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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ug 24. 2020

온라인으로 갤럭시노트20 개통한 썰

feat. SK텔레콤

요즘 아닌 곳이 없지만 오랫동안 '온라인화' 되지 않았던 휴대폰 시장에도 슬슬 온라인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쿠팡이 온라인에서 KT와 LG유플러스 핸드폰을 배송해서 개통까지 해주는 '로켓모바일' 서비스를 최근 론칭했고, 사실 그 전에도 통신3사는 모두 각각의 방법으로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에 필요한 것은 뭐다, 당연히 물류죠. 쿠팡이 로켓모바일 새벽배송을 강조하는 것처럼, LG유플러스 사내벤처인 크라우드소싱 물류업체 '디버'가 핸드폰 배송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처럼, KT가 배달대행업체 최근 메쉬코리아의 망을 빌려 물류 서비스를 시작한 것처럼, SK텔레콤 T다이렉트샵에서 구매한 핸드폰을 이륜차 물류업체 원더스의 배송기사가 배송하고 개통까지 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저도 이번에는 평소 애용하던 오프라인 핸드폰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바꿔봤습니다. 맘 같아서는 쿠팡의 로켓모바일을 써보고 싶었지만, 제가 이용하는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쿠팡과 제휴하지 않았죠. 아쉬운 마음에 SK텔레콤의 T다이렉트샵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가격

아시다시피 단통법 이후로 휴대폰 시장은 '가격 대통합' 시대를 맞이합니다. 기기마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대리점 차원에서 공시지원금의 15%까지 추가 지원금을 설정할 수는 있다는 점 정도요?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은 선택한 통신 요금제의 25% 할인으로 이 역시 고정돼있습니다. 요컨대 휴대폰을 잘 샀다 치려면 최대치의 '공시지원금' 혹은 25%의 '선택약정 할인' 중에서 할인율이 높은 것을 선택해서 구매하면 되겠죠? 여기까지 합법의 영역이고요. 이 이상 치고 오르는 '불법 보조금'의 영역이 있지만, 그건 굳이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SK텔레콤 T다이렉트샵에서 갤럭시노트20을 산다면, 합법의 영역에서는 적정 가격을 충족할 수 있어요. 괜히 성지(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많이 주는 판매점을 부르는 은어) 순례하다가 역관광 당하는 게 두려우신 분들이라면, 맘 편히 T다이렉트샵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죠. 


현재 T다이렉트샵은 갤럭시노트20 울트라 기준 공시지원금 15만원에 추가 지원금 15%를 추가한 금액 17만2500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지급해요. 하지만 저는 쿨하게 89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할 거라 25%의 선택약정 할인폭이 더 커요. 24개월 동안 SK텔레콤에 충성하겠다는 약정에 서약을 한다면 총 534000원((89000*0.25)*24) 상당의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선택약정 할인 금액이 SK텔레콤이 기기 구매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17만2500원보다 높으니 이게 더 이득입니다. T다이렉트샵에서는 이걸 직관적으로 계산하는 툴이 있으니 활용하면 좋고요.

이렇게 요리조리 바꿔보면서 지원금을 비교해볼 수 있어요.

여기서 카드제휴 할인이나 가족결합 할인, 제휴 쇼핑몰 적립금 지급, 기기를 구매하면 지급하는 사은품 같은 건 알아서 챙겨봐주시면 됩니다. 예컨대 쿠팡의 로켓모바일에서 내세우는 대표 혜택은 24개월 무이자 할부(일부 제휴카드 한정)인데, 이런건 T다이렉트샵에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일시불로 145만2000원 쿨거래 했습니다. 5.9% 할부 이자 따위 내지 않으리라.


결제

여기부터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맘에도 없던 SK페이를 가입하고 카드를 등록하고 결제를 하려니까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류가 발생했다는 팝업이 뜹니다. 한 3번 연속 이러니 당장 오프라인 대리점에 나가서 핸드폰을 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아래 사진은 그놈의 결제 때문에 최종 결제까지 10번은 더 시도한 기록입니다. 첫 결제 시도한 게 오후 2시13분이고, 마지막 결제 성공한 게 오후 3시10분이니 1시간 걸렸네요.


저의 분노가 느껴지시나요?

도로명 주소밖에 검색이 안 되는 주소 시스템도 굉장히 화가 납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저희 집과 사무실의 도로명 주소를 외우지 못한 제 잘못이겠지만, 다른 주소 시스템은 이렇지 않았는걸요. 여기서도 두 번 정도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꾹꾹 눌러 참았습니다. 덕분에 저희 집이랑 사무실 도로명 주소를 외웠습니다.


주문

우여곡절 끝에 결제를 마쳤습니다. 제가 T다이렉트몰에서 굳이 핸드폰을 구매한 이유는 사실 '오늘 도착'이란 녀석 때문이었습니다.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원더스가 운영하는 아이인데, 기본적으로 제가 있는 위치까지 휴대폰 '당일배송'이 되고요.


더 큰 이유는 이게 막 대리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배송기사가 배송만 하고 끝이 아니라 개통도 해주고, 데이터 이전도 해주고, 결합할인도 추천해주고, 오늘 보상이라고 이제는 안녕할 제 LG폰도 현장에서 바로 사가서 입금을 해주는 그런 좋은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제 오랜 친구 LG폰과 안녕할 준비를 마치고 주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죠? 근데 뭐가 없습니다. 그래요. 뭐가 없다 했더니 배송기사가 언제 올지 메시지가 안 옵니다. SK텔레콤으로부터 받은 안내문자라고는 중고폰 구매는 이렇게 한다는 '오늘보상' 안내 정도인데요. 저는 그 날 7시 술약속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배송기사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내 핸드폰 어디 있니...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SK텔레콤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죠. 시간은 오후 4시30분경. 역시나 갤럭시노트20 정식 발매일이 맞물려서 전화연결은 늦어집니다. 꾹 참고 기다립니다. 어떻게 연결이 되고나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이 오늘 도착 서비스의 마감 시간이 오후 3시더군요. 제가 주문을 마무리한 것은 오후 3시10분이었으니 도착 시간은 다음날로 밀린 겁니다. 이거 좀 자동으로 다음날 배송된다고 문자 안내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연결된 CS 담당자에게 그럼 내일 상품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내일 배송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여러 사정에 따라서 내일 배송이 안될 수도 있다나요. 내일 배송팀으로부터 연결이 갈텐데, 그 때 언제올지 일정을 조율해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뭔가 총체적 난국입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저는 집에 머물다가 저녁 약속에 맞춰 합정에 넘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근데 배송기사가 언제 올지 특정할 수 없습니다. 맘 편하게 아침부터 사무실이 있는 합정에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정시성과 가시성. 물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기본이지만, 이렇게 힘든 겁니다.


배송

그렇게 하루 넘어 다가온 토요일. 자그마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전날 새벽 5시까지 술을 먹어서 오전 11시30분이 돼서야 정신을 차렸거든요. 목표로 한 오전중에 합정에 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될대로 되라 생각하면서 숙취를 이기고자 집에서 짬뽕 한 그릇 시켜 먹고 있는데 오후 1시 즈음 전화가 옵니다. 30분 안에 도착할 것 같다는 배송기사의 안내였습니다. 지금 어디시냐고 묻는 질문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천이요"라고 대답했는데, 조금 숙연해집니다. 인천에서 합정까지는 음... 30분은 좀 많이 무리죠.


다행인 것은 이어진 배송기사의 답변입니다. 다행히 2회전 배송 시간이 오후 5시부터 시작하니 이후에 다시 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오후 5시가 다 넘어서야 밍기적대며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왜인지 전날 새벽까지 같이 술먹다가 중간에 도망친 박리세윤 PD가 사무실에 있더군요. 옷차림을 보아하니 집에 안 가고 사무실에서 잤나 봅니다. 이 친구도 난놈입니다.


그렇게 핸드폰은 별탈없이 오후 6시가 좀 넘어서 저에게 잘 도착했습니다. 사실 T다이렉트샵을 쓴 이유는 배송기사의 대리점 수준의 서비스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였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대면 개통 및 데이터 이전 서비스는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합니다. 대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개통 매뉴얼이 하나 들어있다고 참고하라고 하더군요. 아니 이걸 어떻게 개통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유심 옮기고 전화 하면 알아서 개통될 거라고 하네요. 요즘 굉장히 쉬워졌다고요.


그렇게 언박싱을 하니 핸드폰이 들어있는 박스와 혼자서도 개통 잘하는 웰컴북. 사은품으로 선택한 블루투스 키보드와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때문인지 마스크와 손세정제 키트가 들어있네요.

갤럭시노트20 울트라 언박싱.

오늘 보상

또 하나의 목적. LG폰과 이제 안녕을 해야죠! 근데 배송기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LG G7 모델 오늘 보상 신청해주셨죠? 음... LG폰은 통상적으로 급이 좀 낮아요. A급이더라도 G7 모델이면 한 9만원 정도 할까요? 일단 한 번 볼께요" 그렇게 15초 정도 쓱 살펴보더니 B-라는 판정을 내려줍니다. 자기가 사가면 5만원은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 내가 사전에 본 오늘보상 예측 프로그램에는 12만3000원이라고 나오던데!


그러면서 쓱 꺼내는 말이 이건 그냥 와이파이 용도로 쓰거나 당근마켓에 팔면 더 잘 팔릴 거랍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당근마켓 이름을 들을지 몰랐습니다. LG폰 쓴다고 그렇게 놀림 받았는데, 헤어지는 것도 맘대로 못하는구나. 운명인가 봅니다. 그냥 앞으로도 LG폰은 우리집 한 구석에 추억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집에 LG폰만 세 대 더 쌓여있는 건 비밀입니다.


개통

그렇게 당근마켓 드립을 치고 바람처럼 사라진 배송기사의 말처럼 개통은 정말 쉬웠습니다. 정말 SK텔레콤에 개통 해달라고 요청 전화 한 번 하니 30분 정도 지나니 개통 완료 메시지가 오더군요. 이후 유심을 교체 위한 핀을 찾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별거 아니었습니다.


데이터 이전도 아주 쉬웠습니다. 저 스스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스마트스위치라고 앱 하나만 설치하면 알아서 쭉 이동하네요.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데이터 양이 많아서 한 4시간 걸렸는데, 그 동안은 노트북으로 다른거 하면서 놀았습니다. 데이터 이전 끝나고 사무실을 나서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네요. 택시타고 집에 가야겠습니다.

폰 바꾼 기념으로 사무실 앞 풍경을 찍었습니다. 사진기 좋네요.

그렇게 저는 근 7년만에 오랜 LG폰 생활과 안녕을 고하고 삼성폰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음 핸드폰은 당근마켓에서 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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