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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Nov 25. 2021

중국 셀러의 쿠팡 공습이 무서운 진짜 이유

문제는 소비자가 아니라고, 바보야!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1월 25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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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다이어리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돌아온 엄지용입니다. 자랑부터 하자면 지난주 뉴스레터 발송 이후 곧바로 고등어회를 먹으러 갔습니다. 고등어회를 시키니 고등어구이가 서비스로 나오더군요. 역시 제주는 고등어입니다.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아침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돌아오려 했던 토요일. 서울을 덮친 미세먼지 경보에 비행기가 뜨지 못해 4시간 가까이 공항 노숙을 했습니다. 숙소를 출발하기 전에 항공기 출발 지연 문자가 날아 왔는데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문자를 확인한 게 저의 패착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만 그런 것 같지 않더군요. 저 같이 사전에 문자 확인을 못한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둘 공항 안에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꾸역꾸역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한데 얽힌 공항은 전에 없던 별 세상을 만듭니다. 거리두기 딱지를 무상케 하는 의자엔 사람이 가득 찹니다. 카페, 음식점을 가득 메우다 못해 계단과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들까지. 전시를 방불케 합니다.


특히 화장실이 장관이었는데, 남자화장실 줄이 문 앞까지 삐쳐 나온 것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끝내 참지 못하고 상소리를 내뱉으며 화장실을 뛰쳐나간 어떤 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 분 안녕하실까요. 여기가 지옥인데, 넷플릭스는 결제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예정에 없던 식당에서 제주 흑돼지 제육덮밥(역시나 맛없습니다.)을 먹은 저는 예정에 없던 면세점에 들렀습니다. 연착된 출발시간까지 도무지 할 게 없었기 때문이죠.


아드벡 10년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인데 피트향, 소위 약냄새가 매력적인 친구입니다. 해산물과 먹으면 궁합이 괜찮죠. 제가 좋아하는 양재동 참치집에서 까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깐의 지옥도는 그렇게 잊혀지나 싶었는데, 문자가 또롱. 탑승시간 또 밀렸답니다. 망할, 중국.

위클리 뉴스픽 :                 

문제는 소비자가 아니야, 바보야!

의식의 흐름대로 오늘 뉴스픽은 ‘중국’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 16일 MBC PD수첩에서 <차이나 셀러의 습격>이라는 이름의 방송을 했죠. 음, 2주 전 이야기인데 왜 지금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그 방송을 어제서야 봤거든요. 중국 셀러들이 쿠팡 마켓플레이스를 폭격하고 있다는 내용이죠. 영상 풀버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차이나 셀러의 습격 - 전반부, MBC PD수첩]

[함께 보면 좋아요! : 차이나 셀러의 습격 - 후반부, MBC PD수첩]


텍스트로 정리한 콘텐츠도 있어서 영상을 보기엔 시간이 빡빡한 분이라면 아래 두 개 콘텐츠를 추천 드립니다. 하나는 MBC의 공식 정리고요. 다른 하나는 이번 취재를 담당한 MBC 정명훈 PD를 인터뷰한 오마이뉴스 기사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PD수첩] PD수첩, 쿠팡 아이템 위너 실태 단독 취재, MBC]

[함께 보면 좋아요! : "중국 판매자 제품, 안전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오마이뉴스]


추천 콘텐츠의 제목에서 느껴지죠? 언론사들은 중국 판매자들의 상품이 쿠팡으로 유입돼 한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품이 그냥 유입되는 것은 아니고요. 이미 여러 차례 언론보도로 유명해진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아이템위너’ 시스템으로 인해 한국 판매자들이 열심히 만든 상품 콘텐츠와 리뷰를 통째로 중국 판매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하죠.


아이템위너는 사실 새로운 시스템이 아닙니다. 아마존의 바이박스 위너 시스템을 쿠팡이 그대로 따라한 것인데 핵심 개념은 ‘단일 상품 페이지’입니다. 여러 상품이 있더라도 쿠팡 시스템이 ‘똑같은 상품’으로 판단한다면 ‘하나’의 대표 상품만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대표 상품을 차지한 판매자를 ‘아이템위너’라고 부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아마존에서는 왜 바이박스(구매버튼) 쟁탈전의 승자가 판매를 독식할까?, 무역경제신문]


논란이 되는 아이템위너는 소비자에게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여러 상품을 비교하면서 얘는 ‘가격’이 비싸니, 쟤는 ‘배송속도’가 느리니, 여러 판매자의 상품 페이지에 들어가며 비교하는 수고가 없어지거든요. 쿠팡의 알고리즘이 가격, 배송속도, 판매자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해주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로켓배송 연대기② 셀렉션, 로열티의 시대, 커넥터스]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에게는 꽤나 괜찮은 ‘아이템위너’ 시스템이 판매자들에게는 넷플릭스를 볼 필요 없는 지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쿠팡 입점 판매자들은 대표 노출 상품, 그러니까 ‘아이템위너’를 차지하기 위해서 저단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류 품질을 올리기 위한 속도전도 강제 받게 되죠. 결국 이런 시스템은 판매자들의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경쟁을 강제하기에 판매자들 입장에선 쿠팡이 고깝게 보일 수 없는 겁니다.


더군다나 아이템위너에는 ‘승자 독식’ 구조가 숨어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아이템위너에 선정된 판매자가 그동안 상품 페이지에 쌓여있던 모든 ‘상품상세 콘텐츠’와 ‘리뷰’를 몰아 받죠. 이는 새로운 아이템위너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있던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콘텐츠’와 ‘리뷰’입니다. 당연히 아이템위너를 빼앗긴 판매자들은 자신이 이전에 열심히 만든 콘텐츠와 그 결과물인 리뷰를 다른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이 때문에 쿠팡은 지난 2021년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이템위너 시스템에 대한 시정 조치를 받기 이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공정위 "쿠팡 '아이템위너' 약관 불공정...시정하라", 지디넷코리아]


이런 배경지식을 갖고 이번 MBC의 보도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MBC는 중국 판매자들이 쿠팡 아이템위너 알고리즘의 허점을 파고 들어서 ‘낮은 가격’ 등으로 아이템위너를 빼앗고 한국 판매자들의 콘텐츠, 리뷰를 빼앗아 갔다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이들이 보내는 상품은 ‘가품’, ‘하자품’이 많아서 결국 소비자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번 보도의 맥입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인천항과 최근거리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는 쿠팡 입점 방법을 알려주는 전문 학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강생만 500~1000명 규모인데, 이들은 ‘구매대행 판매자’입니다. 재고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료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타오바오, 1688 등 중국 쇼핑몰의 상품정보를 쿠팡에 자동 등록합니다. 이렇게 등록된 상품에 대한 고객 주문이 들어온 이후에야 중국 판매자들은 해당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해서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합니다. 중국 셀러들이 한국 판매자들 대상으로 ‘무재고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 판매자들의 상품 콘텐츠, 리뷰를 ‘중국’ 판매자들이 빼앗는다? 더군다나 그렇게 대표 상품 페이지를 빼앗은 중국 판매자들이 ‘짝퉁’을 보낸다? 가뜩이나 중국을 별로 안 좋아하는 한국 네티즌들 입장에서는 MBC의 보도는 충분한 분노를 자극할 법합니다. 이번 MBC 보도의 유튜브 댓글 분위기가 그 분노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중국 판매자들만의 일일까요?


여기서 잠깐. 이런 ‘구매대행’ 판매 행태가 과연 중국 판매자들에게만 있을까요? 과연 ‘쿠팡’에만 있을까요?


아닙니다. 한국의 구매대행 판매자들도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중국 도매몰의 상품 DB를 대량으로 끌어와서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올려 팔아버립니다.


쿠팡에만 파냐고요? 설마요. 네이버에도 팔고, 지마켓에도 팔고, 11번가에도 팝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이미 중국 상품을 한국 마켓플레이스에서 사고 있습니다. 똑같은 중국 상품인데 그걸 팔고 있는 게 중국 판매자냐, 한국 판매자냐만 다른 것이죠.


가품 위험이요? 원래 태생부터 오픈마켓에 널린 게 가품 위험이었습니다. 비용을 들여 별도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여 상품 실물을 검수하는 프로세스를 추가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이나 솔드아웃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면 판매자가 알아서 상품을 배송하는 마켓플레이스 구조에서 가품 유통을 100% 막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검수 프로세스가 있는 크림마저도 그것을 뚫어버리는 ‘짝퉁’ 유통 문제가 가끔씩 이슈화 되는데요. 이건 쿠팡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마켓플레이스에도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크림 가품관련 2차 공지가 올라왔었네요, 풋셀]


차이점이 있다면 쿠팡은 ‘중국 셀러’의 입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쿠팡은 마켓플레이스에 외국인 셀러 입점을 금지했는데요. 이게 풀린 것이 2018~2019년 즈음입니다. 저는 2019년 당시 이런 기사를 쓰기도 했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중국 셀러의 쿠팡 공습? 4억7000만원짜리 염주의 비밀, 바이라인네트워크]


그러니까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규모가 달라졌을 뿐, 예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그 방식이 조금 진화해서 이제 중국 판매자들이 한국 현지에 한국 고객의 상품 문의와 반품을 받는 직원들을 따로 둘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 차이점이겠네요. 본격적으로 쿠팡에서 돈을 버는 중국 판매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가품이 문제일까요?


저는 진짜 문제는 중국 판매자들의 ‘가품 유통’에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 판매자가 보내든, 한국 판매자가 보내든 가품 유통은 원래부터 ‘마켓플레이스’의 숙제였습니다. 쿠팡이 2021년 3월 중국에서 시작한 ‘로켓직구’처럼 직매입을 통해 재고를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검수 프로세스를 추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를 쉽사리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 쿠팡이 ‘고객’에 미친 기업이라는 진정성(판매자 친화적인 기업인 건 잘 모르겠습니다.)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쿠팡이 현재 중국 판매자들, 혹은 중국, 한국을 막론한 구매대행 판매자들로부터 발생하는 가품, 하자품의 유통을 방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장은 쿠팡의 알고리즘이나 운영 시스템의 한계로 모든 가품, 하자품 유통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고객 경험을 훼손하는 판매자들은 노출 우선순위에서 배제해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비단 이건 ‘중국 셀러’의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은 중국인이 됐든, 미국인이 됐든, 한국인이 됐든 고객 경험을 훼손하는 어뷰징 판매자라면 마땅히 제재할 것입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판매자들이 쿠팡에서(그 이전에 아마존에서) ‘계정 정지’가 됐죠. 왜 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계정 정지가 됐을까요. 쿠팡이 사악한 기업이라서요? 효율성을 위해 희생당한 억울한 피해자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깊숙이 파보면 꽤나 불편한 진실이 튀어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품보다 무서운 것은 ‘진짜’입니다


가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진짜’가 날아올 때입니다. 중국의 리셀러가 아니라 중국의 브랜드사, 중국의 공장들이 쿠팡을 통해 중간 유통상을 배제하고 직접 상품을 팔아버릴 때입니다. 그러니까 D2C(Direct to Customer) 프로세스가 완성돼 중국 상품이 쿠팡을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꽂히는 경우입니다. 가격도 싼데, 심지어 ‘품질’까지 괜찮은 가성비 중국 상품이 한국에 대거 풀려버립니다.


이렇게 된다면 타오바오에서 상품 긁어다가 쿠팡에 판매하는 한국 구매대행 판매자, 중국 공장과 도매상 등지에서 상품을 떼어다가 쿠팡에 판매하는 한국 수입상, 더 나아가서는 중국 공장에 OEM, ODM을 줘서 상품을 만드는 아직 힘이 약한 쿠팡 입점 소형 브랜드 업체까지 전멸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국 판매자들은 ‘중간상’입니다. 판매 가격에 중간상의 마진을 포함시키기에, 원청인 중국 공장, 도매상보다 가격 경쟁력을 좋게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쿠팡 시스템이 차차 가품, 하자품을 유통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어뷰징 판매자들을 정리해 나간다면 결국엔 ‘진짜’가 남습니다. 이 게임의 끝에는 중간 도매상인 한국 판매자가 아닌 중국의 원청이 진짜로 남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동대문을 예로 들어볼까요? 한국의 패션 쇼핑몰 지그재그와 브랜디, 에이블리 등지에서 판매되는 ‘옷’들은 한국 봉제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일까요?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동대문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미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패션 상품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됩니다. 디자인 정도만 한국에서 하고, 제조는 중국에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왜냐면 그게 훨씬 싸거든요.


아, 옷에 ‘메이드인 코리아’ 붙어있다고요? 그거 믿을 수 없습니다. 중국 상품에 ‘메이드인 코리아’ 딱지를 붙여주는 임가공 작업을 하는 동대문 사업자, 물류업자들이 수두룩합니다. 이 바닥 용어로 ‘택갈이’라고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도덕적 해이의 결정체, ‘택갈이’를 근절하자, 어패럴뉴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공장들이 ‘직접’, 한국의 동대문 도매상들을 배제하고 쿠팡에 입점해서 판매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중간 판매자의 마진이 가격에서 빠지겠죠. 동대문 시장 도매상들은 중국 광저우 시장 도매상들의 융단폭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여기 중국 친구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디자인’ 역량까지 확보해 버린다면요?


시나리오처럼 쓴 이 상황은 MBC의 보도처럼 한국 소비자에게 ‘악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쿠팡이 D2C의 원청인 중국에 접근함으로, 한국 소비자들은 종전과 똑같은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쿠팡’을 통해 사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쿠팡은 이미 상당수의 PB상품을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여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그 상품들이 ‘가품’, ‘하자품’이던가요? 쿠팡 플랫폼의 ‘PB 밀어주기’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모든 카테고리의 베스트셀러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품질 모든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쿠팡, 중국 상품 대폭 늘린다…크로스보더 e커머스 본격화, 전자신문]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제가 커넥터스 라이브 토크콘서트 소품으로 구매한 ‘간이의자’는 쿠팡 PB 코멧 제품인데요. 어디서 만들었나 봤더니, 중국이네요. 100kg이 넘는 저를 감당하고도 안 무너진 튼튼한 의자인데 가격은 1만3850원입니다.

중국산 쿠팡의자는 제가 앉아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이런 쿠팡의 행보는 한국 판매자들에게는 ‘비극’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완연한 크로스보더 풀필먼트가 완성되는 그때가 온다면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처럼 한국 도매상에게 상품을 떼어 냄비를 파는 리셀러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헬개미마켓의 원청인 중국 냄비 제조업체들이 중간 유통상들을 모두 건너뛰고 한국에 직접 판매를 해버릴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리셀러가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브랜드’입니다.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창업자 버질 아블로는 중고 매장에서 40달러에 판매하는 폴로의 빈티지 플래드 셔츠를 사들여 PYREX 23이라는 문자를 프린트해 550달러에 판매하는 기행을 펼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누군가는 사기라고 했던 그의 행보에 패션 셀럽들은 열광했습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다들 버질 아블로에게 열광할까?, GQ]


버질 아블로는 같은 상품을 떼어서 약간의 임가공을 더해 비싸게 판매한 리셀러입니다. 본질적으로 똑같은 상품임에 불구하고 10배 이상의 ‘특별한’ 가격을 만든 것은 결국 공급망이 아닌 그의 ‘브랜드’였습니다. 헬개미마켓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열쇠도 결국 브랜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퀵커머스 맞불 놓는 롯데온

오늘은 앞의 이야기가 길었으니 짤막하게 소식 하나만 짚고 갑니다. 롯데쇼핑이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2시간 배송 서비스 ‘바로배송’을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롯데쇼핑이 기보유한 ‘롯데마트’ 거점을 MFC(Micro Fulfillment Center)로 활용한다는 방안입니다.

[참고 콘텐츠 : 롯데의 승부수... 2시간 배송 전국 확대, 매일경제]

 

왜인지 모르게 어디서 본 것 같다면 맞습니다. 지난달 커넥트레터를 통해 소개했던 GS리테일의 청사진과 일치합니다. GS리테일은 지난 4월 GS홈쇼핑과 통합 계획을 밝히며, 전국 99% 소비자들에게 ‘2시간 배송’이 가능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설계한다고 발표했죠. 


2시간 배송을 위해 GS리테일이 갖춘 물류센터 인프라와 메쉬코리아, 팀프레시 등 투자를 통해 확보한 동맹군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합니다. GS리테일이 기보유한 전국 1만5000여개에 달하는 편의점(GS25), 슈퍼마켓(GS더프레시) 네트워크는 물류 처리를 위한 MFC로 전환한다는 계획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GS리테일 풀필먼트 연합군의 향방, 커넥터스]

 

대형마트를 MFC로 활용한다는 롯데온,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MFC로 활용한다는 GS리테일. 둘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는 제가 감히 평가할 영역이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이들이 만들 퀵커머스 인프라, 네트워크에 꽤 큰 비용이 타들어갈 것이라는 겁니다. 


결국 MFC 투자비용으로 얻어낼 수 있는 ‘트래픽’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이들의 숙제가 될 것입니다. 따라올 비용 증가분을 감당할 수 있는 ‘운영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도 주의 깊게 살펴볼 관전 포인트가 됩니다. 


한 편에서 롯데의 공룡친구 신세계, GS리테일의 공룡친구 BGF리테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 쿠팡의 쿠팡이츠마트,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 하이퍼 로컬 커머스를 만들고자 하는 당근마켓 등 이종의 경쟁자도 여기 뒤섞이겠죠. 요컨대 2022년 본격적인 마이크로 네트워크 전쟁이 시작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원할때·쓸만큼'…편의점·퀵커머스·새벽배송 전성시대, EBN]

 

오늘 커넥트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만에 ‘정시’에 맞춰 구독자 여러분께 뉴스레터를 전달 드렸습니다. 역시 술자리 시간 압박에 쪼들리지 않고 미리 글을 쓰니 조금 더 잘 써지는 느낌입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유익한 소식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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