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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pr 10. 2020

풀필먼트, 무엇인가

모든 것이 풀필먼트

비즈니스 토론클럽 인사이터의 요청을 받아 4월 18일부터 5월 30일까지 격주 토요일 클래스를 맡아 진행합니다. 제가 열심히 주제 발표를 하고, 참가자 분들과 함께하는 발제 및 토론이 뒤를 잇는 모임이구요. 제목은 거창하게 아마존 물류 BM 뒤집기라고 잡았지만, 아마존은 훼이크입니다. 그간 제가 경험하고 들었던 여러 물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사실 '풀필먼트'라는 키워드 하나면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아마존식 풀필먼트 정의가 필요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들고 왔습니다.

풀필먼트(Fulfillment). 사전적인 의미로는 '처리' 또는 '이행'을 뜻하는데, 한국에선 왠지 모르게 물류창고 비즈니스 같은 느낌으로 쓰이고, 3PL과 다른 게 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고 출고하기까지 운영을 대행하고 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풀필먼트일까요? 풀필먼트의 원조는 아마존이 2006년부터 하고 있는 'FBA(Fulfillment By Amazon)'일까요?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풀필먼트는 조금 다릅니다. 

쿠팡 물류센터 운영 법인 이름은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입니다. 인력도급사 컴서브보다 이 이름이 훨씬 멋있네요.

저는 풀필먼트란 고객의 요청을 받아서 완수하기까지의 모든 흐름을 잘 처리하고자 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풀필먼트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흐름'을 표현하는 용어라 생각합니다. B2C 이커머스 물류요? 다품종 소량이요? 풀필먼트일 수 있죠. B2B 기업물류요? 소품종 대량 파렛트로 나간다고요? 이것도 풀필먼트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가 한다는 풀필먼트요? 풀필먼트 맞겠죠.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한다는 풀필먼트요? 이것도 풀필먼트죠. 카페24와 코리아센터의 풀필먼트요? 코리아센터는 대놓고 오픈 풀필먼트가 미래라고 하고 있고, 카페24는 남몰래 풀필먼트 한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입수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풀필먼트 사업 계획 표지. 사실 상상도 못했는데 별별 풀필먼트가 몰려 옵니다.

요컨대 흐름이 있는 모든 곳에 풀필먼트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 흐름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풀필먼트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모든 흐름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사고가 덜 나도록 끊임 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최근 210억원의 투자를 유치, 풀필먼트를 강화한다고 하는 이커머스 업체 브랜디 물류센터. 동대문 도매 사입부터 소비자 배송까지의 물류를 처리하는데, 이 또한 풀필먼트입니다.

수많은 사고의 연속으로 풀필먼트는 점점 더 단단해집니다. 아마존이 자랑하는 시스템 랜덤 스토우(Random Stow)라는 것을 도입한 국내 한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가 터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대체 황사 때문에 중국에서 오는 배가 늦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저는 우체국 포장 까대기에 지쳐 풀필먼트 업체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정말로 풀필먼트라는 것을 쓰니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풀필먼트는 더욱 강해집니다. 점점 강해지는 풀필먼트 이야기를 이번 모임에서 전하고자 합니다.

전 이놈의 잡지 포장을 1년 이상 했습니다. 누가 이 잡지를 부셔서 우리 고객을 분노하게 했을까요? 이걸 알아 내는 것이 풀필먼트입니다.

물론 제가 이번 모임에서 토의할 큰 주제는 4가지나 되고 그 중 '풀필먼트'는 하나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세 가지 주제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와 섭스크립션, 크라우드소싱은 어떻게 풀필먼트와 연결해서 이야기 할 수 있냐고 누군가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저의 임무가 되겠죠.

거지 같은 마포구의 언덕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강한 다리가 풀필먼트를 만듭니다. 고객 클레임이 심하게 걸리면 잘릴 수도 있으니 조심합시다.

예컨대 아마존글로벌셀링이 FBA 사용을 권장한다고 하지만, 미국 아마존까지 물류는 판매자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이 흐름에서도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걸 조금씩 풀어간다면, 이것도 풀필먼트입니다. 쿠팡의 '로켓와우' 구독 멤버십의 확산으로 소포장 주문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걸 처리하고자 차량을 개조한 쿠팡의 방법론 싱귤레이션이 어찌 보면 또 풀필먼트입니다. 쿠팡맨들이 싱귤레이션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는데, 이걸 또 해결한다면 풀필먼트입니다. 배달의민족도, 신세게도, 롯데도 30분 배달에서 경쟁한다고 하고, 여기에 크라우드소싱 기반 플랫폼 노동이 결합되는데 이 또한 풀필먼트입니다. 제가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고 오랫 동안 우겨왔듯, 이번에는 만물 풀필먼트설을 주창해 보고자 합니다.

쿠팡이 굳이 이상하게 생긴 차량을 도입한 이유가 있는데, 이 또한 풀필먼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단독으로 어떤 모임을 리딩하여 유료(!)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저의 시장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항상 이럴 때는 가슴이 떨리고 동시에 설레기도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저는 소중한 시간과 그보다 소중한 돈을 내고 오시는 분들에게 금액 이상의 가치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따름입니다. 


시국이 시국이라 많은 분들이 오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해서 홍보글을 모집 마감 D-2일에 올려 송구합니다. 그럼에도 저와 함께 하고 싶은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아래 페이지에서 모임 참가 신청이 가능합니다.


[인사이터 모임 신청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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