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패션 상권 둘러보니
2023년 10월 27일 무신사는 자사 역사상 최초의 오프라인 편집샵을 오픈합니다. 바로 ‘무신사 대구’인데요. 무신사 대구는 대구 시민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대구의 ‘시내’이자 핫플레이스인 동성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최대 규모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대구’와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죠.
무신사 대구는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 말 그대로 편집샵입니다.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한 8000여개 브랜드 중 200여개 브랜드를 엄선해 오프라인에서 선보이기 위한 매장이고요. 총 3개 층, 전체 면적 634평 규모 공간을 모두 브랜드 패션 상품으로 채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가 무신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편집샵에 입점할 수 있고요. 때문인지 무신사 대구를 찾은 방문객 중 하나는 “무신사 앱을 그대로 동성로에 옮겨 놓은 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왜 대구광역시를, 그 안에서도 동성로를 무신사 최초의 오프라인 편집샵 진출지로 선택했을까요? 물론 무신사 대구 오픈 후 20일 만에 ‘무신사 홍대’를 열긴 했지만 말이죠. 무신사 대구는 무신사 홍대보다 더 큰 매장 규모에, 더 많은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고요. 첫 번째 편집샵 매장이 갖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겠죠.
이에 커넥터스는 지난 주말(11월 19-20일)간 대구 동성로를 방문했고요. 무신사 대구를 포함한 동성로 일대 패션 상권을 둘러봤습니다. 과연 국내 온라인 패션 버티컬 커머스 1위 플랫폼 무신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편집샵은 무엇이 다르며, 또 대구 동성로라는 지역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지난 11월 16일, 무신사 홍대 오픈을 기념하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을 운영해 보니 많은 오프라인 구매 고객이 아직 무신사 앱 회원이 아니었다”며 “장기적으로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 비중을 50대 50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즉,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온라인 채널인 무신사 고객 확보와 회원 수 증가를 노린다는 것을 시사하는데요. 해당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신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경 사이에서 고객 경험의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비스를 준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요소요소를 살펴보면요.
무신사 편집샵은 상품과 브랜드, 마네킹마다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이를 스캔하면 무신사 앱으로 연결돼 회원등급별로 서로 다른 할인 혜택이 적용된 결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 사진은 회원 할인이 적용된 가격, 우측 사진은 비회원 가격. ⓒ무신사
먼저 무신사 대구에서 선보이는 모든 상품에는 가격표와 함께 고유한 QR코드가 부착됐는데요.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무신사 앱으로 연결됩니다. 이 무신사 앱을 통해 고객은 각자의 회원등급과 결제수단, 적립금 보유현황, 결제수단에 따른 최종 구매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무신사가 얻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무신사 회원 수 증가입니다. 물론 매장 가격표로 그대로 구매하거나, QR코드 스캔 후 비회원으로 주문하기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구매 이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원등급 혜택과 적립금 혜택이 오프라인 매장에도 적용되는 무신사 대구 특성상 방문객이 비회원 주문하기를 선택할 이유는 절대 없어 보입니다. 이로써 한 대표가 언급한 오프라인 매장 기반 온라인 회원 수 증가 전략이 실현될 수 있고요.
둘째, 온·오프라인 통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무신사 회원은 온라인에서 탐색 및 구매한 상품을 무신사 대구 픽업존에서 찾아갈 수 있고요.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의 기록 역시 온라인에 저장됩니다. 바꿔 말하면 무신사는 주소지, 성별, 연령 등 분류에 더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력 및 구매 정보에 따라서 회원이 어떤 브랜드와 아이템에 관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무신사 회원별 개인화 추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코디숍’, ‘코디맵’, ‘스냅’ 등 여러 브랜드 아이템을 매치해 추천하는 콘텐츠를 매일 수십 개씩 업로드하는데요. 이를 어떻게 제작해 누구에게 추천할지 데이터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특히 무신사 대구에서는 마네킹이 착용한 스타일 자체를 스캔해 코디숍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방문객의 시선을 한눈에 끌기 위한 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에도 유용하겠습니다.
마네킹 아래 코디 관련 QR코드를 스캔하면 무신사 앱 내 ‘코디숍’ 콘텐츠로 넘어간다. 여기서 해당 코디의 모델 착장과 함께 관련 스타일 태그, 코디에 사용된 상품, 유사한 상품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커넥터스
셋째, 성역 없는 이벤트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무신사는 매년 할인 이벤트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 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도 11월 22일부터 12월 3일까지 진행되고 있는데요. 해당 이벤트의 가격 정책(상품 할인, 등급 할인, 적립금 할인, 적립금 선할인, 현대카드 할인)은 무신사 대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쿠폰은 현재 별도 적용되고 있는데요. 무신사에 따르면 장차, 온오프라인 쿠폰 역시 점진적 통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흔히 같은 브랜드 상품임에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채널 간 가격이 다르고, 이벤트 적용 여부 역시 차이 나는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데 추가되는 판매 원가 때문인데요. 오프라인에선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이 더해지고, 입점 수수료에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원가만큼이나 온·오프라인 동시 이벤트 적용을 방해했던 요소는 상품 통합 관리였습니다. 하나 무신사는 기존 제조사, 브랜드, 물류센터, 온라인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상품 사이즈와 색깔별로 다르게 관리했던 상품 코드를 하나로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 뒤 이를 QR코드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 거죠. 이로써 중앙에서 적용한 이벤트 가격 정책은 무신사 대구를 포함한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동시 적용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진화한 QR코드 운영 방식은 초기 무신사가 구축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무신사 대구, 나아가 최근의 무신사 홍대에 이르기까지 무신사가 단절 없는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위해 단기간 많은 현장 경험을 축적했구나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무신사 대구 방문객 중 한 명은요. “무신사 대구가 들어온 것을 보니, 아직 대구 동성로의 패션 상권이 살아있다고 느낀다”고 자부심 어린 평가를 남겼는데요. 무신사가 대구에 첫 번째 편집샵을 오픈한 이유는 이 상권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의 다음 오프라인 행선지로 지방 도시들을 탐색했을 때 가장 활발하면서 구매력 있는 상권이 부산 서면, 그리고 대구 동성로였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대구는 섬유산업으로 성장한 도시라 상징성이 있고요. 같은 이유로 대구에 기반을 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고, 동성로를 중심으로는 패션 브랜드샵, 편집샵이 집중될 만큼 패션 소비가 큰 도시로 여겨졌다는 점이 무신사의 입지 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여기 더해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 데이터를 봤을 때 20대 고객 중 무신사 가입자 비중이 낮은 도시 중 하나가 대구였는데요. 무신사의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만큼, 오프라인 브랜딩을 통해서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대구를 무신사 편집샵의 첫 지방 거점으로 선정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실제 제가 현장에서 본 주말의 동성로는 전성기 명동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고요. 무신사 대구 역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대구 패션 피플들의 자부심을 한층 강화하려는 걸까요. 무신사 대구는 대구라는 지역적 특색을 담기 위한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층마다 자리한 ‘무신사 로컬 아트 플랫폼’인데요. 이 공간은 대구를 거점으로 삼은 로컬 아티스트들을 위한 곳입니다. 층별로 나뉜 패션 테마에 어울리는 여러 로컬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고요.
또 무신사 대구에는 곤니치와봉쥬르, aeae, 1507, 캐치볼, 브랜디드, 유니온블루, 비헤비어 등 대구 출신 패션 브랜드 8곳이 입점 해 지역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고요. 대구FC 같은 로컬 프로스포츠팀과 연계하여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한편, 지역 아티스트들과 협력해 한정 상품을 출시해 전용 기념품 공간(SOUVENIR SHOP)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무신사 대구(온라인 무신사에서도 판매)에서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상품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무신사 대구에서는 ‘디스이즈네버댓’, ‘유스’, ‘포터리’, ‘스탠드오일’ 등 인기 브랜드를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그중 스탠드오일은 무신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전시했고요.
이렇게 단독 상품을 마련한 이유는 직접 브랜드와 아이템을 체험해 보려는 목적 외에도 꼭 무신사 대구를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데요. 무신사에 따르면 브랜드 간 협력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무신사 단독 상품을 오프라인 채널에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① 상권 분석
이렇게 무신사 대구의 등장으로 동성로 패션 상권은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동성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에 따르면요. 동성로는 특히 10대 후반부터 2030 세대가 주를 이루는, 아주 어린 상권이란 설명이고요. 이에 따라 기존 동성로에 입지한 패션 매장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중저가의 보세 매장입니다. 여기에는 동대문 스타일의 로컬 옷가게들이 포함되고요. 또 보세 의류와 함께 중저가 스트릿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대형 편집샵도 있습니다. 동성로에는 ‘원더플레이스’, ‘에이랜드’가 이미 진출해 있고요. 이들 역시 각각 100여개와 50여개의 출시 5년 이하 신진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대구 동성로 내 한 대형 편집샵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무신사 대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가격 비교. 동일 상품의 경우 대부분 타 편집샵 대비 무신사의 가격이 비슷하거나 저렴했다. 가격 비교에 추가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커넥터스
다음은 중고가의 브랜드 편집샵입니다. 이곳들은 동성로 로컬 편집샵임과 동시에 보세 의류를 제외한 브랜드 상품만을 취급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무신사 대구와 타깃 고객은 물론 입점 브랜드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관련해 한 편집샵 운영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무신사 대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입점 브랜드와 취급 상품, 매장 구성에 상당 부분 변화를 줬습니다. 기존 우리 편집샵이 추구하던 분위기는 동성로 내 동대문 보세 전문 매장, 그리고 원더플레이스와 에이랜드 같은 대형 편집샵과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요. 우리가 추구하던 방향이 무신사 대구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군요.
하여 지금은 무신사 대구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와 협력해 매장을 구성했습니다. 무신사 대구 역시 오프라인 매장이기에 물리적 한계는 분명 존재하잖아요? 이들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공략해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고요.
또 커다란 면적을 통일된 분위기로 꾸리는, 브랜드 간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무신사 대구와 달리 우리 매장은 작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유행과 소비자 니즈에 따라 변화하며 우리만의 색깔을 낼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신사 대구가 동성로 전체 상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게 확실해요. 일단 수많은 사람들을 동성로로 몰아주고 있으니까요”
- 대구 동성로에서 패션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
마지막은 최고가의 하이엔드 매장입니다. 이들은 동성로 상권 내 위치한 ‘더현대 대구’에 입점한 브랜드를 포함해서요. 동성로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인 ‘신세계 대구’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인 만큼 신진 브랜드와 달리 충분한 대중성을 지녔거나요. 동일 카테고리 상품 가격이 중고가 편집샵 상품 대비 2~3배 이상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출시 5년 이하 신진 브랜드 수는 더현대 대구가 약 25개, 신세계 대구가 약 36개로 파악되는데요. 전체 면적은 백화점이 훨씬 크지만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신진 패션 브랜드 밀집도로는 무신사 대구에 못 미쳤습니다.
백화점 외에도 동성로에는 하이엔드 편집샵이 다수 영업 중이었는데요. 이들은 주로 해외 명품 및 하이엔드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고요. 특히 중고 상품을 다수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동성로 패션 매장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② 패권은 누구 손에
위와 같은 환경에서 동성로 방문객의 주를 이루는 10대 및 2030 세대 소비자의 방문과 구매전환을 이끌어 내려면요. 특유의 브랜드 감도를 유지하면서, 적절한 상품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무신사 대구는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데요.
먼저 무신사 대구는 단일 편집샵 중 최대 규모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브랜드가 입점한 매장이라 볼 수 있고요. 또 다소 까다로운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 입점 절차를 거친 정식 브랜드 상품만이 무신사 오프라인 편집샵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저가 편집샵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상품 가격대 역시 하이엔드 매장 대비 영 패션에 보다 알맞다 볼 수 있고요.
관련해 무신사 측은 무신사 대구 운영에 적용한 데이터를 강조했습니다. 대구 지역 무신사 회원들이 온라인에서 많이 검색하거나, 구매한 브랜드 상품을 무신사 대구에 배치 해 직접 체험까지 해볼 수 있게 했고요. 동시에 그간 대구에서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특히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접점이 많지 않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나 무신사의 경쟁력은 바로 온·오프라인 연계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시작해 온라인 스토어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대형 편집샵, 백화점, 브랜드 자사몰들과 달리 무신사는 태생 자체가 온라인에 있고요.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강점을 오프라인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끔 기술 및 노하우를 갖춰 나가는 모습입니다. 아마 무신사 대구를 통해 한층 고도화할 수 있겠죠.
다만 오랜 시간 동성로에 자리 잡아온 패션 터줏대감들도 보통내기가 아니거든요.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매출 빠지는 걸 보고만 있을 사장님들이 아닙니다. 앞서 대구 로컬 편집샵 사장님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무신사 대구가 만들어주는 오프라인 트래픽에 오히려 환영한다는 로컬 편집샵 반응이 많았고요. 그들 나름대로 무신사 대구와 차별화하면서 모여드는 인파를 흡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과연 대구 동성로 영 패션 패권을 쥐는 자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이들이 만들어 내는 대결 또는 상생의 역사가 향후 무신사가 진출할 또 다른 오프라인 상권에 큰 메시지를 전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 이 콘텐츠는 무신사의 협찬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