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그 다음은...
지난달 저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쿠팡맨의 이탈과 흔들리고 있는 감성배송과 관련하여 장문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쿠팡 물량증가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업무가중, 그에 따른 쿠팡맨의 퇴직 증가로 인하여 쿠팡맨의 감성배송이 흔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기근속 쿠팡맨 퇴직의 이유는 업무가중이다. 지난해 하루 40~50건의 물량을 처리하던 쿠팡맨은 이제 하루 평균 140건의 화물을 운송한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차량의 1회 운송 적재율은 약 70%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이와 함께 쿠팡은 최근 비정규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했던 헬퍼(현장지원인력을 뜻하는 쿠팡 내부용어, 로켓배송 차량의 상하차를 담당한다.)의 고용을 중단했다. 해당 상하차 업무는 쿠팡맨에게 이관되었다. 쿠팡측은 “헬퍼 운영을 멈춘 것은 한시적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쿠팡맨과 같은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헬퍼를 채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쿠팡맨은 상하차, 하루 2회 배송(오전, 오후), 감성노동이라는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쿠팡의 히어로 쿠팡맨, 그들은 지금...)
당시 저는 "전해야 할 이야기를 전한다"는 말로 말문을 트며 쿠팡맨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불만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기사는 꽤나 길었지만 큰 맥락에서 제가 쿠팡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쿠팡맨이 진정 쿠팡의 히어로라면 쿠팡은 지금이라도 소통의 채널을 열고 쿠팡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2주일. 쿠팡은 쿠팡맨에 대한 소통의 채널을 열었습니다.
쿠팡 로지스틱스실은 지난 10일 사내메일을 통해 쿠팡맨들에게 “급변하는 비즈니스 상황, 캠프의 물량 및 인원 등 여러 가지 변수 속에서 항상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쿠팡맨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인 개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쿠팡의 이번 발표 중 핵심은 쿠팡맨 업무가중의 원인 중 하나인 ´헬퍼운영 재개´입니다. 헬퍼는 파트타이머로 운영되던 쿠팡 상하차 인력을 뜻하는 쿠팡 내부용어로, 지난 1월 쿠팡은 헬퍼 고용을 중단하고 해당 업무를 쿠팡맨에게 이관했습니다. 이에 따라 쿠팡맨은 기존 배송과 감성노동에 상하차 업무가 추가되어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쿠팡 로지스틱스실은 오는 15일부터 물량 대비 캠프인원이 부족한 8개 캠프(쿠팡맨의 배송거점을 칭하는 내부용어)부터 순차적으로 헬퍼를 재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캠프별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헬퍼 운영이 검토될 전망이며, 혹 상하차 업무를 수행한 쿠팡맨에 대해서는 기존 퇴근시간 대비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쿠팡은 이외에도 쿠팡맨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 계획하고 있습니다. 간선차량 2대 동시 하차, 자동 컨테이너 등 자동화 설비 확충 등이 쿠팡의 방안입니다. 아울러 쿠팡 로지스틱스실은 쿠팡맨들의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였던 ´계약 종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에릭 여(Eric Yeoh) 쿠팡 로지스틱스실장은 "고객을 열광하게 하는 로켓배송의 주인공은 바로 쿠팡맨"이라며 "쿠팡맨과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강한 사명감과 팀워크로 쿠팡맨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최근 신세계의 쿠팡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인해 업계 다각도에서 쿠팡에 대한 우려가 교차합니다. 그와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슈가 됐던 ´적자논란´, 그에 더해 ´쿠팡맨과 관련된 여러 이슈´가 함께 터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누군가 쿠팡의 위기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포탈 검색에서 여러 매체의 중복된 기사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누군가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이슈에 대한 보도자료는 쿠팡 홍보실이 아닌 다른 곳(내부자 혹은 경쟁사)에서 배포함을 반증합니다.)
관련기사(1) : 쿠팡, 작년 4000억 적자說…'쿠팡맨 로켓배송'에 발목 잡히나(조선일보)
관련기사(2) : 쿠팡 위기설 솔솔…4000억대 적자 추정도(헤럴드경제)
관련기사(3) : 쿠팡 작년 4천억원대 적자설…고용약속도 못 지켜(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쿠팡의 적자운영에 대해서 우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쿠팡의 성장을 이끌어낸 로켓배송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쿠팡맨이 흔들리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쿠팡이 쿠팡맨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적자위기론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대응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쿠팡맨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고용불안정'과 '업무가중'을 집어냈고,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쿠팡의 소통방정식은 ´속도´면에서 분명 빨랐습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을 만들어낸 큰 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쿠팡맨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들이 쿠팡의 빠른 대응을 반깁니다. 한 쿠팡맨은 "쿠팡맨들 사이에서 업무환경에 대한 많은 공분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쿠팡의 생각보다 빠른 대응이 반갑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소통 그 다음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쿠팡의 빠른 소통, 그리고 그 이후,
쿠팡의 히어로 쿠팡맨과 쿠팡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해법이 탄생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