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모빌리티, SCM, 그리고 ESG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3월 17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지난해 9월. 전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저에게는 작은 목표가 있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제가 전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 이상의 매출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받았던 월급이라고 해야 숫자를 밝히자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목표를 달성하는 건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남모르게 회사의 울타리에서 받았던 수많은 혜택을 벗어나 저라는 사람을 온전히 외부에서 증명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원래 생각하고 준비했던 유료 콘텐츠 멤버십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여기 더해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외부 기업에서 콘텐츠 제휴 요청이 들어왔고, 새로운 수익의 창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응원을 더해준 독자 여러분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저의 목표는 조직의 성장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저라는 한 사람의 생존 가치를 넘어서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성장의 변곡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1인 미디어를 넘어 10인 기업으로, 나아가 100인 기업까지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과정 또한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살펴봐주시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애정 어린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제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전하고자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하겠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주 마무리 됐습니다. 다가오는 5월에는 새로운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여전히 저는 거시적인 정치 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 작은 ‘물류’ 이야기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공약집과 시·도 공약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 중 물류와 관련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물류’의 방향을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공약(公約)은 실행 의지와는 별개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공약(空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에는 새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이 반영됩니다. 산업계는 새 정부의 방향성을 참고하여 사업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겠죠.
윤석열 정부의 산업 공약은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비단 물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전반에는 거의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촉매로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IT업계에선 익숙한 기술들이 거론됐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촉매가 되는 ‘플랫폼’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플랫폼의 역동성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책이며, 만약 불공정 행위나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등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규제’만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공약집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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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에도 이러한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자동화, 이커머스 물류설비 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합니다. ‘스마트공장’ 구축기업에는 융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우대 금리를 적용합니다. 로봇과 센서 등 물류센터 및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유관 기술에는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공약집 p.77)
물류와는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물량’을 보유한 기반 업계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도 강화됩니다. 새 정부는 그 중에서도 그간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고 평가받는 원물, 농축수산물 생산과 관련한 디지털 전환 지원을 공약했습니다. 농장, 축사, 어장을 데이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유통 가치사슬의 디지털 전환까지 돕는다는 방향입니다.(공약집 p.3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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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모세혈관 상권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도 새 정부 공약의 한 꼭지를 차지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1) 온라인플랫폼과 전통시장의 연계, 2) 소셜 미디어 홍보 및 라이브 커머스 관련 기술 지원, 3) 키오스크와 스마트점포 등 매장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 인프라와 솔루션 개발 지원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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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물류 측면에서는 ‘공동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송 서비스 인건 지원비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전통시장 빠른 배송 사업 계획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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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윤석열 정부는 다양한 기술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중 물류와 연결되는 기술 키워드는 단연 ‘모빌리티’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의 이동을 다루는 ‘여객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모빌리티는, 최근 들어서 사물의 이동 ‘물류’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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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국내 1, 2위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모두 2021년을 기점으로 ‘물류’ 영역에 뛰어 들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또한 비슷한 시기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본부를 새로 신설하고, 모빌리티 안에 ‘물류’를 담당하는 조직을 새로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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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모빌리티 기술 공약에도 여객 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물류 관련 내용이 포괄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배송 및 운송수단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한다고 공약했습니다.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공약집 p.238)
모빌리티 기술이 나아가는 기본 방향 또한 ‘규제 혁파’입니다. 모빌리티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선 산업의 법적 근거 마련과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게 새 정부의 관점입니다. 산업 성장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폐지까지 고려합니다. (공약집 p.237)
새 정부의 방향성을 기반으로 추측컨대 그간 규제로 인해 서로의 이동이 막혀있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경계 해체’가 다시 한 번 산업계에서 논의될 여지가 보입니다. 회색지대에서 암암리 이뤄졌던 ‘택시배송’과 같은 서비스가 급물살을 타고 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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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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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게도 글로벌 물류 대란은 여전히 남은 숙제입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은 공약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실제 공약의 대주제 ‘경제활력’의 대부분은 ‘공급망관리’ 지원 관련 정책으로 채워졌습니다.
큰 방향성은 ‘물류 대란’ 해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 수출입기업을 위한 전용 선적 공간 배정을 확대하고, 국적 선사를 활용한 고정 선적의 사전 보장을 지원합니다. 해외 공동 물류센터 이용을 확대하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보 공유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물류 대란의 해법으로 함께 제시됐습니다.(공약집 p.73)
새 정부는 애초에 공급망 대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전 대응을 위한 정책 또한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을 종합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시스템을 확립합니다. 정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던 응대 프로세스는 재정비하며 범부처 역량을 집중한 조율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과적으로 ‘제 2의 요소수 대란’을 확실히 막겠다고 공약은 강조합니다.(공약집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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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와 ‘리쇼어링(해외 공장, 물류센터를 설립, 운영하던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전략 또한 윤석열 정부가 준비한 공약입니다. 수입처 다변화 측면에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비축 재고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자 합니다. 리쇼어링과 관련해서는 해외 공장을 운영하다 국내로 돌아온 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요건을 완화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추세에 대응하고 동시에 국내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복안입니다. (공약집 p.85)
새 정부는 물류 대란의 영향으로 찾아온 원자재 가격 인상과 관련한 중소기업 피해를 억제하기 위한 공약도 마련했습니다. 중소 납품업체와 납품을 받는 대기업간 계약 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의무적으로 납품대금조정협의에 응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입니다.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 변화를 자동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또한 검토합니다.(공약집 p.109)
사실 세계 각국의 정치 논리와 다양한 기업간 협력 네트워크가 긴밀히 연결되는 공급망 특성상 ‘글로벌 물류 대란’이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뚝딱 해소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악재가 겹치고 있는 글로벌 물류 병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 정부의 의지는 공약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반영한 기업 전략 수립은 전 산업을 막론하고 시대의 요구처럼 다가왔습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물류의 방향성에도 ESG는 녹아내려 있었습니다.
ESG 중에서도 물류와 직접 연결되는 이슈인 ‘환경’ 관련 정책을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외에 구동되고 있는 화물운송 수단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구동되고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량 증대’와 물류산업의 성장은 서로 무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집의 대주제로 ‘탄소중립 실현’을 할애할 정도로 관련한 많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새 정부는 임기 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40%대로 감축합니다. 나아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2035년 금지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은 확대하되 탄소세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공약집 p.258)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품 회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정책 또한 공약에 포함됐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맞춰서 쓰레기 처리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간단히 언급됐습니다. 관련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포장재의 회수 및 폐기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의 기회가 관측됩니다.(공약집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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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시·도 공약과 관련하여서는 도로, 철도, 공항 등 도시 교통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공약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공약이 향한 메시지는 물류보다는 ‘여객’에 맞춰진 편이지만, 교통 인프라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물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에 효율적이었던, 혹은 비효율적이었던 경로가 새로운 인프라의 추가로 그 효율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인고속도로 및 경부선 철도 지하화, 대전권 광역순환도로 건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및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건립 등의 공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글로벌 공급망이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죠. 자연스럽게 글로벌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유럽을 향하는 물류 노선의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석유공급 애로가 겹쳐 연일 오르고 있는 ‘유가’ 또한 국제물류 운임 상승에 필연적인 악영향으로 다가 옵니다. 관계부처의 대응책이 연일 논의되고 있지만, 예기치 못했던 전쟁이었던 만큼 당장의 솔루션은 막연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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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국내 대표 빅테크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임 대표 체계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양사의 계획도 발표됐는데, 두 기업은 모두 ‘글로벌 진출’을 핵심 메시지로 전했습니다. 하필이면 양사가 진출 국가 중에 겹치는 곳이 많이 보이는 것은 착각이겠죠? 콘텐츠, 커머스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양사의 경쟁은 필연처럼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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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늘 전해진 따끈한 소식입니다. 정육각이 바로고, 컬리 등을 제치고 ‘초록마을’ 인수합병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초록마을 인수로 정육각은 종전 정육 제품 중심의 카테고리킬러에서 과채류까지 상품군을 확장합니다. 사실 인수에 앞서 정육각은 슬쩍 ‘수산물’까지 카테고리를 넓혔었는데요. 한 편에서는 수산물 버티컬 커머스 오늘회가 정육각의 본진인 ‘정육 카테고리’까지 카테고리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쟁하던 ‘버티컬 커머스’들이 결국 서로의 주력 진영으로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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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후 4시 발송을 목표로 뉴스레터를 쓰니 전날에 미리 안 쓰고, 아침부터 쓰기 시작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네요. 결국 어찌어찌 마감을 하긴 했습니다만, 오늘도 늦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6시가 넘어섰으니 모두 안전한 퇴근 되시고, 혹시 아직 퇴근하지 못한 분이 있다면 빠른 귀가를 응원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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