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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Feb 10. 2022

서울시가 '물류'를 한다고요?

서울시도 물류 연합군 만든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2월 10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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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필독 서적


얼마 전 일입니다. 기회가 닿아 쿠팡의 한 임원과 술자리를 함께하게 됐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습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님이 애정하는 쿠팡 직원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 하나 있다고요. 


책의 이름은 <더 골>.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엘리 골드렛 박사가 1984년(!) 쓴 소설입니다. 3개월 안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폐쇄될 위기에 처한 공장의 공장장인 주인공이 한 물리학자를 만나 조언을 듣고 그에게 닥친 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인생의 ‘물류책’으로 꼽습니다. 얼마 전 출간한 제 책 <커넥터스>에서도 이 책을 오마주했고요. 몇 년 전에는 업계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함께 읽는 북클럽을 열기도 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부분 최적화의 함정을 넘어서, 커넥터스]

 

물론 <더 골>이 저의 관심사인 ‘이커머스’나 ‘물류’ 이야기를 다룬 책은 아닙니다. ‘생산관리’와 연결된 제조 현장을 다룹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솔루션인 ‘제약 이론’은 1974년 등장한 고전 중에 고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관통하는 철학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조가 아닌 유통, 물류를 포함한 어느 산업에서도 충분히 그 이론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요. 실제로 저는 IT미디어인 전직장에서 진행한 커뮤니티 기획에 이 책이 전한 솔루션을 활용한 적이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제약 이론(TOC)’ 입혀본 썰, 바이라인네트워크]

 

제가 사랑하는 이 책을 저의 밥줄을 만들어준 기업 쿠팡에서도 애정 한다니 제가 딱히 한 건 없지만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 유지하면서 오늘의 뉴스픽 시작하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서울시도 물류 연합군!


<서울시, ‘우리동네 택배배송’ 거점 만들고 ‘전통시장 당일·새벽배송’ 시작>. 지난 8일 서울시가 발송한 보도자료의 제목입니다. 아니, 지자체인 서울시가 그 어렵다는(돈이 탄다는) ‘당일배송’, ‘새벽배송’을 한다고요? 서울시가 물류기업도 아닌 데 말이죠. 이 보도자료는 제목만으로 저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서울시, `우리동네 택배배송` 거점 만들고 `전통시장 당일·새벽배송` 시작, 서울시 보도자료]


내용을 살펴보니 이렇습니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중에 ‘크게 3개의 생활물류 사업(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조성, 전통시장 신선식품 빠른 배송, 로봇택배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각 사업별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BUSINESS 1. 공동배송센터


서울시는 첫 번째로 아파트 단지 등 고객 거주지 인근에 택배 물품을 집결하는 소규모 물류 거점인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를 조성합니다. 택배기사들의 목적지는 종전처럼 최종 수취인의 가정이 아닌 공동배송센터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공동배송센터로 배송된 물품들을 별도로 채용한 ‘청년 배송인력’들이 전기카트 등 친환경 배송수단을 이용하여 고객 문전까지 배달하는 프로세스를 서울시는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조성(안) ⓒ서울시

서울시는 이를 통해 ‘택배효율 증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 ‘교통 및 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생각하고 있는 분이 있겠지만, 같은 개념의 사업을 민간에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CJ대한통운이 노인인력으로 진행하는 택배 서비스 ‘실버택배’와 청각장애인을 배송인으로 진행하는 택배 서비스 ‘블루택배’가 서울시의 계획과 흡사합니다. 도심 택배 집하 거점에 물건을 모아두면 노인인력, 청각장애인 인력이 해당 상품을 배송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세계가 주목하는 '실버택배' 현장을 가다, 포춘코리아]


서울시의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사업은 청년이나 사회취약계층 고용 창출 등 ESG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 보입니다. 친환경 운송수단을 활용하여 말단배송을 함으로 ‘교통 및 환경 개선 효과’를 볼 수도 있겠죠.


다만, ‘택배효율 증대’가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본다면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라스트마일 물류를 담당하는 ‘청년 일자리’가 공짜로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택배기사가 배송 한 건을 통해 지급받던 기존 ‘단가’를 삭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뭔 일이 벌어질까요 ㄷㄷ)


때문에 최종적으로 라스트마일 고객에게 배송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은 오히려 종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역시 기업의 사회가치 창출 측면에서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하는 서비스입니다. 사업의 목적이 비즈니스가 아닌, ‘ESG’에 있었습니다. 만약 실버택배의 효율이 정말 좋았다면, CJ대한통운이 모든 택배망을 ‘실버택배’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을 텐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있겠죠. 서울시는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BUSINESS 2. 전통시장에 등장한 MFC


두 번째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당일·새벽배송’ 서비스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앱으로 주문하면 전통시장의 신선상품을 당일·새벽배송 받을 수 있는 ‘우리시장 신선상품 빠른배송’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진행될 사업의 성과 분석을 통해 향후 지역 기반 소규모 재래시장까지 사업 대상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선 ‘물류 공동화’의 개념이 적용됩니다. 전통시장 안에는 물품 보관과 포장 출고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공동 작업장, ‘소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합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MFC(Micro Fulfillment Center)’라 부르는데, 이 곳을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집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연계되는 배송 서비스는 민간 라스트마일 물류기업과 제휴할 계획입니다. MFC에서 출고된 상품을 새벽, 당일, 반일내 고객에게 배송한다는 게 서울시의 청사진이죠.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가 민간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가 ‘퀵커스’, ‘프레시멘토’ 등의 업체와 협력하여 구축한 장보기 배달 프로세스가 서울시의 계획과 유사합니다. 여기서도 전통시장에 ‘공동 집하장’을 만들어서 온라인 판매에 활용했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코로나에 손님 뚝 끊긴 재래시장 "온라인주문·당일배송" 승부수, 서울경제]


향후 서울시가 사업을 잘 활성화하기 위해 고려할 포인트가 있다면 온라인 판매를 위한 ‘상품화’입니다. 전통시장은 태생이 ‘오프라인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주문에 맞춰서 추가로 상품을 포장하거나 바코드화 등을 통해 ‘시스템’과 연동시키는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야 상품 픽업을 담당하는 라스트마일 배송업체의 물류 네트워크가 꼬이지 않고 주문을 확인하고, 정시에 상품을 픽업하여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 곳곳에 퍼져있는 상인들의 ‘상품’을 MFC까지 집하하는 작업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 픽업 작업을 누가 수행할지 사전에 의사결정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MFC 상품 집하를 맡기는 것은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 고객 응대 등 각자 할 일로 바쁘기에 서비스 품질의 균일한 통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라이더’에게 상품 포장과 같은 업무를 일부 맡기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글을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스킨라빈스의 무인점포가 ‘똥콜 거점’이 될 가능성, 커넥터스]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위한 ‘상품화’를 위한 추가 인력 투입은 필연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추가 인력을 서울시가 고용하여 운영할지, 앞서 소개한 네이버 장보기의 사례처럼 제휴업체에게 운영을 맡길지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BUSINESS 3. 로봇택배?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5월부터 ‘로봇택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로봇택배 하면 조금 많이 거창하게 보이는 데요. 사실 로봇택배는 현행법의 제약으로 운행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때문에 로봇업체들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지역에 한해서 로봇배송 시범 운영을 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규제에 발목 잡힌 '자율주행 배달로봇'…글로벌 경쟁 도태 우려, 전자신문]

[함께 보면 좋아요! : 자율주행로봇, 내년 중 보도 다닌다…계획보다 2년 앞당겨, 지디넷코리아]


서울시가 ‘로봇택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택배는 아닙니다. 로봇을 통해 실내 운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서울시청 안에서 택배, 우편물을 각 부서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로봇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개념 또한 ‘민간’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건설회사 DL이앤씨가 우아한형제들과 제휴하여 실내 자율주행 및 층간이동 로봇 ‘딜리타워’를 D타워 광화문에 시범 도입한 적이 있고요. 비교적 최근 사례로 메쉬코리아가 로봇기업 ‘베어로보틱스’와 협력해서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로봇배송을 테스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 로봇이 바깥 세상에 나가서 배달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통제가 가능한 ‘실내’, 혹은 ‘사유지 일부 공간’을 활용한 로봇 배송은 한창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세계 최초 실내·외 배달로봇 상용화 도전", 아이뉴스24]


서울시가 로봇을 만드는 ‘민간기업’은 아니죠. 서울시의 로봇배달 사업 또한 로봇기술을 가진 민간업체와 협력을 통해 제공합니다.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기술을 검증할 수 있도록 그들이 보유한 공간(서울시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고 하고요.


물류 연합군 모으는 서울시


요약하자면 서울시는 보도자료의 제목처럼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물류 사업을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민간기업 파트너와 함께 할 수밖에 없고, 서울시 또한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민간’과 ‘공공’ 간 협업 방식으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여러 서울 소재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11일까지 참여기관 모집을 한창 진행하고 있죠.


앞서 언급한 서울시의 핵심 시범사업인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전통시장과 연결되는 MFC 및 라스트마일 물류’, ‘서울시청 안에서 진행되는 로봇배송’은 모두 민간기업의 역할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곧 시작되는 서울시의 물류 사업에 대해선 앞으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커넥트레터 구독자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늘 이 글을 쓰던 중 서울시 물류정책과 관계자의 초청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서울시의 물류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나갈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타임 이즈 러닝아웃

오늘은 조금 뉴스레터를 마무리 할 시간이 촉박합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있을 오후 4시에 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례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물류 이야기를 전하는 세션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잘 정리하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사 참가를 위해 오늘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는 빠르게 정리합니다. 첫 번째로 지난주 아마존 실적이 발표됐죠. 첫날 아마존 주가가 14% 가까이 상승할 정도로 화제가 됐는데, 조금 이상합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스토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 가량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보여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주가가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4분기 실적을 보는 월가의 아마존 목표주가 변화, 꿈꾸는섬]

[함께 보면 좋아요! : 아마존이 쿠팡에게 전합니다, 기묘한]

 

두 번째, ‘프레시지’의 가치사슬 수직통합 행보와 관련한 분석 콘텐츠가 하나 나와서 가지고 왔습니다. 프레시지는 ‘밀키트’ 상품을 OEM, ODM 하는 B2B 서비스로 성장한 기업인데요. 여기 더해 최근에는 닥터키친, 허닭 등 ‘소비자 접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풀무원, 원할머니보쌈 등 F&B 물류를 주로 처리했던 물류업체 ‘라인물류시스템’도 프레시지가 가져갔죠. 프레시지가 M&A로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인사이드 스토리]'밀키트 공룡' 프레시지와 '볼트온' 논쟁, 비즈니스와치]

 

세 번째. 1세대 심부름 대행 서비스 ‘해주세요’가 돌아왔습니다. 확인해봤는데, 여러분이 아는 그 ‘해주세요(이건 편의대행 플랫폼 띵동을 운영하는 업체 허니비즈가 2016년 인수했습니다.)’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름과 사업 영역이 동일한 ‘다른 업체’입니다. 왜인지 모르게 새로 등장한 해주세요 앱에서는 중고거래가 아닌 컨시어지가 전면에 나선 ‘당근마켓’ 냄새가 나는데요. 해주세요 운영사의 사명도 ‘하이퍼로컬’인데, 흥미롭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심부름, 우리가 합니다"...7만 헬퍼 결집, 지디넷코리아]

 

네 번째. 오늘까지 ‘무료’인 커넥터스 콘텐츠를 들고 왔습니다. 최근 한 물류기업 실무자가 저한테 ‘배달 플랫폼’ 수수료 구조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길게 돌아갈 필요 없이 이 글을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배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그리고 언론사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슬로건 ‘배달비 1만원 시대’가 왜 낭설인지 이 콘텐츠를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비 1만원 시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빠르게 카카오모빌리티 행사장으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도움 되는 콘텐츠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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