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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ug 09. 2021

네이버가 카페24를 먹는다?(Ver. 시나리오)

네이버, 카페24, 경쟁과 공생의 갈림길

하루에도 수천개가 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기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제목만 약간 다른 똑같은 내용의 기사, 신선해보이지만 읽어보면 막상 새로울 게 없는 기사, 새로운 정보를 담았지만 정보에 대한 해석은 비어 있는 기사까지. 언론 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제가 이렇게 느끼는데, 아마 업계에 속하지 않는 분들의 기사 찾기 스트레스는 더욱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모든 산업 기사를 관점을 가지고 큐레이션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잘 아는 영역은 있습니다. 커머스와 물류에만 집중합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매일 커머스와 물류 업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식을 큐레이션 할 것입니다. 큐레이션만 해서는 전달 드리기 어려운 소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이렇게 별도의 글을 통해 정리합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정기적으로 받아볼만 하다고 생각하시면 아래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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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카페24를 인수한다고?

 

주말 사이 전해진 큰 소식입니다. 한국경제가 8일 투자은행(IB) 업계를 인용하여 네이버가 카페24 지분 20%를 신주 발행하여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이르면 이번주 체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카페24의 단독 최대주주가 됩니다. (2021년 3월 기준 카페24 주주 현황 : 우창균 사내이사 15.29%, 이재석 대표이사 7.79%, 이창훈 사내이사 6.9%, 이상 카페24 공동창업자 3인)     


카페24는 인수합병 소식에 대해 “당사는 주요 사업파트너와 자본적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라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도록 하겠습니다”고 9일 공시했습니다.     

카페24 최근 3개월 주가 현황. 지지부진했던 주가 상승률이 8월 2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네이버의 카페24 투자 가능성이 높음에 무게감을 두는 모습입니다. 지난주 월요일(2일)을 기점으로 한 주 동안 41.3%나 급등한 카페24의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고요.  제 해당 기간 동안 기관과 외국인의 카페24 순매매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네이버의 카페24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2주 카페24 외국인, 기관 순매매 거래량. 오늘도 개미는 울고 있을지 모릅니다.


동맹 전선의 의미


네이버는 사실상 카페24의 경쟁자였습니다. 카페24는 ‘무료’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입니다. 호스팅을 포함하여 콘텐츠 제작, 마케팅, 물류, CS 등 이커머스 판매자에게 필요한 지원 솔루션을 판매해서 돈을 벌었죠. 그렇게 카페24를 이용하고 있는 190만개의 쇼핑몰 네트워크가 카페24의 경쟁력이 됩니다. [카페24의 수익모델 변천사가 궁금하다면 : 카페24는 왜 플랫폼을 개방한 것일까]


그리고 네이버의 커머스 성장을 만든 C2C 마켓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는 쇼핑몰을 블로그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입니다. 카페24처럼 ‘자사몰’을 만드는 기능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신만의 쇼핑몰을 네이버 안에서 ‘무료’로 구축하여 꾸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카페24의 기능과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쿠팡, 11번가, 지마켓, 옥션 등 여러 멀티채널 판매망을 운영하지 않고 네이버라는 채널 하나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신규 사업자라면 굳이 자사몰 없이 ‘스마트스토어’ 하나만으로도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실제 그 편의성과 6% 이하의 낮은 수수료에 반해 많은 초기 판매자들이 네이버로 유입됐습니다. 요컨대 2000년대 소호 패션몰 창업붐을 만들었던 카페24의 역할이 현대에 와서 네이버에 분산됐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46만개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랬던 네이버가 2021년에 본격적으로 ‘카페24’의 영역에 직접 진출합니다. 2021년 2월 이커머스 솔루션 업체 포비즈코리아(집중 영역은 차이가 있지만 카페24의 경쟁사라 할 수 있습니다.)와 협력하여 ‘자사몰’ 구축을 포함한 이커머스 솔루션 서비스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안에 오픈한 것입니다. 블로그 형태인 스마트스토어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딩’ 니즈를 자사몰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네이버의 움직임입니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의 이커머스 서비스 소개 문구. 카페24와 동일하게 무료 자사몰 구축을 기반으로 여러 네이버와 협력사의 기반 솔루션을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판매자 지원 솔루션은 ‘머천트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머천트 솔루션을 통해 판매자들이 이커머스 운영에 필요한 쇼핑몰 구축, 소싱, 상품관리, 고객관리, 물류, 마케팅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머천트 솔루션은 2021년 8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여 2022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고 첫 번째 서비스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관리 페이지에는 ‘물류 관리’ 및 ‘풀필먼트 신청 및 견적’ 서비스가 오픈됐습니다. [네이버의 주요 이커머스 사업 전략이 궁금하다면? : 한성숙 대표 주주서한으로 보는 네이버 물류의 가까운 미래]


앞서 언급한 카페24의 사업모델과 네이버의 커머스 모델이 점차 겹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카페24에게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의 자사 영역 침공은 그다지 기분 좋게 다가올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카페24에게 이번 소식은 호재입니다. 그동안 카페24의 주가 성장을 가로막았던 큰 위기 요인 중 하나였던 ‘네이버’를 한 식구로 맞이함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네이버와 카페24가 이커머스 영역에서 추구하는 철학은 상당 부분 겹칩니다. 네이버가 SME(Small, Medium sized Enterprise, 중소기업)를 커머스 전략 키워드로 내세웠던 것처럼 카페24 역시 그들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이 누구나 창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판매자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카페24와 네이버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 두 기업이 합쳐졌을 때 어떤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느냐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떤 시너지를 만들까  


먼저 카페24는 네이버의 머천트 솔루션을 강화하는 이커머스 지원 기술 공급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카페24가 자체 개발한 기술뿐만 아니라 2017년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합류하게 된 여러 3자 개발사들이 네이버를 위한 공급사로 합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카페24의 3자 기술 파트너가 네이버클라우드 이커머스 기술 파트너로 동시 참여하고 있는 사례는 꽤나 많습니다. 심지어 카페24도 네이버클라우드 이커머스 부문의 한 파트너였기도 했고요. 요컨대 네이버는 주력 커머스 사업 계획 중 하나였던 ‘머천트 솔루션’을 위한 기술을 빠르게 강화하는 수단으로 카페24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네이버의 또 하나의 커머스 주력 사업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에도 카페24가 참여할 수 있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카페24의 물류 자회사 패스트박스가 NFA가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겠죠.  

   

NFA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물류 전략의 중축으로 직접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나가는 쿠팡과 다르게 다양한 물류 파트너들의 연합체를 구성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하지 않지만, 역량 있는 물류 파트너와 연결을 통해서 서로 다른 다양한 판매자들의 물류 니즈를 해소하는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를 네이버는 NFA를 통해 구축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동대문 패션 판매자에게는 네이버가 투자한 브랜디, 신상마켓의 사입 물류를, 신선식품 판매자에게는 네이버가 투자한 신선물류업체 ‘아워박스’를 연결해주는 식으로요.   

  

그리고 카페24 물류 자회사 패스트박스는 로컬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류 역량을 보유한 업체입니다. 판매자들이 카페24가 운영하는 인천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면 이후 통관, 현지 물류 등 파트너들과 연계하여 글로벌 소비자까지 물류를 처리해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업계에서 듣기로 패스트박스는 2020년 기준으로 월 50만건의 물동량을 처리했고, 그 중 8만건이 글로벌 이커머스 물동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패스트박스는 특히 카페24 자사몰 네트워크의 기반인 ‘동대문 패션’ 물류를 ‘일본’까지 처리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카페24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궁금하다면 : 카페24가 ‘글로벌’을 개척하는 방법]

카페24 역시 FBC라는 이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패스트박스를 통해 판매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고, 서비스의 한 축엔 해외배송대행이 있었습니다.

일본 하니 또 생각나는 게 네이버입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일본에서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네이버가 한국에서 투자한 물류 파트너인 브랜디와 신상마켓 등과 협업하여 한국 동대문 패션 상품의 일본 소비자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번 글(크로스보더 풀필먼트 전쟁)을 통해 전했습니다. 패스트박스는 네이버에 앞서 일본향 동대문 패션 물류에 집중했던 업체이기 때문에 브랜디와 신상마켓만으로 소화가 안 되는 일본향 크로스보더 물류 네트워크를 이 업체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카페24 인수합병을 가정하고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다른 소식 같아 보이지만 네이버의 NFA 파트너 중 한 곳인 CJ대한통운이 오늘 글로벌 풀필먼트를 강화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링크)를 냈는데, 이 또한 따로 보기는 어려운 앞으로 NFA가 만들 물류의 한 축을 보여주는 연결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 네이버의 46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카페24의 190만 쇼핑몰을 포함한 이커머스 판매자 네트워크가 통합됩니다.

2. 네이버의 이커머스 판매자 지원 솔루션 머천트솔루션에 카페24가 자체 개발한 이커머스 지원 기술과 기술 파트너 네트워크가 결합됩니다.

3. 카페24가 글로벌에 구축한 자사몰 기반 판매망, 아마존, 쇼피, 라쿠텐 등 글로벌 멀티채널 제휴 네트워크와 네이버가 동맹군을 통해 확보한 라인과 야후재팬의 판매망이 결합됩니다.

4. 네이버의 물류 동맹군 NFA에 카페24의 물류 자회사 패스트박스의 역량이 통합되며 한국 판매자들과 글로벌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물리적 연결의 기반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네이버, 카페24 양사 모두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다만 양사의 비즈니스 영역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 만큼 서로 경쟁력을 가진 부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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