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컬리는 큰다는데 대체 왜요?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7월 7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뉴스레터 수신거부가 단 한 건도 없어 기분 좋은 엄지용입니다. 특히나 대놓고 광고(...) 이야기를 주제로 꺼냈음에 불구하고, 만들어진 숫자라 더욱 기쁩니다.
첨언하자면 지난주 수요일 별도로 발송했던 광고 콘텐츠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스티비(커넥트레터 운영 솔루션 제공사입니다.)가 <2021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에서 밝힌 기업 발송 뉴스레터의 평균 오픈율이 약 12.9%(광고일 경우 8.5%)인데요. 지난주 수요일 송고했던 저희 뉴스레터는 광고 콘텐츠임을 밝혔음에 불구하고 평균의 2배를 훌쩍 넘는 31.3%의 오픈율을 기록했습니다.
또 하나 재밌는 지표도 찾아냈습니다. 광고주에게 성과 지표를 공유하면서 알아낸 것인데요. ‘랜딩 페이지 클릭 숫자’가 저희가 파악한 것보다 1.5배 더 높게 나왔더군요. 아마 광고 콘텐츠가 몇몇 독자 여러분을 통해 외부 채널에 ‘바이럴’됐고, 거기서 만들어진 숫자가 추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괜찮은 성과에 광고주가 참 좋아했는데, 모두 구독자 여러분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지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갑니다. 커넥트레터 구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성과 지표는 무엇인지요? 업종과 가치 판단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뉴스레터와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오픈율과 클릭률이 중요합니다. 콘텐츠의 열독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자, 광고주에게 소구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머스에서는 ‘매출’과 연결되는 지표인 구매 전환율을 중요하게 볼 것입니다.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구매율’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로 제가 운영하는 유료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는 새로운 독자의 신규 유입과 기존 구독자의 재구매와 관련된 지표를 매일매일 살펴보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들어오는 신규 구독자의 숫자를 해지 구독자보다 높은 비중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갑자기 지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자랑이 하고 싶어서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얼마 전 저는 L사 교육팀 초청으로 해방촌 모처에서 ‘리테일 공간의 변화’를 주제로 임원 대상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뉴스레터에는 강연 망하면 울 거라고 써놨는데, 다행히 울진 않았습니다. 강연이 성공해서는 아니고요. 정성적인 콘텐츠인 강연의 성패를 감히 제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L사 커머스 마케팅팀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같은 내용의 강연을 한 번 더 부탁할 수 있겠냐고요. 그날 강연을 들었던 L사 커머스 담당 임원으로부터 추천받았는데, 커머스 조직 구성원 대상으로도 들려주고 싶다고요.
이럴 때 진짜 울 것 같습니다. 저는 전문 강연자가 아니고, 그렇다고 커머스나 물류 실무자도 아닙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 전하는 사람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 이야기가 실무 최전방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에게 와 닿았습니다.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재구매’만큼 강력한 지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규 구매야 마케팅의 힘으로 어떻게든 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구매는 앞선 제품 경험이 좋지 않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재구매’는 제품 자체의 만족도를 증명하는 본질적인 지표나 다름없습니다.
오늘은 자랑으로 한 바닥 채운 느낌이네요. 사족은 여기까지 달고, 뉴스레터를 읽는 구독자 여러분께도 구독해지 안 하고 계속 볼만한 콘텐츠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물류센터 리츠(REITsl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회사에 재직하는 독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 상품이 나왔다느니 하는 미디어 보도를 보신 적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물류센터를 운영 수단으로 사용하는 풀필먼트업체는 꽤나 이 시장에서 돈을 버는데 고전하고 있지만, 투자 상품으로 보는 물류센터는 그 규모를 키우며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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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에게 메일을 보낸 독자는 화려한 언론 보도에선 드러나지 않는 맥락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신선식품 카테고리 온라인화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저온(냉장/냉동) 물류센터’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서 맞닥뜨린 실수요는 공급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수도권에 입지한 복합물류센터 중에 ‘저온시설’ 임차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걱정된다는 게 독자가 전한 입장이었습니다.
독자는 저에게 지금의 저온 물류센터 공급은 과연 적합한 것인지, 혹은 과공급은 아닌지 물었습니다. 실수요를 살펴볼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혹시 수요자의 입장을 확인해줄 수 있느냐고요.
왠지 이건 개인의 궁금증을 넘어서 산업 전체와 연결되는 이슈가 될 것이라는 감이 스쳤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저온 물류센터 공급자, 수요자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의 진위를 확인하고, 그 이유를 정리하게 된 배경입니다.
일단 저온 물류센터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는지 근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차적 원인은 ‘수요예측의 실패’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온 물류센터가 뜬다뜬다 이야기가 나온 시점은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본격 론칭한 2018년 10월과 맞물립니다. 그 전까지 쿠팡은 상온 상품 중심의 로켓배송을 했기에, 새로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 맞춰서 ‘저온 물류센터’ 확충은 그야말로 필연처럼 다가왔습니다. 쿠팡은 최근까지도 실적발표 IR을 통해 ‘로켓프레시’를 성장 동력이라 강조하고 있는데, 자연히 개발사 입장에선 ‘저온 물류센터’ 수요 증가가 예측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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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신선식품 버티컬 커머스 ‘컬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소위 이야기 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판에는 신세계, 롯데로 대표되는 유통공룡들까지 대거 참전(안타깝게도 이 중 몇몇은 사라졌지만...)을 합니다. 아래 2019년 시점 시장 예측 자료를 보면 그 열광적인 분위기가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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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20년 우리를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가 저온 물류센터 개발 열풍에 불을 질러버립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식품 이커머스 카테고리는 괄목할 성장을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이커머스 식품(음식료품,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32조7989억원(잠정치)으로 2020년(25조8925억원) 대비 26.7% 성장했습니다. 평균 온라인쇼핑 거래액 성장률 21%를 여전히 상회합니다.
시계를 1년 돌려놓고 보면 식품 카테고리의 성장은 더욱 가팔랐습니다. 코로나19가 찾아오기 전인 2019년 식품 카테고리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불과 16조9629억원이었으니까요. 2020년에만 전년 대비 52.6%의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의식의 흐름이 연결됩니다. 대면 거래 카테고리의 끝판왕이라 불렸던 ‘식품’이 빠르게 온라인화 됐습니다. 당연히 이커머스를 위한 식품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예측됩니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같은 저온 보관이 필요한 카테고리가 함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냉장, 냉동상품 보관 및 전처리가 가능한 ‘저온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덩달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온 물류센터는 확실히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신선식품을 다루는 유통, 물류업체들은 저온 물류센터가 없어서 난리였으니까요.
수요는 계속해서 무섭게 치고 올라갔고,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 물류센터 개발사들이 앞 다퉈 ‘저온 물류센터’ 개발에 뛰어든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2021년 1월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3자 물류와 이커머스가 전체 수도권 면적의 3/4 이상을 사용하면서 물류센터의 가장 큰 임차 수요로 드러났습니다. 2020년까지도 자산 공실이 컸던 용인, 이천 지역 물류센터의 공실이 이커머스와 3PL 화주사로 빠르게 채워졌습니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에만 2조원 수준의 거래액을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수요는 향후 계속 증가하며, 수도권 내 저온 물류센터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입니다”
-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팀 이사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요. ‘저온 물류센터’가 뜬다는 이 예측이 불과 1년 뒤인 2022년에 와서 전에 없던 ‘공급 과잉’으로 시장을 쓸어버릴 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창 감염병이 전국을 휩쓸던 그때,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온라인의 편의를 맛 본 사람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우리는 ‘뉴노멀’을 맞이할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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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지금 맞이한 현실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빡세게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기저효과를 맞으며,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습니다. 특히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역성장’을 보이는 녀석까지 등장합니다. ‘음식배달(음식서비스 카테고리)’이 그 광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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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물류센터의 대표 수요 카테고리인 ‘식품’도 그렇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온라인쇼핑 식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월 대비 1.9% 성장하며 힘을 잃었고, 농축수산물 카테고리만 추려서 거래액을 살펴보면 전월 대비 1.8% 역성장 했습니다.
여기서 ‘기저효과’만 놓고 본다면 왜 저온 물류센터가 넘쳐흐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소폭 역성장을 한 건 맞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을 보자면 이커머스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2년 전까지 저온 물류센터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 이유는 물류센터가 개발되고 공급되기까지 통상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물류센터 개발사 임원에 따르면 물류센터를 준비하고 공급을 끝마치는 데는 1만평 물류센터 기준 통상 2년 반(30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앞서 2019년을 즈음해서 저온 물류센터 개발이 각광 받았다고 했죠? 이제 3년이 지났네요. 2022년을 기점으로 우후죽순 시장에 ‘저온 물류센터’가 공급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사들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저온 물류센터 개발에 착수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지금 보는 대로입니다.
“기억해보면 몇 년 전까지 오프라인 유통의 온라인 전환이 계속될 것이고, 한 번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에 락인되면 변화가 어렵다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습니다. 물류센터 개발사들은 그런 전망을 보고 너도나도 저온 물류센터 개발에 뛰어 들었고요. 물류센터 공급까지 대략 3년이 걸리는 데, 그 시대의 낙관적인 물류센터 공급이 2022년을 기점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어떤가요. 이커머스 성장은 얼어붙었고, 앞으로 시장이 지속 가능하겠냐는 의문까지 제기됩니다. 그 와중 몇몇 업체들은 파산하고 있습니다”
- 저온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물류기업 A사 임원
사실 저온 물류센터는 그 자체로 괜찮은 ‘투자처’로 여겨졌습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쳐흐르고, 연일 땅값이 상승하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덩달아 저온 물류센터는 상온 물류센터 이상의 ‘평당 임대료’를 얻을 수 있기에, 기대치가 높았죠. 그러다 보니 대 물류센터 난개발 시대가 열립니다. 물류센터를 개발하는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개발하던 업체까지 새로운 수익처로 보이는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취재 과정에서 물류센터로 쓰지 못할 이상한(?) 물류센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확인한 배경입니다.
B2B 물류를 처리하는 전통적인 보관 물류센터와 B2C 이커머스 물류를 처리하는 풀필먼트센터는 그 특성이 확연히 다릅니다. 커넥터스에도 수차례 설명했는데, 이런 서로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이커머스 운영 방법과 동떨어진 물류센터를 설계해 ‘이커머스 물류센터’처럼 공급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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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커머스 물류를 합니다. 예전 보관 중심의 수탁 물류센터와는 다르게 포장 라인이 공간에 들어가야 합니다. 격벽으로 냉동, 냉장실을 만들기도 하는데, 물류센터 레이아웃이 이런 운영 구조를 뒷받침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요즘 저온 물류센터 알아보고 있냐고 연락이 참 많이 오는데, 3~4군데 실사하면 이거 괜찮다 싶은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물류센터 레이아웃이 잘 잡혀있고, 입지가 괜찮으면 저온 물류센터라도 바로 임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물류센터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 저온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한 물류기업 B사 대표
“부동산 개발하는 분들은 물류센터 공간을 100% 다 임대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류센터 안에서도 방을 최대한 많이 쪼개고, 방마다 전실을 배정하는 건물을 몇 개 봤습니다. 이런 물류센터는 한 업체가 통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너무 잘게 쪼개놔서 공간 효율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 저온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한 물류기업 A사 임원
저온 물류센터 수요자들의 증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상한 물류센터는 결국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일부 물류센터 개발사들은 업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TC(Transfer Center)와 DC(Distribution Center), FC(Fulfillment Center)의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물류센터를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는 수요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허수 공급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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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살펴보면 물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개발한 물류센터가 많이 보입니다. 이름은 풀필먼트센터라고 붙여 놨는데, 작업자의 이동 동선과 층고를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레이아웃으로 만들어 놓은 곳들이죠. 이런 물류센터는 공급량에는 반영되겠지만 사실상 ‘허수’나 다름없습니다. 화주사들이 물류센터를 보는 눈이 점점 높아지고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물류센터는 결국 공실률에 반영될 것입니다”
- 물류센터 개발사 C사 임원
마지막 이유는 단순한데요. 현재 공급된 저온 물류센터를 운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가 복수의 수요자 사이에서 들렸습니다. 실제 저온 물류센터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상온 물류센터 대비 두 배 가까운 평당 임대료를 형성하고 있고요. 전기세로 대표되는 저온 인프라를 유지하는 부가 운영비용도 큽니다. 이런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유통, 물류업체들이 많은 것이죠. 여기서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름철 저온 물류센터 현장에선 우스갯소리로 문 한 번 열면 5000원씩 비용이 나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저온 물류센터 내부 설비와 바깥 온도 차이가 심하다 보니 전기세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 것이 맞고요. 그러다 보니 화주사들은 통짜로 저온 이커머스 물류센터 공간을 임대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보관전문 창고에 최소한의 재고를 보관해두고, 그때그때 꺼내 쓰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또 저온 물류센터는 입지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냉장냉동 상품은 배송까지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좋은 입지에 있는 물류센터는 다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물류센터 매물을 보면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 신선식품 커머스업체 D사 물류실무자
“상온 물류센터는 그냥 물류센터에 줄을 그어놓거나, 펜스를 치는 방식으로 구획을 나눌 수 있잖아요. 그런데 냉장냉동 물류센터는 유닛 쿨러(Unit Cooler)라고 불리는 시스템 때문에 구획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아요. 냉장차 접안도크를 차량 종류별로 마련하는 데도 비용이 꽤나 많이 듭니다. 전기세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투하된 비용들은 고스란히 물류센터 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저온 물류센터 사용을 꺼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신선식품 커머스업체 E사 물류담당 임원
그럼 이들은 저온 물류센터 없이 어떻게 물류를 처리하고 있을까요. 생각보다 컬리나 팀프레시와 같은 일부 기업들이 강조하는 ‘풀콜드’ 역량을 갖춰 물류를 처리하는 업체들은 시장에 많지 않습니다. 상품을 보관하지 않고 잠깐 거쳐 가는 분류센터(Transfer Center) 정도는 그냥 상온 물류센터, 혹은 물류센터가 아닌 빈 공터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박한 사례가 있다면 얼마 전에 만났던 ‘오늘회’입니다. 오늘회는 ‘간선차량’을 마치 저온 물류센터처럼 이용하고 있더군요. 배송 권역별로 부지(주차장, 공터 등)를 시간 단위로 임대하여 상품을 실은 냉장차량을 시간에 맞춰 보내놓고요. 이 차량이 주차된 공간까지 배송기사가 방문하여 상품을 픽업하여 최종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물류센터가 아닌 차량을 ‘이동하는 물류센터’처럼 사용한 것입니다.(이 사례는 조만간 커넥터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저온 물류센터 수요와 공급 불일치 현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 전 저온 물류센터 수요를 과잉 예측한 결과물들이 2022년을 기점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저효과로 신선식품 커머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개발을 시작한 저온 물류센터가 쏟아질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저온 물류센터의 수요, 공급 불일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저온 물류센터 공급 과잉에 따른 위기론이 관측되는 대표적인 지역은 ‘인천’인데, 이러한 현상은 인천에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첨언하자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만든 장밋빛 이커머스의 미래는 전 세계적으로 물류 인프라 공급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이커머스 성장 정체와 역성장의 광풍을 전 세계가 온 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최근 코로나19 기간 대폭 늘렸던 물류센터와 인력을 축소하는 구조 조정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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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기 아쉬운 소식을 함께 살펴봅니다. 전 세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통계청이 지난 5일 2022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IMF 이후 최대치인 6%를 기록했습니다. 덩달아 이 수치가 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함께 나오고 있는데요. 저 또한 동네(인천입니다.)에서 7000원하던 국밥들이 요즘 일제 9000원 수준으로 오르는 것을 보면서 물가인상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공포 속에 우리 또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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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는 확정된 2023년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2023년 최저임금은 올해(9160원) 대비 5% 오른 9620원으로 최종 결정됐는데요. 이에 따라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계, 특히 편의점업계의 아우성이 들리고 있습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물류와도 연관성이 큰데, 이건 곧 커넥터스를 통해 자세한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최저임금이 만든 원가 인상은 소비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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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커머스의 침공을 직격으로 받은 업태가 ‘대형마트’였죠. 원래 식품하면 대형마트의 대표 카테고리였는데, 이걸 상당 부분 온라인에 빼앗겼으니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판매액(잠정치)은 5월 기준 2조8314억원으로 전월(2조6937억원) 대비 5% 성장했습니다. 회복세가 보이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좋지 않았죠. 그런 상황을 전제에 깔아두고 아래 콘텐츠를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규제 완화가 현실화 된다면 매장망을 활용한 반격의 신호탄이 울릴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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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평소 유료 콘텐츠를 만들 때 쓰던 열정만큼, 커넥트레터에 투자했습니다. 간만에 취재전선에 뛰어드니 여기가 역시 제가 있어야 할 곳인가 싶어 뿌듯합니다. 이런 콘텐츠가 가득한 저희 유료 멤버십 ‘커넥터스’도 사랑해주시고요.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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