소주라도 탄듯 취한 것 같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