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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ug 04. 2021

물류 기사 읽어드림 #1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전쟁

커넥터스 뉴스 클리핑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수천개가 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기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제목만 약간 다른 똑같은 내용의 기사, 신선해보이지만 읽어보면 막상 새로울 게 없는 기사, 새로운 정보를 담았지만 정보에 대한 해석은 비어 있는 기사까지. 언론 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제가 이렇게 느끼는데, 아마 업계에 속하지 않는 분들의 기사 찾기 스트레스는 더욱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모든 산업 기사를 관점을 가지고 큐레이션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잘 아는 영역은 있습니다. 커머스와 물류에만 집중합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매일 커머스와 물류 업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식을 큐레이션 할 것입니다. 큐레이션만 해서는 전달 드리기 어려운 소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이렇게 별도의 글을 통해 정리합니다.

구독료는 공짜입니다. 카카오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비를 쉐어링 해준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의 관심과 구독이 제 먹고사니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이제부터 첫 번째 큐레이션을 시작하니 글을 읽어보시고 이거 좀 정기적으로 받아볼만 하다고 생각하시면 아래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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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의 전장은 한국을 넘어서


이커머스의 경쟁지가 자연스럽게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인도와 한국에서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 'AGS(Amazon Global Selling)'을 처음 시작한 아마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2021년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 커머스 사업을 시작하고 최근 글로벌 사업을 위한 상표 출원을 한 쿠팡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내외를 막론한 다양한 커머스 업체들이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 역으로 글로벌의 다양한 상품을 한국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경쟁한지 오래입니다.


이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이 무르익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물류업체'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작은 업체들의 도전은 예부터 있었지만 대기업의 도전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거대한 덩치로 인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대기업들이 괜히 득달 같이 이 시장으로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미개척지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그 시장의 강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련된 뉴스들이 몇 가지 있어 꼽아 왔습니다. 해석은 덤입니다.


1. 네이버, 브랜디에 200억원 추가 투자…동대문 상품 연내 日 판매[연합뉴스]

2. 딜리버드, 일본 특송 서비스 오픈[패션비즈]


이커머스 업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두 뉴스의 공통점을 한 눈에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디와 딜리버드(신상마켓). 모두 네이버의 풀필먼트 동맹군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의 일원이고,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고, 일본향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오픈했습니다.


사실 브랜디, 딜리버드 두 업체 모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위한 일본향 물류 서비스를 준비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정식 서비스 오픈 공지가 안 떴을 뿐이지 자그마한 테스트는 이미 수차례 이상 진행됐죠. 이유는 간단한 것이 일본에 한국 패션 상품에 대한 '니즈'가 있었습니다. 괜히 무신사가,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현 카카오스타일)가, 독자 노선으로 트래픽 상승세를 그리는 에이블리가, 패션 자사몰 군단을 업은 카페24가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을 구상하고자 열심이 아닐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 모든 업체들의 의욕과 달리 사업 진척의 속도는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본의 보수적인 문화, 한국의 속도전과 맞지 않는 느린 의사 결정 등이 맞물렸다는 해석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네이버 이슈로 돌아오자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오픈을 통해 일본에 신규 판매채널(이자 소싱채널이 됩니다.)을 확보하고, 소프트뱅크가 기보유했던 야후쇼핑, 조조 등의 채널을 통해서 한국의 동대문 패션상품을 나르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상반기 예정됐던 네이버의 일본 스마트스토어 오픈 계획은 자연스럽게 '하반기'로 늦어진 상황이죠.


여기서도 속도전을 펼치고 싶은 네이버의 의중과는 별개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자본 동맹을 맺고 소프트뱅크의 야후쇼핑, 네이버의 라인 운영을 포괄하는 합작법인 Z홀딩스를 세웠지만, 사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에게 여러 파트너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당장 소프트뱅크가 자본을 뻗쳐놓은 범아시아 커머스 플랫폼만 하더라도 중국의 알리바바, 동남아시아의 라자다(알리바바 자회사), 토코피디아, 인도의 플립카트(소프트뱅크 비전펀드2)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와 커머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포트폴리오로 건재합니다.


여기 더해 플렉스포트, 그랩 등 현지 커머스 업체와 연계할 수 있는 모빌리티,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네이버가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동맹군을, 범아시아 단위에서 먼저 만들어놓은 자본의 뿌리가 소프트뱅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네이버가 향후 주가의 폭발적 상승을 보일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는 '일본' 진출의 성패에 달렸다고 보입니다. 그렇기에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움직이고자 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클라우드 단에서 보입니다. 네이버 클라우드단에서도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야후쇼핑 등 현지 채널 연동 작업이 한창이고 이는 일본의 미온적 움직임에 네이버가 한 발짝 먼저 한국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한 박자 늦어졌지만, 하반기에는 네이버의 일본 사업에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3. 한진, 이커머스 전담 조직 신설… “맞춤형 배송·글로벌 진출 지원”[조선비즈]


국내 1위 택배 사업을 보유한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도 '이커머스 본부'를 최근 신설했습니다.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택배' 연계형 풀필먼트가 한진의 경쟁력이 됩니다. 택배사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여타 물류센터만 운영하는 3PL업체들의 풀필먼트 서비스와 달리 택배 연계형 풀필먼트는 택배 허브터미널 지근거리에 보관 거점을 둠으로 물리적인 이커머스 주문 마감 시간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오후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요즘 트렌드는 익일배송뿐만 아니라 쿠팡의 다른 물류 타임라인인 '새벽배송', '당일배송'과 같은 서비스까지 확충하는 것이고, 한진 또한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진의 기존 택배망은 '당일배송', '새벽배송'까지 호환되긴 어렵습니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hy(한국야쿠르트)와 물류망 구축을 위한 협업을 맺었는데, 이런 다양한 마이크로 인프라와 연계한 제휴망 구축을 물류업체들이 적극 고민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역시나 요즘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크로스보더 풀필먼트(글로벌 이커머스 물류대행) 체계 구축 또한 한진의 아젠다 중 하나로 자리잡았네요.


한진에게 숙제가 있다면 '인프라'입니다. 이미 대단위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쿠팡과 달리 한진이든, CJ대한통운이든 화주사의 주문을 감당할 수 있는 캐파(Capacity) 확충을 위한 물류거점, 시스템 투자가 필요합니다. 당장 CJ대한통운도 네이버 풀필먼트를 위해서 20만평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추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물류 인프라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백~수천억원 이상의 자본 투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당장 택배형 풀필먼트 업체들이 쿠팡 이상의 빠른 배송을 위한 규모, 범위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유통사인 쿠팡과 달리 안정적인 기반 물량이 부족하다는 숙제도 존재합니다. 한진은 이를 '연합군' 모델로 풀고자 하는 모습입니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동맹군을 구축했으니, 한진은 네이버가 아닌 다른 파트너를 선택할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카카오면 어떨까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론칭한 택배 서비스 파트너로 '한진'이 붙었는데, 앞으로 협업전선 구축 상황 또한 의미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조금은 절실한 한진에 비해 카카오에게 한진은 여러 가능한 물류 파트너 중 1개사일지 모르겠습니다. 한진 나름대로 고민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4. 쿠팡·CJ대한통운 겨냥?…LX판토스, 이커머스 물류 도전장 속도 낸다[SBS]


LG그룹(현 LX그룹으로 분리) 계열 글로벌 물류업체 판토스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습니다. 사실 판토스가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이 기사는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즉 글로벌 풀필먼트를 본격화했다는 측면에서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SBS는 기사에서 "판토스의 이커머스 물류 전쟁 참전으로 현재 이커머스 물류를 꽉 잡고 있는 CJ대한통운과의 경쟁구도가 관심사로 떠오른다"고 평했는데요. 제 의견을 붙이면 CJ대한통운은 택배의 지배자일지언정 이커머스 물류를 꽉 잡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판토스 또한 CJ대한통운과 굳이 경쟁하고자 안할 것입니다.


이는 판토스가 새로 시작한 풀필먼트 비즈니스의 방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판토스가 집중하고 있는 물류의 방향은 로컬이 아닌 글로벌입니다. 애초에 CJ대한통운, 한진 등과 다르게 '택배' 비즈니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판토스는 마감시간 설정과 원가 측면에서 택배형 풀필먼트와 부딪쳐서 이기기 힘듭니다. 마감시간 설정은 아까 설명했으니, 원가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택배형 풀필먼트는 풀필먼트(물류센터 입출고 운영 대행, 재고관리)에서 돈을 못 벌더라도, '택배'에서 상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리자면 CJ대한통운 풀필먼트(네이버 브랜드스토어 풀필먼트)의 첫 번째 외부 대기업 고객사는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이 왜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판토스의 로컬 풀필먼트가 아닌, CJ대한통운을 선택했을까요? 매년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판토스이기 때문에, 단순히 ESG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을 선택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판토스가 굳이 로컬 아닌 '글로벌 풀필먼트'를 겨냥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판토스는 현재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MD상품 물동량을 인천 물류센터에서 대행하고 있고, 패션, 뷰티 등 MD상품 외에 크로스보더 풀필먼트에 적합한 다양한 물동량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여타 경쟁 물류업체들이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영역에 진입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한진 사례처럼 이미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대행을 하겠다고 나선 업체들이 꽤나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판토스는 글로벌 포워딩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거점을 후발 진입주자를 방어할 무기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1위 택배사는 CJ대한통운이지만, 1위 포워딩은 판토스가 맞거든요. 때문에 굳이 판토스의 유력 경쟁사를 찾아보자면 CJ대한통운보다는 큐익스프레스가 적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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