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전략적 투자, 지방 권역 진격
얼마 전 한 커넥터스 독자그룹의 초청을 받아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됐습니다. 물류센터 자산관리, 자동화 설비, 물류 시스템, 수출입 물류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그 중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와 관련한 B2C 국제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영업 담당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희 독자 네트워크가 모여 있는 <커넥트 라운지> 모임주소록을 통해서 서비스에 관심 있을 것 같은 몇몇 분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냈고요. 그 결과 몇 건의 계약이 성사돼서, 연말 목표로 했던 지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고요. 정말 감사하다고요.
사실 저는 얼마 전 만났던 또 다른 커넥터스 독자인 한 풀필먼트 서비스 운영사 대표로부터 이 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풀필먼트 운영사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이커머스 물량을 연계하고자 현지 플랫폼 업체의 네트워크를 찾고 있었는데요. 혹시 소개해줄 분이 없는지 저에게 물었고, 저는 위에 이야기를 전해줬던 분을 추천 드렸거든요. 그런데 이미 비즈니스 논의를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굉장히 많은 곳들에서 우리 독자들은 이미 연결되고 있구나 싶었죠.
커넥터스는 연결의 가치를 믿고,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은 2021년 10월 우리가 시작하고 2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절대 변하지 않는 사명이자 임무인데요. 물론 독자 여러분의 연결을 통해서 저희가 얻는 이익은 월 4900원의 구독료 정도 말고는 따로 없지만요. 수많은 물류와 커머스 비즈니스의 연결점에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다면요.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과 기회 또한 더욱 많아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조만간 독자 여러분이 주최하는 모임이 커넥터스 안에서 열릴 것 같습니다. 사실 이날 독자그룹 대표자가 저를 저녁식사에 초청한 이유는요. 바로 그들이 커넥터스 안에서 독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윤곽이 잡힌다면, 더 자세한 내용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독자 여러분에게도 공유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엄지용이었고요. 이어지는 뉴스픽은 저와 신승윤님이 함께 작성한 내용을 전합니다.
CJ올리브영이 최근 ‘당일배송’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투자 시점은 11월 20일이고요.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비공개’ 방침으로, 대상은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브랜드 ‘두발히어로’를 운영하는 기업 체인로지스입니다. 체인로지스의 기업 규모를 봤을 때 억 단위로 두자릿수 규모의 투자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체인로지스는 오랫동안 CJ올리브영의 당일배송 파트너로 함께 해왔습니다. 최근 커넥터스 콘텐츠에서 자세히 전했듯, CJ올리브영은 서울권역을 넘어서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까지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통한 당일배송 서비스 권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이는 기존 올리브영 매장망의 한계를 넘어선 온라인 주문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 드린 바 있고요. 이 MFC를 통한 당일배송 서비스를 체인로지스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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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이 ‘체인로지스’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체인로지스는 서울을 넘어 경기 여러 곳으로 배송 권역 확장에 성공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부천시, 성남시에 이어 과천, 광명, 광주, 군포, 수원, 안산, 안양, 용인, 의왕, 하남, 화성 등 주요 도시까지 서비스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확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CJ올리브영의 MFC 확장과 맞물리는 동반 진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체인로지스의 주요 물류거점들은 CJ올리브영의 MFC와 최근 거리에 위치했고요. 지역 확장에 따르는 인프라 투자의 위험을 CJ올리브영이 창출할 수 있는 온라인 물량을 바탕으로 상당 부분 회피한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 관악 MFC 인근에 있는 체인로지스 서남 분류센터(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위치)의 내부 모습. 오토바이로 픽업한 올리브영 물량(왼쪽 사진)과 브랜디 등 외부 고객사의 물량을 담당 권역에 맞춰 배송기사들이 분류하고 있다. ⓒ커넥터스
한 편에서 CJ올리브영이 얻는 이익 또한 명확합니다. CJ올리브영은 기존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의 파트너로 ‘배달대행’ 업체들과 협력해왔습니다. 고객의 온라인 주문이 발생하면 배달 라이더들이 음식을 픽업하듯, CJ올리브영 매장 거점에 방문하여 즉시배송 하는 형태인데요. 한정된 시간에 담당 권역의 주문이 몰린다면 라이더에게 어느 정도 여러 배송지의 물량을 동시 할당할 수 있지만요. 아무래도 즉시배송 특성상 충분한 주문이 몰리지 않는다면 규모의 효율화가 어려운 구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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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인로지스는 배달대행 업체와 다른 운영 구조를 택했습니다. 하루 3회전 회차배송 타임라인에 맞춰서 입고된 화주사의 당일배송 물량을 한데 모아서 체인로지스가 권역별로 구축한 도심 물류센터(Transfer Center)에서 분류하고요. 오전 10시와 오후 12시, 오후 4시까지 하루 3회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량을 오후 12시와 오후 4시, 오후 8시까지 배송 완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배달 라이더가 한 번 출차할 때 2~4개 이상의 음식을 묶어서 이동한다면요. 체인로지스 라이더는 통상 50~80개 화물을 묶어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묶음배송을 바탕으로 한 건당 배송원가 절감을 통해 즉시배송보다는 느리지만, 택배 단가 수준까지 저렴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체인로지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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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은 이와 같은 배송 방식을 이미 체인로지스와 함께 여러 차례 실증했고요. 앞서 언급했듯 최근 확장하고 있는 MFC는 체인로지스의 물류 거점이 최근거리에 함께 진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거든요. 말인즉, 체인로지스 도심 물류센터까지 간선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여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요. 기존 3회전의 회차배송에 따른 주문 마감 시간과 무관하게 거의 실시간 단위로 고객 주문을 취합하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리브영과 체인로지스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확인하긴 어렵지만요. 올리브영이라면 충분히 물량을 바탕으로 더 저렴한 배송 단가 조건을 가져갔을 것이 분명하고요. 앞으로 올리브영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광역시’까지도 MFC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체인로지스는 계속해서 올리브영과 함께 서비스 권역을 넓히기 위한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차, 이야기 안 드렸는데 이번 투자는 당연히 재무적 투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SI)’입니다.
로컬 단위 물류 서비스의 효율은 권역별 물량과 밀집도가 만들어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오토바이 라이더가 한 번에 50~80개 가량의 물동량을 실어서 배송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요. 충분한 권역별 주문 숫자와 밀집도가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인로지스에게 ‘올리브영’은 신규 서비스 권역 진출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됨과 동시에, 라이더가 처리하는 시간당 주문 처리량(Units per Hour)을 높여서 물류 서비스 원가 경쟁력을 가져가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체인로지스는 올리브영 외에 고객사들의 물량까지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제로 체인로지스는 브랜디, 한스타일의 패션 상품, LG헬로모바일과 토스모바일 유심, 스윗밸런스와 컬리의 신선식품을 ‘당일배송’으로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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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들 화주사의 서비스 권역이 ‘서울’에 한정됐다는 점인데요. 이번 올리브영과 협력을 바탕으로 체인로지스는 기존 및 신규 고객사 중에서 지방 서비스 권역의 당일배송 니즈가 있는 고객사의 물량을 적극 유치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체인로지스는 국내 당일 도착 배송 시장을 보다 성장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올리브영 투자에 이어 약 2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내년도 지방 광역시 권역 확대와 더불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할 계획입니다. 체인로지스는 국내 가장 빠른 택배 서비스로서 전국의 다양한 화주와 물량을 품어 국내 배송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선도 기업이 되겠습니다.
-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또 하나 체인로지스가 이야기하는 방점은 서비스 연동인데요. 체인로지스는 자체 개발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와 라이더 앱을 보유하고 있고요. 이를 기존 고객사가 사용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솔루션과 API 연동하여 가시성을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이미 CJ올리브영 또한 활용하고 있는 기능으로, 올리브영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알림톡으로 배송 출발 소식을 받을 수 있고요. 실시간 배송 현황 조회 또한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알림톡에 적힌 라이더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배송지 변경, 배송 완료 사진 요청 등 필요한 세부 사항까지 전달할 수 있다죠.
요컨대 이번 올리브영의 체인로지스 투자는 올리브영의 이커머스 성장을 이끌었던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의 서비스 권역 확장 니즈가 맞물려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가장 강력한 이커머스 물류를 가지고 있는 경쟁사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교하여 ‘속도’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올리브영의 전략인데요.
사실 올리브영의 ‘퀵커머스’가 성립하는 이유는 올리브영이 다루는 버티컬 카테고리인 화장품이 기본적으로 높은 마진을 담보하여 통상 택배보다 높은 당일배송 비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또 비교적 작은 부피와 무게로 인해 오토바이 적재함에도 다량의 묶음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체인로지스가 향후 더 많은 올리브영이 아닌 화주사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이에 적합한 카테고리를 취급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는 5kg 미만 소형 상품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고요. 이 중 뷰티, 패션, 유심 등 이미 체인로지스가 다루는 상품뿐만 아니라, 당일배송에 적합한 신규 카테고리를 추가로 발굴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으로 보입니다.
연말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해 목표했던 것들을 달성했는지요? 커넥터스 팀 또한 얼마 전 워크샵을 다녀와서 올 한해 사업들을 정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웠는데요. 콘텐츠 측면에서 주목할 영역으로는 역시나 ‘버티컬’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한 꼭지씩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쿠팡이 독주하기 시작한 국내 이커머스 환경에서 여전히 기회가 남아있다고 여겨지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뉴스픽을 통해 정리한 ‘올리브영’과 ‘체인로지스’의 연합 또한 쿠팡의 파상공세에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하는 버티컬 플레이어의 약진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하고요. 비슷한 영역에서 이번 주 함께 정리한 콘텐츠가 있으니 컬리가 ‘퀵커머스’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입니다. 컬리는 공식적으로 현재 퀵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조사 단계인 것을 인정했는데요. 향후 컬 리가 ‘퀵커머스’ 비즈니스를 본격화한다면 어떤 형태로 전개가 될지,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컬리는 쿠팡의 파상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퀵커머스가 그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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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버티컬에 대한 쿠팡의 야망을 보여주는 소식입니다.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얼마 전인 18일 전해졌는데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페치는 로컬 플레이어가 아니고요. 글로벌 단위로 상품을 소싱하여 전 세계에 전개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자이자, 글로벌 물류 서비스 대행 사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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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역시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요. 이번 인수가 어떤 배경에서 진행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커넥터스가 정리했습니다. 아차, 이 콘텐츠는 댓글이 더 흥미진진하기도 합니다. 각 영역의 첨단을 뛰고 있는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 덕분에 커넥터스 콘텐츠는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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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식 또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와 연관된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얼마 전에 오픈한 MXN테크놀로지가 운영하는 스페이시스원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준공식에 커넥터스가 다녀왔는데요. MXN테크놀로지는 그 유명한 무신사와 네이버의 글로벌 유통 일부를 대행하는 파트너이고요. 한국에 새로 오픈한 GDC를 범아시아 이커머스를 위한 전진 거점으로 사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특히 이 물류센터에 들어찰 것으로 예상되는 카테고리가 쿠팡이 인수한 파페치가 주력하는 ‘럭셔리’고요. 또 하나는 ‘콜렉티브’인데요. 이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무슨 의미를 갖는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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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간 부산에서 진행됐던 이번 커넥터스 워크샵에서 저는 두 명의 현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진주에 위치한 식품 제조 공장을 바탕으로 지역향 반찬 및 샐러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데요. 이 업체는 무려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재화한 물류 네트워크를 공장 외에 별도 ‘자산 투자’ 없이 운영하고 있었고요. 특히 쿠팡의 로켓배송이 닿지 않은 진주 지역에서 새벽배송 건당 단가를 1000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맞췄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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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분은 부산에서 탄생한 ‘미들마일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인데요. 통신 3사, 카카오모빌리티 등 이종의 대기업들이 숱하게 들어오고 있는 이 판에서 최근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여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죠. 이들이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시한 전략이 흥미로웠는데요. 관련 콘텐츠는 커넥터스 독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작성하여 공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의미 있는 연말 마무리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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