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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Mar 24. 2022

미디어는 ‘커머스’가 될 수 있을까

커머스를 만난 MCN의 사연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3월 24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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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확장성에 대한 고민

얼마 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예요. 저녁식사 미팅이 너무 일찍 끝났고, 술이 좀 부족했고, 마침 그 친구 집 근처였을 따름입니다. 


몰랐는데 이 친구의 최근 관심사는 ‘커뮤니티’더군요. 아직 작지만 사람들을 모았고,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실험하고 있었어요. 저의 최근 관심사 역시 커뮤니티입니다. 저에게 있어 콘텐츠가 네트워크의 규모를 만드는 수단이라면, 커뮤니티는 네트워크의 밀도를 만드는 수단입니다. 규모와 밀도가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 게 저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하나의 고민으로 모였습니다. 어떻게 커뮤니티의 ‘확장성’을 만들 것인가. 반드시 물리적인 까대기를 쳐야 돌아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영속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 어떻게든 먹고 사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요컨대 제가 굳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가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모커뮤니티의 이슈로 시끄러워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됐든,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쓰지 않더라도 그 구조를 가능하게 만드는 다른 무엇이 됐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시간은 야금야금 지나가더군요. 몇 시간의 짧은 대화로 정답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날 대화를 통해 한참 막혀 있던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틈새를 찾았다면, 이제 실행만이 남았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계속 까대기를 쳐야 할 것 같네요. 이 까대기가 정말로 당분간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커머스를 만난 MCN의 사연


‘콘텐츠 커머스’, ‘미디어 커머스’가 뜬다는 이야기, 이제 식상할지 모릅니다. 망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혔습니다. 괜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디어 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이 ‘커머스’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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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온라인 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는 오징어게임 관련 상품 ⓒNetflix

반대편에서는 커머스 기업의 ‘미디어’ 확장도 만만찮습니다. 아예 콘텐츠 플랫폼을 따로 하나 만들어버린 쿠팡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티몬이 커머스와 하나도 상관없어 보이는 웹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티몬 이전 블랭크가 ‘고등학교 간지 대회’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미 비슷한 짓(?)을 했습니다. 모바일 홈쇼핑 같다는 평가를 왕왕 들었지만 저마다의 문법을 찾아가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도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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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커머스는 기업뿐만 아닌 개인의 삶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이미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은 흔하다 못해 수두룩합니다. 이러한 개인 판매자를 모아서 플랫폼을 구축한 ‘브랜디’, ‘에이블리’와 같은 버티컬 커머스 기업의 성장세는 눈부십니다.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기획사 MCN(Multi Channel Platform) 플랫폼들에게 ‘커머스’ 사업은 안하는 게 이상한 만큼 필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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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슬퍼하는가


그러던 저에게 커머스 사업을 하는 한 대형 MCN 플랫폼 관계자와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현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웬걸. 질문을 받은 그 분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왠지 모를 깊은 슬픔이 그의 얼굴에서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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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던 그 이유를 저는 최근에야 다른 MCN 플랫폼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다르게 콘텐츠와 미디어를 결합하고자 했던 MCN 플랫폼의 도전은 쉽지 않은 암초가 가득했습니다.


대표적인 어려움은 ‘힘의 균형’에서 나타났습니다. MCN 플랫폼과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 사이의 힘의 축은 플랫폼보다는 크리에이터 쪽에 쏠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향력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커머스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MCN 플랫폼 입장에서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야 합니다.


예컨대 광고를 중개한다면 30~40%를 넘어서는 수수료를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데, 그렇게 해선 플랫폼에 도저히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국내 대형 MCN 플랫폼들 중에선 ‘영업이익’을 남기는 곳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서로 다른 목표를 일체화하는 것도 큰 숙제로 다가옵니다. MCN 플랫폼들이 흔히 협업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미디어업자입니다. 재밌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더 많은 구독자와 트래픽을 만들고자 합니다. 나아가 고정적으로 채널을 방문하는 ‘팬덤’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유튜브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정산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커머스’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많이 팔아 매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 콘텐츠 중간에 몰래(자연스럽게), 혹은 대놓고 ‘상품’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콘텐츠의 스토리텔링과는 이질적인 무엇인가가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의 눈에 밟힐 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구독자가 이탈하는 어떤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비슷한 사례는 2020년 뜨거웠던 유튜버 뒷광고 논란을 꺼내지 않더라도, 최근의 많은 미디어 PPL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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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인즉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상품 광고를 받아 ‘커머스’를 하더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평소에 만들었던 콘텐츠의 방향과 부합하는 한정된 카테고리의 상품을, 그 중에서도 구독자들에게 소개하더라도 떳떳할 수 있는 상품을 골라서 받게 됩니다. 광고주의 숙제를 받은 앞광고를 명기 하더라도, 그 빈도를 늘리는 건 크리에이터들에게 또 부담스럽습니다. 여기서도 구독자의 숫자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MCN 플랫폼 입장에선 커머스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제약된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가능성


회의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저는 미디어와 커머스가 결합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디어를 떼고 커머스만 놓고 보더라도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상품을 잘 팔기 위한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상품상세 설명에 잔뜩 들어가는 사진과 텍스트, 영상도 사실 모두 콘텐츠입니다. 콘텐츠의 재미와 커머스의 매출은 별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콘텐츠가 커머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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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커머스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통제가 어려운 사람 크리에이터가 아닌 처음부터 철저하게 기획된 가상의 크리에이터, ‘버튜버(버추얼 유튜버)’나 ‘가상인간’을 콘텐츠의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특정 카테고리에 걸맞은 커머스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 크리에이터와는 다르게 불미스러운 이슈에 휘말려 상품 브랜드에 타격을 줄 리스크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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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전 세계 유튜브 슈퍼챗(후원금) 기준 상위 10위 채널. 1위부터 9위까지 모든 채널이 카툰 렌더링의 탈을 쓴 ‘버추얼 유튜버’다. ⓒ플레이보드

콘텐츠와 커머스, 나아가 물류의 결합도 주목할 만합니다. 물류를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통제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물류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효율을 만듭니다. 추가 매출을 원하는 크리에이터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효율을 물류에서 만들 수 있다면 생태계에 머물 유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혼자서 보내면 3000원인 택배비를 1600원에 쓰게 해줄 수 있는 게 물류의 힘입니다. 혼자서는 구하지 못하는 상품을 소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물류의 힘입니다. 국내에만 국한됐던 판로를 글로벌까지 확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물류의 힘입니다. 종합몰 이상의 트래픽을 뽑아내고 있는 패션 버티컬 커머스 브랜디와 에이블리는 이미 이 공식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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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입장에서도 ‘콘텐츠’와의 결합에서 신사업 기획의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물류는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물량을 가진 화주사에게 휘둘리기 마련입니다. 이커머스 시대로 넘어와서도 물류의 형태만 B2B에서 B2C로 바뀌었을 뿐 그들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반면, 콘텐츠는 매출을 만들어냅니다. 물류가 동작하는 시작점인 ‘물량’이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데이터 분석 역량이 쌓인다면 ‘콘텐츠로 발생할 매출’을 예측하여 사전에 물동량을 준비해두는 것과 같은 운영의 묘가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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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물류와 콘텐츠가 결합된 어떤 상품을 만든다면 물류는 전통적인 지원 사업에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합 마케팅 및 운영 대행 사업을 통해 스스로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더 낮은 단가로 화주사를 영업했던 기존 방식을 ‘더 높은 매출’을 만들어주면서 그에 따른 물류까지 처리해주는 방식의 영업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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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만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둘 다 잘하고 적절한 균형을 배분해야 하니 더 까다롭습니다. 앞으로 콘텐츠의 재미와 커머스의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사실 ‘개인’ 단위에선 하나둘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이를 조직 단위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누군가가 이 판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같은 문제, 다른 솔루션

이번 주에도 업계에는 시끌시끌한 소식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소식으로 지난 커넥트레터에서도 한 번 언급했었죠. 쿠팡 PB상품 밀어주기 관련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로 촉발된 이 이슈는 쿠팡을 공격하는 시민단체가 등장하여 재점화 되더니, 이제는 쿠팡의 PB를 만드는 협력 생산업체까지 등판하여 쿠팡의 방어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요즘 부단히 공급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쿠팡의 모습이 함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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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식입니다. 요즘 품귀 대란에 웃돈까지 얹혀 거래되고 있는 포켓몬빵 소식 한 번쯤 들으셨죠? 유니콘 같은 친구라 저도 아직 먹어본 적이 없는데요. 아마 물류업계 분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몇 년 전 ‘꼬꼬면’과 ‘허니버터칩’ 사태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제품 모두 품귀 대란 이후 생산라인을 증설했지만, 유행은 반짝했고 뒤따라온 경쟁사의 제품으로 남 좋은 일만 하고 돈만 썼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지금 포켓몬빵의 생산업체 SPC삼립도 이런 전설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당장 최대 캐파로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지만, 라인 증설 계획은 없다고 하네요. 마케팅 이전에 공급망 이슈를 함께 살펴볼 만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포켓몬빵, 24시간 공장 가동에도 못구하는 이유이데일리]

[함께 보면 좋아요! : 허니버터칩은 왜 모자랐을까? SCM 관점에서, CLO]


세 번째 소식입니다. 얼마 전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드디어 끝났죠. 가격만 비싸지고 품질은 오히려 떨어진 택배에 분노한 이커머스 화주들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습니다. 이번에 소개 드리는 콘텐츠는 당시 택배 파업에 대응한 구독 커머스 ‘와이즐리’의 방법론입니다. 과거 월마트의 시도가 생각나는 ‘직원 배송’부터 야쿠르트 배송망 활용까지. 급작스러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위기에 대응한 와이즐리의 방법론이 재밌게 다가오는데, 핵심 키워드는 ‘공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택배 파업에 대처하는 와이즐리의 4가지 방법와이즐리컴퍼니 블로그]


네 번째 소식은 커넥터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쿠팡이츠가 던진 ‘단건 배달’을 배민1이 그대로 받으면서 배달 업계는 전에 없던 ‘속도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대놓고 물류판을 침공하는 상황에서 원조 물류업체 ‘배달대행’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가뜩이나 태생이 단건 배달보다 느릴 수밖에 없는 ‘묶음 배달’을 표준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죠. ‘바로고’의 직영물류 자회사 바로고앤 이승현 CSO의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로고 배달대행이 쿠팡이츠의 침공에 맞서는 법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막바지 시간을 활용해 잠깐 자랑거리가 있습니다. 커넥터스의 유료 구독자 1000명 고지가 드디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1천은 조금 많이 특별한 숫자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속도전으로 달려볼까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VC를 만났다엄지용]


오늘부터 커넥터스는 구독자 1000명이 달성될 때까지 신규 구독자 대상 무료 쿠폰 발급 이벤트를 계속합니다. 얼마 안 남은 목표를 향해 저희는 조금 더 힘차게 달려보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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