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물류의 대부를 꿈꾸던 학생이 글을 쓰게된 이유
5년전 만들었던 블로그를 봤다.
뭐 이렇게 술사진밖에 없는지...
그저 웃음이 나더라.
기타는 못치지만 밴드음악은 좋아했던 청년
물류기업 아닌, 유통기업 취업을 꿈꿨던 물류학도.
스스로를 '사파물류인'이자 '신념충'이라 표현했던 자신감.
내 짧았던 학창시절의 기록이 블로그 안에서 스러져간다.
기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직업이었다.
저널리즘의 위기?
전문기자판이 어떤가?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정식으로 취재기자 생활을 시작한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기자가 된 이유. 나에게 이곳은 이상한 세상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쓰고 싶은 글을 썼다. 내 의견은 사업 및 콘텐츠에 즉각 반영됐다.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때문에 더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동문수학했던 사람들이 있는 물류판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한 때는 저널리즘에 미쳐있었다. 언론이란 대체 무엇이고 정의로운 기자란 무엇인가. 그래서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생판 얼굴도 몰랐던 다른 언론사 선배들에게 다짜고짜 연락을 했다. 멋진 사람들이 많았다. 안팎으로 '기레기'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되는 시대에 이들의 신념은 나를 감화시켰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저널리즘에 대해 얄팍한 정의를 내려본 적도 있다. "올바른 정보를 세상에 더욱 잘 알리는 것"이라 정했다.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더 이상 저널리즘이라는 단어에 목매지 않는다. 하지만 신념에는 여전히 목을 맨다. 나는 물류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글을 쓴다. 때문에 물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인터뷰가 끝난 후 몇몇 이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잘 몰랐었는데 우리가 물류와 많은 부분이 연결되어 있었네요!"
이런 답변을 들으면 희열이 느껴진다.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기쁨. 글쓰기는 중독이다.
회사를 나오는 것이 행복했다. 주말에 집에서 아무 일도 없을 때는 홀로 회사에 나가 글을 썼다. 한 편에 글을 쓴 뒤 마시는 술맛의 달콤함을 알았기 때문인지라. 이따금 내가 쓴 글로 인해 세상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나는 미쳐 환호했다. 이미 정상인의 범주는 아닌 것 같다.
기자생활 1년.
나는 여전히 기타는 못치지만 세상을 노래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유통기업에 취업하지는 않았지만, 물류 아닌 물류를 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파물류의 대부가 되지는 못했지만, 남들 보기에 조금 이상한 글을 쓰고는 있다.
2015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수많은 자리에서 의기투합한 선배, 스타트업, 물류업계, 그외 수많은 물류 아닌 물류 이야기를 전해준 관계자분들께 사랑의 말씀을 전한다.
1년차 햇병아리 기자생활이 오늘이 지나가면 끝난다. 2년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병아리다. 모르는 것이 많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2016년도 역시 세상에 없던 물류를 이야기하며 미친듯이 달려나가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