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는 다르다, 쿠팡과는"
지난주 수요일(1월 27일) KG로지스 물류전문기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는 곽정현 KG로지스 대표가 사업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습니다.
KG로지스는 지난 2002년 설립한 기업으로 2008년 KG케미칼의 옐로우캡 인수, 14년 KG그룹의 동부택배 인수로 외형을 확장한 택배업체입니다. 지난해 6월 1일부로 KG로지스와 KG옐로우캡의 조직이 통합됐죠. 물류를 품에 넣으려는 KG그룹의 시도는 굳이 최근 인수가 결렬된 '팍트라인터내셔널' 건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꽤나 오래전부터 계속됐던 것입니다.
이러한 KG그룹이 물류업체 인수를 시도 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통해 강조했던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그룹사인 KG이니시스의 결제시스템과 물류의 연동'입니다. 결제와 물류의 연동... 좋습니다. 알리페이와 차이니아오의 합작물류 서비스인 '알리페이 이패스'가 생각나네요. KG그룹도 이러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라는 것일까요?
곽 대표에 따르면 KG로지스가 처음부터 KG이니시스와 물류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너지는 말 그대로 계열사의 결합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결국 결제와 물류가 연동되어 나타나는 '무엇인가 멋있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제와 물류의 연동은 어찌보면 그것보다 핵심적인 것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바로 '영업'의 영역에서 말이죠.
KG이니시스의 PG(Payment Gateway)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가맹점은 KG로지스에게 신규영업의 대상이 됩니다. KG로지스는 KG이니시스의 가맹점 정보망을 통해 해당 가맹점이 어떤 택배사를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향후 KG로지스는 이러한 가맹점 화주를 대상으로 PG수수료 할인과 택배서비스를 결합한 번들 상품을 통해 영업제안을 할 계획입니다. 가령 화주사에게 PG수수료 인하, 혹은 택배비 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결국 KG로지스와 이니시스의 시너지는 이러한 영업력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KG이니시스가 가지고 있는 정보망은 KG로지스의 영업 타겟을 명확하게 만들어주며, 영업 타겟이 된 화주가 기존 사용하던 택배 서비스가 아닌 KG로지스를 선택할 수 있는 '단가 할인'이라는 명분 또한 줄 수 있습니다.
KG로지스가 강조하는 또 다른 사항은 경쟁 택배사와의 서비스 차별화입니다. KG로지스는 서비스차별화를 통해 단순 매출 증진보다 고객에게 KG로지스의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KG로지스의 서비스 차별화 전략은 크게 '카카오 알림톡', '자체 인터넷 방송국', '위치기반 서비스', '무인택배 서비스'로 나뉩니다. 재밌는 것은 KG로지스가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이 기존 스타트업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던 모델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같은 경우 택배정보 실시간 조회 어플리케이션 '스마트택배'를 개발, 운영하는 스윗트래커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무인택배 서비스 또한 '미유박스'와 같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자체 인터넷 방송국을 오픈한 것도 요새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행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을 활용하고 있죠.
그래서 곽 대표에게 질문했습니다.
엄기자 : KG로지스의 차별화 서비스 중 기존 스타트업이 운영하고 있는 모델들이 많이 보입니다. 특별히 벤치마킹한 모델이 있나요?
곽대표 : 전부 제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평소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적게나마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 날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KG로지스 임원진에 따르면 "곽 대표는 젊은 감성(35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고 하더군요.
잠시 곽 대표를 통해 KG로지스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진 : 카카오 옐로아이디에 도착한 고객 요청에 대응하고 있는 KG로지스 (KG로지스 제공))
택배업체는 어찌보면 고객의 소리를 가장 직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업종이다. 잘 아시겠지만 포탈에 '택배회사'를 검색하면 좋은 소리는 하나도 없다. KG로지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 카카오 옐로아이디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반 실시간 양방향 소통 시스템을 최근 구축한 이유다. 이는 쌍방형 대화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담직원을 두고 고객 요청에 따른 답변을 해준다. 관련된 내용은 현장 택배기사에게까지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현재 사용고객은 약 17만명이며 하루 200건 정도의 대화가 오고간다. 단순히 택배와 관련된 문의뿐만 아니라 1~2주에 한 번씩 배달, 특산물 포장과 같은 생활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는 CJ대한통운 같은 대물량을 소화하는 택배업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KG로지스는 다음팟TV를 활용하여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택배지점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 이 또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목표다. 일전에는 '고객 클레임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가', '회사정책은 무엇이고 화물은 어떻게 처리면 좋은가'와 관련된 내용을 일방향으로 지점에 전달했다. 잘 전달되지 않더라. 그래서 오픈한 것이 라이브방송의 채팅 시스템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이야기하는 딱딱한 전달에 그칠 수 있는 내용과 관련하여 현장의 애로사항을 즉각적으로 채팅을 통해 수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장된 동영상은 언제든지 교육자료로 재활용 가능하다. 현재 라이브방송은 평균 400~500명의 직원이 동시 시청한다.
2월 말부터 '스마트큐브'라는 신생업체와 함께 무인택배 서비스를 실시한다. 스마트큐브는 무인 보관함을 운영하는 업체인데 그곳에 KG로지스의 택배기능을 추가해서 보내는 것이다. 현재 로그인편의점과 실무미팅을 끝낸 상태이며 향후 이디야 등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해당 기능을 추가할 전망이다. 물론 KG로지스 전체 물량 중 C2C(일반인이 일반인에게 보내는 택배)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KG로지스의 매출개선보다는 이미지개선을 위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결국 KG로지스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대형 택배업체와의 경쟁을 '계열사를 활용한 번들영업'과 '차별화 브랜딩'을 통해 극복하고자 합니다.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처럼 많은 물량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의 브랜딩을 강조하며 '기존 택배업체와는 무엇인가 다른 느낌의 택배업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KG로지스는 쿠팡과 같은 감성 서비스를 전담인력을 통해 '모바일'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쿠팡은 4000만원 연봉의 쿠팡맨이 하루 2~3개의 손편지를 쓰지만, KG로지스는 전담직원 3명이 하루 평균 200건의 고객 문의에 답합니다. 물론 서비스 품질만 바라보자면 분명 쿠팡에 비해 부족합니다. 그러나 비용은 쿠팡 서비스에 비해 현격히 절감할 수 있죠. 타 택배사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간담회에서 곽 대표는 "대기업처럼 잘하지는 못하지만 무엇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말했습니다.
KG로지스가 택배업체임에 불구하고 기존 택배업체와는 다른 서비스를 강조하며, 쿠팡스럽지만 쿠팡과는 다른 전략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