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 타임라인이 확산된다면요?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4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 커넥트레터 담당 신승윤입니다. 제가 커넥터스를 통해 여러분을 만난 지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구독자 수를 비롯해 목표로 삼은 지표들은 아마도 순탄히 달성 가능할 듯하고요. 이에 따른 보상 체계가 잘 잡혀있기에 목돈을 기반으로 해외 순방, 록 페스티벌 관람, 플레이스테이션5 구매 등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위 계획 중 하나로 영어 작문 학원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작성하는 텍스트를 비롯해 커넥터스 콘텐츠를 영어로 옮겨 세계 무대에 소개해 보는 건 어떨까 해서인데요. 글로벌 독자들을 모으고, 이들을 통해 현지 소식과 의견을 발 빠르게 공유하는 등 효과를 노릴 수 있겠습니다.
요즘 언어의 장벽을 살짝만 넘어주면, 가치 있는 콘텐츠는 어디에서든 먹힌다는 걸 독자 여러분께서도 직접 경험하고 계시리라 압니다. 그래서 유료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에서 국내 물류·이커머스 업계 1위 미디어를 자부하는 커넥터스기에 우리 콘텐츠를 해외 독자에게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최근 인공지능 기반 번역 툴이 너무 잘 되어있긴 하죠. 그저 텍스트를 긁어다 붙여 놓으면 알아서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주고, 그 결과물도 절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커넥터스는 그 이름의 의미처럼 해외시장과 독자를 국내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려면 제가 콘텐츠별 댓글, 쪽지, 메일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장벽 없이 소통하듯 영작 스킬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을 세운 건 아니고요. 커넥터스 공식적으로 해외 독자를 모으기로 한 것도 아니에요. 우선 블로그나 SNS를 활용해 저 개인적으로라도 콘텐츠를 퍼뜨려 볼 생각입니다. 이러다 얻어걸려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면 또 해외 순방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분야 해외 크리에이터를 만나 협업을 해볼 수도 있겠고요.
주말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강남을 찾아 꼬부랑글씨를 연마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부디 이 계획이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저를 만나면 한 번씩 물어봐 주세요. “요즘 학원 잘 다녀요?”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무신사가 이번달 중순 ‘플러스(PLUS) 배송’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플러스 배송은 평일 오후 10시 이전 고객이 주문한 상품에 대해 익일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인데요. 무신사 PB 상품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기본으로 무신사 스토어 내 브랜드 상품을 대상으로 플러스 배송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무료로 말이죠. 또 향후 29CM를 비롯한 무신사 내 다른 플랫폼으로도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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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러스배송의 운영 주체는 무신사의 물류 자회사 ‘무신사 로지스틱스’입니다. 무신사 로지스틱스는 현재 경기도 여주시에서 총 3만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물동량은 입출고 약 1000만건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어 오픈을 앞둔 여주3센터는 약 2만3000평 규모라고 하죠. 이 물류센터들의 하루 최대 출고량은 10만건이며, 당일 출고율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회사측 설명입니다.
무신사는 지난 2월 패션업계 최초로 합포장 로봇 3D 소터 시스템을 물류센터에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합포장 상품 주문별 분류 효율을 로봇 도입 이전 대비 900% 이상 증대시켰다고 하고요. 1시간당 분류 처리 물량은 기존 600개에서 5700개로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여주1센터의 당일 출고율도 98%까지 향상됐다고 무신사는 소개했습니다.
사실 무신사 로지스틱스는 플러스 배송 등장 이전부터 이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물류를 이미 처리하고 있었고요. 여기 더해 약 700여개 외부 브랜드 상품에 대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무신사 물류센터와 연결되는 라스트마일 배송 파트너는 CJ대한통운인데요. 택배의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이 문제 없이 돌아간다면, 무신사가 직접 밝혔듯 당일 출고되는 90% 이상의 상품은 내일 고객에게 도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익일배송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오후 10시까지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무신사 플러스 배송은 또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달라지는 것은 도착보장입니다. 무신사는 플러스 배송 이용 고객에게 익일배송이 실패할 경우 보상 적립금을 제공한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네이버가 지난해 CJ대한통운, 파스토, 두핸즈 등 파트너 물류업체들과 협력하여 만든 도착보장 솔루션과 같은 개념이 무신사의 물류 서비스에 새로 녹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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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물류에서 더 높은 품질을 '보장'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게 된 배경에는 네이버를 비롯한 종합몰들의 버티컬 침공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최근 패션 버티컬 채널 ‘패션타운’을 오픈하며 무신사의 본진인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했고요.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은 그 자체로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 이상의 성장을 만들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최근 리셀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패션 카테고리까지 확장하고 있기도 하고요.
네이버는 이제 이렇게 확보한 패션 카테고리에 빠른 물류까지 녹여내고 있습니다. 실제 네이버 도착보장 솔루션과 연결된 상품 카테고리 중에는 당연 패션이 존재하고요. 그 중에서는 심지어 최근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협력하여 시작한 주말 도착보장 서비스까지 결합된 상품도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네이버 도착보장은 이미 주말 배송 서비스까지 확장을 마쳤다. 패션 아이템을 토요일과 일요일에 받을 수 있다면, 관련 주문량과 주문 패턴 역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네이버쇼핑 캡처
결국 무신사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도착보장이 되는 플러스 배송 오픈을 통해 패션 버티컬을 향한 네이버의 물류 진격을 견제하고 싶은 모양인데요. 재밌는 것은 무신사의 플러스 배송 파트너 역시 네이버의 도착보장 파트너와 동일한 CJ대한통운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무신사의 플러스 배송 론칭은 CJ대한통운의 새로운 배송 브랜드 '오네'가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네는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주말배송 등 다양한 타임라인을 '도착보장'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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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쿠팡이 만든 빠른 물류 타임라인은 기존 물류기업들에게 거대한 위기감을 불러왔습니다. 물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적당히 2~3일이면 도착하는 택배로는 그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거든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막론하고 3대 택배사들이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 가능한 로켓배송 타임라인을 앞세우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여전히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택배사보다 빠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그 타임라인마저 택배사들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택배망을 그대로 활용하기엔 제약이 있으니 전담망을 별도 개설하거나, 외부업체와 제휴하는 방식까지 활용하면서요. CJ대한통운의 오네가 대표적인 예고요. 한진 역시 고객사를 대상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연계해서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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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과거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의 표준으로 여겨졌던 것이 '택배'였다면요. 이제는 꽤나 많은 플랫폼과 셀러들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더 빠른 물류를 연동하는 모습이 쉽게 밟힙니다. 무신사와 경쟁하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만 보더라도 브랜디는 체인로지스와 협력하여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지그재그 역시 CJ대한통운과 협력하여 구축한 자정까지 주문하면 익일배송하는 ‘직진배송’에 이어 당일배송, 새벽배송 타임라인을 새롭게 확충했습니다. 이제는 거기 '도착보장'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추가되는 모습이 무신사에서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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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는데요. 예전에는 새벽배송 정도만 하면 굉장한 서비스 차별점을 만들 수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제 새벽배송은 누군가의 점유물이 아닌, 자사몰 단위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서비스가 돼버렸거든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사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서 빠른 물류 서비스는 기본으로 확충하면서요. 나아가 더 높은 단계의 서비스를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무신사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물류 서비스에 단순히 빠른 물류, 이제 시작할 도착보장을 넘어선 부가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듯 한데요. 그 중 하나는 풀필먼트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무신사에게 풀필먼트는 패션 브랜드의 플랫폼 이탈을 방지함과 동시에 무신사와의 협력 관계를 한층 돈독하게 만드는 락인 요소입니다. 중소규모 패션 브랜드에겐 스스로 해결하기 버거운, 까다로운 패션 물류를 원활히 해결해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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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역시 개별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것을 무신사 이름을 빌려 공동 진출할 수 있게 돕습니다. 마르디 메크르디처럼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성공시킨 경험을 무신사는 이미 갖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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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커넥터스 콘텐츠 ‘무신사식 패션 풀필먼트는 일본을 가리키고 있다’에서 예상한 대로 지난 4월 무신사 도쿄 팝업이 3일간 열렸습니다. 여기서 국내 패션 브랜드 상품을 여럿 소개했는데요. 현장에 직접 다녀온 커넥터스 특파원(구독자 M님)에 따르면 공간 내부가 복작복작했으며, 일본인과 한국인 비율은 9:1 정도로 보였다고 합니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일본 고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느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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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도 지난해 7월 파리 패션위크 현지에서 150평 규모의 쇼룸을 운영했습니다. 29CM 입점 브랜드를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기회였다고 하는데요. 29CM 측은 참여 브랜드를 대상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평가를 분석한 비즈니스 리포트를 제공하는 한편 해외 상표권 등록 절차, 해외 수주 시 에이전시 수수료 감면, 풀필먼트 서비스 할인 같은 지원 사격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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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해외 물류까지 무신사가 해결해 준다면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요? 실제 무신사 로지스틱스는 꾸준히 글로벌 물류 투자를 늘리는 중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천 글로벌 프로세싱 센터를 운영하면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300여개 브랜드 상품의 국제 운송, 통관 대행을 시작했고요. 그렇게 무신사가 확충한 글로벌 판매지원 및 물류 역량은 단순히 빠른 배송만으로는 경쟁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점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신사의 뾰족한 무기가 돼줄 것입니다. 해외 진출의 꿈을 품은 국내 패션 브랜드가 무신사 여주센터에 재고를 맡기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0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 이상 성장을 이룬 무신사. 이들의 글로벌 패션 풀필먼트 역량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요? 통관, 관세, 현지 물류 네트워크 구축, 해외 CS 등 앞으로 무신사가 다뤄야 할 것들이 한 가득이고요. 여기 글로벌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연합군이 탄생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다룬 패션 플랫폼의 배송 경쟁만큼이나 뜨거웠던 물류 이슈가 있었습니다.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한 번 시작된 음식배달 플랫폼들의 끝나지 않은 점유율 쟁탈전인데요. 최근 요기요는 ‘요기패스X’라는 무제한 배달비 무료 구독 서비스를 내놨고요.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 혜택에 쿠팡이츠 음식배달 할인을 추가했습니다. 이에 배달의민족까지 경쟁에 참전했는데요. 경쟁 플랫폼이 불을 지른 지역만 골라서 할인 쿠폰을 살포하며 미연의 반전을 방지하고 1등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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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배달의민족은 최근 기존 단건배달 서비스만 제공하던 배민1에 ‘알뜰배달’이라는 새로운 묶음배달 서비스를 추가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건배달처럼 빠른 배송은 아니지만요. 단건배달보다 저렴한 배달비로 주문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근데, 프로모션 요금을 쟁탈하고자 알뜰배달 서비스 지역에 진입한 라이더들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고 하는데요. 라이더들이 알뜰배달에 ‘알뜰1’이라는 묘한 별명을 붙인 이유를 커넥터스가 취재했습니다. 흥미로운 반응이 많았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의민족 알뜰배달이 라이더들에게 ‘알뜰1’이라 불리게 된 사연, 커넥터스]
마지막으로 무신사가 현장 도입한 합포장 로봇 외에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또 다른 로봇을 하나 소개합니다. 누아르 영화에서나 본 듯한 인천 모처 폐주차장에서 이커머스 물류센터 전용 오더피킹 로봇을 만나고 왔는데요. 당장 5월부터 현장 도입이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아래 콘텐츠를 통해 실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인천 폐주차장에서 월 117만9000원짜리 오더피킹 로봇 체험한 썰, 커넥터스]
이번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찾아왔네요. 독자 여러분 모두 가족, 친구, 동료들과 행복한 달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동시에 유익한 콘텐츠로 가득한 달 될 수 있도록 저도 최선 다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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