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끝을 맞은 홈퍼니싱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9월 15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안녕하세요, 명절을 건너 돌아온 엄지용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살짝 자랑 하나 하고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최근 들어 저희에게 힘이 나는 소식 중 하나는 다양한 기업에서 왕왕 ‘콘텐츠 제휴’ 요청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오늘도 한 상업용 부동산 기업에서 제휴 요청을 받았는데요. 디테일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미디어 채널에 ‘커넥터스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또한 누군가 저희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줬다는 뜻이기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밝히자면 현재 커넥터스는 뉴스레터에 무료 공개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휴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실제 리멤버, 얼룩소, 한진 등 다양한 기업이 운영하는 미디어에서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데요. 저희 입장에선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독자 여러분과 만날 접점을 제휴 파트너 기업들이 만들어주는 셈이기에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먹고사니즘에도 도움이 되고요!)
물론 제휴채널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독자 여러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지만, 뭐 어떤가요. 이런 부담감은 저희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에 언제고 환영할 일입니다.
자랑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모든 성과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 덕에 만들 수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꺼이 커넥터스 콘텐츠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많은 분들 덕분에, 저희 콘텐츠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새로운 연결점이 만들어졌으니까요. 큰 고마움을 전하며,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대표 수혜 이커머스 카테고리를 하나 꼽자면 ‘홈퍼니싱’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리 집은 사무실이자 여가생활 공간으로 변했고, 자연스레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인 ‘집’ 꾸미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어났습니다. 이에 가구와 인테리어소품을 비롯한 ‘홈퍼니싱’ 용품의 온라인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어느 정도냐고요?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7월 기준 가구 카테고리의 온라인 거래액은 3900억원으로 2019년 7월(1714억원) 대비 127.5%(!) 증가했습니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보더라도 가구 카테고리의 온라인 거래액은 4296억원으로 10.1%의 성장세를 이어갔죠. 이에 가구기업들은 전에 없었던 실적 파티를 할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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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의 끝이 보이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홈퍼니싱’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애초에 가구는 한 번 사면 다음 구매까지 빈도가 긴 특성이 있었고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다시 거리에 사람이 나오면서, 대표적인 수혜 카테고리였던 가구는 ‘기저 효과’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덩달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든, 매매든 집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어든 것도 가구업계 침체에 한 몫 했고요.
실제 가구업계의 침체는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인 2022년 7월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자면 가구 카테고리 이커머스 거래액은 4029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6.2% 역성장했습니다. 동기간 전월 대비 거래액 감소세도 3.4%로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전망은 지금보다 더 암울해질 것이 자명합니다.
이런 침체는 비단 ‘온라인’ 채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데요. 한샘과 현대리바트로 대표되는 빅2 가구기업의 2022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역성장이 발생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성장 둔화’가 확연히 보이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이 올라가면서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악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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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이케아코리아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기준 61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6872억원) 대비 10% 역성장한 실적을 마감했고요. 같은 기간 이케아 매장 방문 고객 역시 6682만명으로 전년(7000만명)과 비교하여 감소했습니다.
가구업계는 실적 악화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이케아코리아는 모두 최근 늘어난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고요. 이런 가격 인상 추세는 비교적 최근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안타까운 건 가격 인상은 수요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에, 위기의 돌파구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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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아 14일 이케아코리아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최근 벌어진 가구업계의 침체에 대한 이케아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코로나19는 이케아에게 있어 호재임과 동시에 악재로 다가왔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먼저, 코로나19가 이케아코리아의 일부 카테고리 매출에 도움을 준 것은 맞습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집은 ‘먹고, 자고, TV보는 곳’의 역할을 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집은 모든 것을 다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집이 단순 주거공간을 넘어서 카페가 되고, 사무실이 되고, 영화관이 됨에 따라서 홈오피스를 지원하는 제품 같은 특정 상품군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고, 엔데믹을 맞은 최근 안정세에 들어왔다는 요한손 대표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케아코리아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몰고 왔습니다. 특히 이슈가 됐던 것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물류 대란입니다. 글로벌 물류 대란은 물류비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인상을 몰고 왔습니다. 이는 글로벌에서 상품을 수급하는 이케아코리아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줬고, 결국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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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선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건 우리의 오랜 철학이기도 합니다. 실제 동종 시장과 비교해선 최대한 낮은 가격을 고수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긴 문제와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시 경제적 요인이 해결된다면, 이케아코리아는 수요가 높은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뿐만 아니라 홈퍼니싱 컨설팅 서비스 또한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 마티나 자이델 이케아코리아 컨트리 커머셜 매니저
이케아코리아 입장에서 물류 대란으로 올라간 원가 이상으로 뼈아팠던 것은 ‘제품 수급’에서 발생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하여 곳곳에서 발생한 대외 위기와 그로 인한 물류 병목은 제품 수급에 문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매장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 재고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뼈아팠다고 이케아코리아는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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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을 안 받은 기업은 없으며, 이케아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2022년을 지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제품 수급이 원활치 못했다는 겁니다. 많은 고객들이 매장에 방문했음에 불구하고,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고객들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못해 그들이 생각하는 집을 꾸미지 못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실망감’이 우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공급망 병목이 많이 회복되면서 제품 수급이 원활해졌지만요”
-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올해 들어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도 이케아코리아 매출 악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이케아코리아가 주력하는 홈퍼니싱 용품은 새로운 집을 구매하고 이사함에 따라 자연히 따라오는 파생 수요입니다. 요컨대 홈퍼니싱 용품은 부동산 거래에 뒤따르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고, 부동산 거래 감소는 자연히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리오프닝’은 생각보다 오프라인 매장인 이케아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요한손 대표에 따르면 사람들이 외부에서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케아 매장 방문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왔다는 분석입니다.
이케아의 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사실 홈퍼니싱 카테고리를 다루는 커머스 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홈퍼니싱 업계의 침체를 극복할 다음 회계연도의 전략 방향으로 ‘옴니채널’을 제시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더해 ‘온라인’ 접점을 강화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이케아와 자유롭게 만나서 소비할 수 있는 ‘끊김 없는(Seamless)’ 경험을 강화한다는 것인데요.
이케아코리아는 옴니채널 전략의 일환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소속 홈퍼니싱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기획, 제작,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사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데요. 시청자는 라이브에서 소개된 제품에 대해 전문가들과 실시간 채팅 상담을 할 수 있으며, 영상에 연결된 온라인몰 페이지를 통해 곧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옴니채널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이케아측의 강조 사항입니다. 이케아의 제품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경험’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하고요.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등 이케아 직원들이 제공하는 홈퍼니싱 솔루션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또 매장에 방문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이케아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과 온라인의 ‘편의’를 연결하기 위한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한 상품을 집까지 배송하고, 희망한다면 조립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이케아의 매장 거점은 그 자체로 물류 거점의 역할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배송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 ‘가격 인하’를 했다고 강조하는데요. 이케아코리아에 따르면 가구 배송 가격은 수도권 지역 대상 40%, 그 외 지역 대상 33%, 조립 서비스 비용은 15% 절감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매장에 방문하여 제품을 체험하고, 배송은 온라인으로 받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물량을 바탕으로 한 ‘구매력’을 통해 물류 단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이를 고객이 지불하는 배송비 인하에 반영했다고요.
실제 이번 회계연도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지만, 옴니채널과 연결되는 ‘온라인 채널’의 매출 성장은 호조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이케아코리아의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났고요. 전화나 채팅, 화상통화를 통해 상담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리모트 서비스’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났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앞으로도 ‘옴니채널’을 중심 전략으로 계속해서 활용해 나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연계한 옴니채널을 어떻게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오프라인에 특화된 기업 이케아의 ‘옴니채널’ 강화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지켜볼만 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지각 참사입니다. 전날 간만에 용산 부대 스테이크를 먹고 신이 나서 술을 많이 먹었더니, 뉴스레터 작성 및 송고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버렸습니다. 오늘도 다음 저녁 미팅이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는 주요 소식을 중심으로 빠르게 살펴봅니다.
첫 번째로, 서울경제가 ‘쿠팡이츠 매각설’을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감에 있어 가구 이상으로 슬픈 카테고리가 사실 ‘음식 서비스(음식배달)’인데요. 역성장의 폭풍을 그야말로 몸으로 받고 있고, 단건 배달 경쟁으로 무거운 비용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쿠팡이츠가 ‘매각’까지 타진하고 있다는 게 서울경제 보도의 맥이었는데요. 쿠팡은 뉴스룸을 통해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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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뜨거웠던 소식은 오픈마켓을 접는 SSG닷컴 소식입니다. SSG닷컴이 14일 지난해부터 운영했던 오픈마켓을 오는 10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오픈마켓은 지난해 인수하여 확보한 ‘지마켓’에 맡기고, SSG닷컴은 프리미엄 버티컬 영역에 집중한다는 설명입니다. 뭔가 ‘다시 종합몰’ 느낌이 나는 것 같은데, 결국 이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서 중요한 건 지마켓과의 시너지 창출이겠죠. 오픈마켓 접는 SSG닷컴 소식 발표 이후 바로 다음 날 이마트와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지마켓의 노력이 보도자료로 전달된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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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식은 커넥터스 단독입니다. 얼마 전 커넥트레터를 통해 ‘합리적 의심’으로 소개해드렸던 이마트24의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추적 끝에 실물을 찾아냈습니다. 탐사보도의 열정을 보인 신승윤님에게 박수를 보내고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이마트24 MFC 사업의 디테일을 담은 콘텐츠를 여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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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마트24는 왜 이마트의 MFC ‘쓱고우’가 있음에 불구하고 또 MFC를 시작한 걸까요? 통합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말이죠. 여전히 이상한 이마트24의 MFC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죠.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타임어택으로 콘텐츠를 마무리할 때마다 많은 분들에게 송구합니다. 급하게 쓰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게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고’는 꽤나 열심히 했습니다. (안 그러면 몹쓸 글이 나올 수 있거든요...) 다음 주에는 정상 시간에 다시 인사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전 이만 저녁 자리로 이동하겠습니다. 오늘 메뉴는 제가 좋아하는 여의도 버섯 샤브샤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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