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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Sep 08. 2022

오늘회 사태는 ‘물류’의 실패일까

겨울이 다가옵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9월 8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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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쁜 순간

엊그제는 오랜만에 한 기자 후배를 만났습니다. 오랫동안 IT전문매체에 재직하다가 몇 달 전 일간지로 이직한 친군데요. 소주 한두 잔이 오가며 자연스레 우리 이야기는 근황으로 흘러갔습니다.

몰랐는데, 이 친구 ‘커넥터스’를 구독하고 있더군요! 그것도 두 개밖에 구독하지 않는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 중 하나로 열심히 보고 있다고요. 산업 뒷단에 잘 보이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물류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요. 여기 더해 최근 아래 콘텐츠를 참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저 좋으라고 하는 빈 말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지난 1년 가까이 커넥터스를 운영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가 있다면, 우리 콘텐츠를 구독하는 언론사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중앙일보, 한겨레와 같은 일간지,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이코노믹리뷰와 같은 경제지, 바이라인네트워크, 아웃스탠딩, 픽쿨, 너겟과 같은 전문지 및 뉴미디어의 콘텐츠 창작자들이 실제 커넥터스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참 기쁩니다. 누구보다 산업의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콘텐츠를 잘 만드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니까요. 누구보다 텍스트의 바다를 헤집고 살고 있을 그들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낼만한 텍스트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모인 창작자들의 네트워크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 만난 또 다른 전문지 기자 후배는 커넥터스 콘텐츠를 보고 알게 된 한 업체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업체를 만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는 그의 감사 인사를 듣고 적잖이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우리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그 콘텐츠는 우리가 접근하지 못했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갔을 테니까요.

독자의 피드백만큼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커넥터스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 되는 의미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겠습니다.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고마움을 전하며,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겨울이 다가옵니다

파트너사 대금 체납과 C레벨의 연이은 이탈, 구조 조정과 서비스 중단, 기업 매각을 고려한 재정비까지. 초신선 버티컬 커머스 ‘오늘회’를 둘러싼 요즘 소식들입니다. 항간에는 사실상 오늘회가 망한 것이 아니냐는 자극적인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회가 망한 것은 아니지만,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유동성이 넘쳐흐르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정석’처럼 여겨졌던 투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높은 성장을 도모하던 사업 모델이 꺾였습니다. 오늘회도 이와 같은 전략을 추구했지만, 냉랭한 시장 분위기에 추가 투자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는 자연히 앞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 것과 같은 갖은 이슈들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물류’를 무기로 꺼낸 투자 행보

물론 오늘회는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회가 이번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며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무기는 ‘물류’였습니다. 김재현 오늘회 대표는 개인 블로그와 미디어를 통해서 오늘회의 본진처럼 여겨지던 초신선 커머스가 아닌 ‘물류’를 핵심 비즈니스로 강조하는 행보를 이번 투자 라운드 내내 보여 왔습니다. 사실 오늘회는 커머스 기업이 아닌 물류기업이었고, ‘데이터’ 회사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실제 오늘회의 IR자료를 받아본 투자사에 따르면 거기에는 온통 ‘물류’ 이야기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밝히자면 커넥터스 또한 이런 메시지를 보고 오늘회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병혁 부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오늘회의 물류 사업을 정리한 콘텐츠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화물차를 ‘물류센터’처럼 활용하는 TC(Transfer Car)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몇 달 전 뉴스레터에서도 관련 사례를 짤막하게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물류’를 다루는 버티컬 미디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오늘회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유동성이 메마른 시장 분위기 속에 태생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물류’ 사업을 보는 투자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거든요. 일례로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넥스트 커머스 비즈니스 모델로 여겨졌던 ‘퀵커머스’가 올해 들어 완전히 꺾인 데도 빠른 물류망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비용이 원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퀵커머스를 지원하는 ‘빠른 3자 물류’를 핵심 비즈니스로 내세운 오늘회의 풀필먼트 사업이 성공한다면, 물류를 바라보는 시장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 최병혁 부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오늘회의 물류 모델에는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로 물류를 설계한 것입니다.

물류도 ‘돈’이 있어야 하기에

물론 결과적으로 오늘회는 투자 라운드 중간에 갖은 재무 이슈들을 맞으며 위기에 봉착합니다. 돈이 없으니 새로 시작하는 ‘풀필먼트’ 사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오늘회의 풀필먼트 비즈니스 모델이 인프라 투자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물류를 하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투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오늘회가 화물차를 움직이는 물류센터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전에 오늘회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 실물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물류센터를 ‘허브’로 이용하고, 앞서 이야기했던 움직이는 화물차는 ‘스포크(Spoke)’로 지역별 시간당 물류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했던 것입니다.

오늘회 성수 물류센터 모습. 오늘회가 물류센터 없는 모델을 추구하지만, 물류센터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실물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임차료와 운영비가 들어감은 물론이다. ⓒ커넥터스

오늘회는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도권을 벗어난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여기에는 추가적인 물류센터 투자가 지역별로 필요하게 됩니다. 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같은 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에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늘회는 겉으로 강조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내부의 물류 투자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투자 없이 오늘회가 아닌 화주사의 물량을 유치하고 매출을 일으키라”는 오너십의 지시를 받고 고민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추진하던 물류 시스템 개발 계획도 백지화가 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늘회에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커넥터스 취재 결과 오늘회에서는 100억원 단위의 미지급금이 발생하고 있었고, 상품 납품업체와 물류 협력사는 5~6개월 이상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오늘회로부터 미지급금이 발생하고 있어 고민이라는 업체 대표의 연락을 받아 그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당장 불을 꺼야 하는 이슈는 이어지고 있는데, 투자금은 마르고 있고 결국 불만을 참지 못한 누군가의 고발로 부정적인 언론 보도까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당장 투자 유치조차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물류’에 투자한다? 쉽지 않은 결정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왜 물류에 진심일 수밖에 없었을까

결국 물류에 진심이라 이야기했던 오늘회는 물류에 진심으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물류를 무기로 돈을 받고자 했지만, 목표한 기한 안에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오늘회는 ‘물류’를 투자를 위한 핵심 무기로 꺼내든 것일까요? 추측컨대 시장에는 이미 오늘회보다 거대한 빠른 물류 중심의 커머스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김재현 대표가 마케팅팀장으로 일했던 ‘컬리’가 그렇고요. 컬리보다 거대한, 지금은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을 자신할 수 있는 기업 ‘쿠팡’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회가 커머스를 중심으로 성장 모델을 설계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요? 초신선 버티컬 커머스 오늘회가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신선 버티컬 커머스 ‘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옵니다. 신선 버티컬 커머스 ‘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또 다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옵니다. 결국 오늘회가 커머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강화했다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그럼 오늘회는 컬리와 쿠팡과 경쟁하려고 하나요?’, ‘어떻게요?’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쉽지 않다면 ‘전장’을 바꾸는 것이 답이 될 것입니다. 쿠팡은 이미 다른 세계의 존재가 됐습니다. ‘고객’이라는 중심 키워드를 잡고, 모든 상거래 시장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컬리는 ‘상품’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상품을 머천다이징하는 능력을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했고, ‘물류’는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지원 도구 정도로 포지셔닝 했습니다. 그렇게 신선식품 이외의 뷰티, 생활용품 영역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회는요? 여기서 컬리처럼 ‘화장품’, ‘휴지’를 팔겠다고 하는 것이 답이 될까요? 쿠팡과 컬리와 직접 경쟁하는 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은 아닐까요? 그런 상황에서 오늘회가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선택한 키워드가 ‘물류’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익일배송 기준의 쿠팡의 로켓배송, 새벽배송 기준의 컬리의 샛별배송을 넘어서 ‘3시간 이내 당일배송’이라는 오늘회만의 물류 키워드를 잡고 가는 물류기업이 된다고 했겠죠. 전국 단위로 3시간 이내 당일배송을 제공하는 물류기업이 된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여기 ‘데이터’라는 마성의 키워드를 미래 가치로 추가했을 것입니다.

오늘회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오늘회의 위기는 물류가 아닌 ‘재무’에서 비롯됐습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한 성장을 추구하는 ‘쿠팡식’ 성장모델이 자본 시장을 덮친 유동성 악화로 막혀 버렸습니다. 오늘회는 투자 유치를 위한 무기로 ‘물류’를 선택했지만, 물류도 ‘돈’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오늘회는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갖은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지사항에서 오늘회는 스스로를 ‘적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던 스타트업’이었다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부터는 적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비즈니스 모델, 조직, 재무구조를 전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벌어진 서비스 중단 역시 오늘회의 서비스를 재정비하기 위한 목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서비스 지역, 배송시간 기준을 변경하여 추석 이후 상품을 재오픈 한다는 것이 오늘회측의 설명입니다.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의 공지사항. 스스로를 적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던 업체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적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회

이렇게 된다면 오늘회의 물류도 앞서 이야기했던 맥락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서비스 지역’은 기존 오늘회가 추구했던 전국 진출이 아닌 수도권, 더 나아가 서울로 대표되는 핵심 지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고객에게 약속하는 배송 타임라인 또한 기존 3시간 배송에서 보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자본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기존 물류 구조에서 성장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는 맥락의 물류로 전환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비단 ‘오늘회’만의 이슈일까요? ‘물류’의 이슈일까요? 저는 막대한 투자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기업 가치를 올렸던 ‘캐시 드라이브(Cash Drive)’ 모델 전체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위기는 생각보다 다양한 산업에 번질 수 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 IT 기반 스타트업 업계에서 ‘캐시 드라이브’ 모델은 정석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최근 IR 현장에서 다케다 신겐과의 전쟁에서 참패해 우거지상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를 꺼내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투자를 받아 성장을 만들고,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만들어 다시 투자를 받아 훨씬 높은 기업 가치를 만드는 모델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그 위기를 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기를 받아들이고, 장기전을 기약해야 합니다. 손정의 회장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우거지상을 꺼내든 이유도 그렇습니다. 결국 위기를 넘어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것은 다케다 신겐이 아닌 도쿠가와 이에야스였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이미 우리 앞에 왔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겨울을 맞이하는 자세

겨울을 맞이한 다른 커머스 업체들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물류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가 돼버린 ‘티몬’이 최근 엑싯(Exit, 매각 및 투자회수)에 성공합니다.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티몬의 지분을 100% 인수했는데요. 티몬 입장에선 낮아진 기업 가치는 아쉽겠지만, 치열한 경쟁에 밀려 역성장에 적자 규모를 키우던 상황에서 ‘출구’를 찾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거래를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큐텐은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글로벌’에서는 꽤나 큰 성과를 만들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 플랫폼을 전개하고 있으며 큐텐이 밝힌 매출은 1조원이 넘습니다. 이번에 티몬 인수를 하며 지분을 교환한 ‘큐익스프레스’라는 물류자회사의 매출만도 1500억원에 달합니다.

요컨대 큐텐은 티몬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글로벌 플랫폼’과 ‘글로벌 물류’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큐텐이 가진 역량에 티몬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판매자 네트워크’라는 다리를 놓는다면 글로벌을 연결하는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미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는데, 그게 무엇인지 커넥터스가 취재해 정리했습니다.

사실 겨울은 우리나라에만 온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유동성 악화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기는 ‘유니콘’을 양성하면서 화제가 됐던 비즈니스 모델 ‘애그리게이터’가 그 위기를 몸으로 받고 있습니다. 대표 업체인 스라시오(Thrasio)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더해 스라시오를 벤치마킹하여 등장한 국내 애그리게이터 회사들의 상황도 썩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애그리게이터는 브랜드의 성장을 만들기 위한 지원 사업으로 마케팅과 운영 지원 모델을 포함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비즈니스의 본질은 ‘금융업’이나 다름없습니다. 될성부를 브랜드를 인수하여 성장시키고, 그에 따른 기업 가치를 몇 배수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애그리게이터가 추구하는 성장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투자 자본이 냉각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들의 높은 기업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찾아야 합니다.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함으로 기업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원 역량인 ‘오퍼레이션’에서 가치를 찾아 증명해야 합니다. 오퍼레이션 역량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겐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소식은 갑자기 등장한 네이버의 배달 시장 진출설입니다. 전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 플레이스에 정보를 등록한 로컬 음식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네이버가 투자한 생각대로와 같은 배달대행업체를 붙여 배달 서비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밝히자면 네이버는 이미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한 음식점들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주문하기’ 기능을 통해 고객들의 결제를 받고 포장 픽업 기능을 연결할 수 있었고요. 매장 전화번호를 연결하거나 배달앱을 연동하는 등 배달 주문을 받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다만, 고객 경험 측면에서 배달 가능한 음식점을 모아 볼 수 있는 건 아니라 다소 불편했죠. 아마 네이버가 배달 시장에 진출한다면 이런 불편함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안에서 독립적으로 배달 가능한 가게를 모아보는 기능이 나올 수도 있겠죠.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이 정도는 이미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 앞서 배달 시장에 진출했던 ‘카카오 주문하기’의 참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네이버가 정말 배달 플랫폼 진출에 진심이라면 배달의민족 이상의 무엇인가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등장과 함께 단건 배달로 시장점유율을 확충하고, 배달의민족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쿠팡이츠’처럼요. 그 사이 시대가 바뀌었기에 단건 배달을 넘어서는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겠죠.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타이밍이 잘 맞아 추석 바로 전날에 독자 여러분에게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됐네요. 모두 가족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명절 되길 바라며, 저희는 다음주 목요일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잔뜩 무거운 이야기를 했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커넥터스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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