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는 아직인지 모릅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9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커머스 업계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분의 옛 직장 동료가 게임 전문 미디어를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다음 달 다룰 주제가 물류와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서요. 저를 기고자로 추천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과분한 추천은 감사했지만, 동시에 물음표도 따라왔습니다. 대체 게임과 물류가 뭔 상관인가. 순간 <유로트럭 시뮬레이터>와 <데스 스트랜딩>의 물류 노동자들이 스치더니, <대항해시대>와 <콜 오브 듀티>도 물류인가 싶다가, 임팔전투의 그 분이 떠오르며 태평양 전쟁사를 뒤지는 저를 보니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아닌가 싶더군요.
결과부터 밝히자면, 기고 요청은 수락했습니다. 겜알못인 제가 뭐라고 게임 콘텐츠를 쓰나 생각했지만요. 알고 보니 이 매체가 다루고 싶은 주제는 ‘게임에서의 효율’이더군요. 왜 놀이인 게임에서조차 사람들은 효율을 따질까 고민하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시작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인 ‘물류’는 게임 속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 지 다루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런 주제라면 게임을 잘 모르는 저도, 게임을 빙자한 물류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죠.
사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매달 종이 게임 잡지를 빠짐없이 구독할 정도로 게임에 진심이었는데요. 당시 독자 투고 세션에 글을 올리고자 여러 번 응모했던 기억이 나는데, 결국 잡지가 폐간하면서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았거든요. 게임과는 한참 멀어진 이제야,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로 게임지 투고라는 소원을 이루게 된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짬을 내 스팀이라도 켜봐야겠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C커머스’라 불리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들의 한국 진격이 연일 미디어에서 화제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트래픽은 11번가를 넘어서 국내 3위 이커머스 플랫폼이 됐고요. 그 뒤를 테무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더니, 4위 이커머스 플랫폼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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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1, 2위인 쿠팡, 네이버의 아성은 단단하지만, 그간 중국 플랫폼들이 만들었던 맹렬한 기세를 본다면 이들의 지위라고 마냥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바로 어제(8일) 쿠팡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실적의 적자 전환 이유로 ‘중국 플랫폼의 파상공세’를 꼽는 미디어들이 그렇게 많더군요. (이번 쿠팡의 분기 적자는 중국 플랫폼보다는, 1분기부터 쿠팡 실적에 반영된 ‘파페치’의 영향이 직접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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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중국 플랫폼의 국내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중국 플랫폼의 직접 진출은 분명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들은 중국 상품을 떼어 와서 재판매하던 수입 유통업자들이 꼽힙니다. 그들에게 상품을 공급해주던 원청이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곧바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는 D2C(Direct to Customer)로 가격 우위를 만들어버렸고요. 개인 통관에 따른 관세 및 부가세 면세, 인증 요건 완화 등에 따라 국내 수입업자들에 대한 ‘역차별’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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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디어는 중국 플랫폼의 공습으로 하루가 머다하고 시끌시끌한데요. 그렇다면 실제 ‘데이터’를 보면 어떨까요. 정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위협적으로 우리 소비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요?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중국 플랫폼의 성장세가 매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혹여 침소봉대를 일으킬 수 있는 ‘착시’ 또한 숨어있음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매서운 성장세, 아직은 미미한 침투율
통계청이 지난 1일 밝힌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6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서 중국 직구 구매액은 9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3.9% 증가했는데요. 확실히 중국 직구 액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중국 직접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59조6768억원(잠정치)으로 나타났는데요. 국내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에서 중국 직접 구매액의 비중은 1.6%(상품 거래액 기준 2.2%)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수치는 전년 동기(1.2%) 대비 0.4% 증가한 수치이나, 전 분기 대비로 보자면 오히려 0.1% 역성장 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이에 대해 광군제 등 공격적인 할인 행사가 몰려 있는 4분기와 다르게, 1분기에는 공격적인 이벤트가 부재했기 때문에 기저가 반영된 역성장이라 해석했는데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3월 기준 MAU(Monthly Active Users)가 각각 887만, 829만으로 쿠팡, 네이버 다음 가는 플랫폼이 된 만큼,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직구 거래액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② 트래픽 대비 크지 않은 거래액
하지만 트래픽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거래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해석과 별개로 또 하나 살펴봐야 할 착시가 있습니다. 중국 플랫폼이 만든 거대한 트래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거래액은 부족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결제추정금액은 2023년 4000억원을 돌파했으나, 이후 2024년 2월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의 트래픽(MAU)은 꺾이지 않고, 오히려 꾸준하게 증가했는데요.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트래픽 증가치가 온전하게 ‘거래액’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같은 현상은 ‘테무’에서, 조금 더 강력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4년 2월 테무의 결제추정금액은 고작 250억원 수준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코앞까지 추적한 트래픽 성장세에 비춰보자면, 한참 못 미치는 거래액을 보인 것인데요.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2023년 연간 거래액은 2.2조원 수준으로 네이버, 쿠팡의 5% 수준에 불과했고요. 테무는 네이버 거래액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중국 플랫폼의 높은 인지도 대비 낮은 실 거래액 지표는 최근인 4월 진행한 오픈서베이의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응답자 중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각각 69.1%, 58.1%에 달했지만요. 한 번이라도 구매한 사람의 숫자는 각각 29.8%, 13.2%로 떨어졌고요. 주 구매 채널로 이용한다는 비중은 각각 2%, 1%로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추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보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강세지만, 미국에서는 후발주자인 테무가 일찌감치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삼성증권에 따르면 테무의 월 사용자 숫자는 2023년 말 기준 1.4억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아마존 미국 내 프라임 사용자 숫자 1.7억명을 빠르게 따라갔지만요. 반면, 테무의 2023년 거래액은 약 60억달러 수준으로 아마존의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쿠팡, 네이버와 같은 ‘종합몰’에게 중국 플랫폼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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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중국 플랫폼은 그 화제성과 실제 만들어낸 거대한 트래픽과 별개로, 한국 소비자들의 실거래까지 빠르게 끌어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1%대에 불과한 점유율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석하긴 과도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서 제대로 확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저가’라는 뚜렷한 강점 이면에 ‘약점’ 역시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오픈서베이가 중국 플랫폼을 이용해본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느린 물류’와 ‘낮은 상품 신뢰도’라는 측면에서 중국 플랫폼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중국 플랫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에게도 보이는 불안 요소인데요.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고객들이 중국 플랫폼을 인지함에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1) 상품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 2) 개인 정보 유출과 보안 우려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각각 상품과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잠재 고객의 구매의사 결정을 막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처럼 중국 플랫폼에 뚜렷한 약점이 있다는 건 한국 플랫폼과 셀러들에게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중국 플랫폼의 상품 정보를 그대로 복제하여 판매하는 구매대행 셀러들이 다수 활동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중국 플랫폼의 공습이 본격화된 지난해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요. 신뢰할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을 갖춘 이들이 모인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는 같은 기간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습니다.
쿠팡은 그들의 절대적인 경쟁우위인 통제 가능한 물류 역량을 활용하여, 중국 셀러들에게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국 셀러들에게 개방했던 풀필먼트 서비스(로켓그로스)를 중국 셀러들에게도 개방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로써 쿠팡의 서비스에 중국 셀러들의 초저가 상품 구색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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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중국 플랫폼들 역시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1.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고, 그중 상당 부분을 ‘물류’에 투자하는 이유는 결국 그들의 최대 약점이었던 ‘신뢰할 만한 상품’을 중심으로 ‘빠른 배송’을 연계하려고 하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여러 착시는, ‘현실’이 돼 우리 앞에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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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커머스가 위기라고 합니다. 국내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은 2분기 연속으로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체됐고요. 한 편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던 글로벌 C2C 마켓플레이스들을 연결한다는, 그러니까 마치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가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네이버가 하겠다는 청사진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네이버의 계획에서 누구보다 활약해줘야 할 동맹군과의 관계에서는 불협화음이 관측되는데요. 이에 대한 최수연 대표의 생각이 최근 있었던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공유됐습니다. 네이버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을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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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스 포스(POS)기가 무서운 속도로 동네 상권에 깔리고 있는 것 아시나요? 커넥터스 독자 한 분도 애플스러운(?) 디자인의 토스 포스기를 최근 마주해서, 이게 뭔지 매장 점주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토스는 어떻게 포스 기기 후발주자로 스스로 자랑할 만큼,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을까요? 사장님들에게 직접 그 이유를 들어봤는데, 뭔가 토스가 포스기 판매로 남는 게 없어 보이긴 하는데요. 근데 포스기로 돈을 못 벌어도, 만들 수 있는 큰 그림은 따로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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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쿠팡처럼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적자’를 면치 못할 기업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던 당근이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이미 전했습니다. 이번 흑자 전환은 특히 2023년 당근의 MAU가 2022년 대비 역성장한 상황에서 만든 것인지라 더욱 대단했는데요. 그래서 당근 흑자 전환의 1등 공신이었던 ‘광고’ 비즈니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대체 당근은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트래픽이 꺾이는 와중에도, 광고 매출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요? 앞으로의 계속 성장도 가능할까요? 궁극적으로 그들의 ‘기업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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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실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지금 저와 함께 일하는 승윤님은 휴가차 유럽으로 떠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지난 2주는 세이브 원고와 함께하는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는데요. 이제 다음 주면 승윤님이 돌아오는 만큼, 또 다시 새로운 소식을 열심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건 그렇고, 유럽 휴가는 정말이지 부럽네요... 언젠가 저도 갈 수 있겠죠? 흑흑... 헛소리 그만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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