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작업자와 로봇은 어떻게 공존할까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월 9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얼마 전 커넥터스는 CJ대한통운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주 7일 배송’과 관련된 콘텐츠를 취재를 통해 전했습니다. 커넥터스 구독자인 한 판매자 지인에게도 이 소식이 의미 있을 것 같아 내용을 전했는데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그 판매자는 “주 7일 배송을 한다고 하면 판매자들과 물류 담당 직원들의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택배가 쉬는 주말은 판매자들에게도 나름의 휴일처럼 여겨졌는데요. 주 7일 배송이 일반화된다는 것은 판매자들이나 판매자들의 물류를 대행하는 물류 현장 직원들이 주말에도 포장과 출고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괜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주 7일 배송을 하나의 비즈니스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다수의 판매자가 이용하는 택배사가 제한적으로 주말 배송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일요일까지 확실하게 배송되는 선택지는 ‘쿠팡’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국한됐고요. 이는 결과적으로 ‘쿠팡 쏠림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걸 우리는 기억하니까요.
그러던 와중 주 7일 배송의 확산으로 판매자들에게는 쿠팡에 대항할 수 있는 물류 옵션이 생겼습니다. 실제 대형 쇼핑몰들은 선제적으로 주 7일 배송, 더 나아가서 네이버 도착보장으로 대표되는 더 빠른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올해 상반기 오픈할 ‘네이버 플러스스토어’ 입점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입점하여 최적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판매자들에게 이야기한 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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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스스로 물류 작업을 하는 소형 판매자들에게 이런 상황은 더 큰 경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다들 한다고 하니까 안하기도 애매한데, 결국 여기 들어가는 추가 노동은 그들이 감당해야 하니까요. 물류 작업을 맡긴다고 하더라도 주말 작업에 따른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니까요. 이렇게 소비자 대상 서비스는 기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노동 사각지대가 있었습니다.
‘오므론’이라는 회사를 아시나요? 1933년에 창업하여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산업계에 계신 분이 아니라면 아마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는 연령대라면 가정용 혈압 측정기 만드는 브랜드 아니냐고 기억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오므론은 전 세계 가정용 혈압 측정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므론의 핵심 사업은 ‘산업 자동화’에 있습니다.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오므론제어기기의 매출액은 글로벌 기준 8188억엔(한화 약 7.5조원)에 달하는데요. 오므론에 따르면 그 중 약 57%가 자동화(Automation)과 로봇(Robotics)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만큼 주력 영역이라고 합니다.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혈압 측정기가 포함된 ‘헬스케어’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17% 정도로 상대적으로 귀여운(?) 정도죠.
그중에서도 오므론은 제조 현장 공정 자동화에 특화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2차 전지, FPD(Flat Panel Display, 평판 디스플레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대형 제조기업 물류 현장에 이런 솔루션들이 들어섰고요. 팬데믹 이후에는 물류 자동화 시장에 대한 기회를 포착하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만 7명의 물류솔루션팀이 활동하면서 고객 영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약 2400여대의 로봇이 여러 국내 물류 현장에 투입돼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므론은 “단순 반복되는 업무는 기계에게 맡기고, 사람은 더 창조적인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다테이시 카즈마(立石一真) 창업자의 이념을 바탕으로 자동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오므론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상호작용)’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요. 오므론의 물류 로봇 솔루션 역시 같은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입니다. 정해진 경로로 이동하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는 다르게 스스로 장애물을 회피하여 이동하는 자율주행로봇인데요. 오므론은 2015년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로보틱스 원천기술 업체 ‘어댑트테크놀로지(Adept Technology)’를 인수하면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므론의 AMR은 라인업별로 가반하중 60kg부터 최대 1.5톤의 고중량 이동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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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론은 이러한 로봇들을 서로 다른 물류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실 고객사들이 다루는 주력 카테고리와 운영 방법에 따라서 로봇의 활용방법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데요. 오므론은 고객사의 비즈니스 현황과 효율적인 로봇 도입 대수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사의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두 번째는 오므론이 FMS(Fleet Management System)라고 부르는 ‘관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FMS는 현장에 투입한 복수의 로봇들의 통제를 맡는데요. 오므론은 최대 100대까지의 로봇 운영 관제가 가능하다고 보증하고 있습니다. 오므론은 고객사가 기존 현장에서 활용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나 상위 시스템에도 오므론의 로봇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박정민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물류솔루션팀장은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애플리케이션을 조합하여 고객사에 제공한다”며 “고객사가 전달해준 과제에 따라 컨설팅부터 실제 도입까지 턴키(Turnkey) 형태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형태”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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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론은 물류 현장에서 실제 사람처럼 고도화된 작업을 해주는 로봇까지 원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업무를 어떻게 ‘로봇’으로 대체하느냐가 로봇 도입의 포인트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휴머노이드처럼 사람 같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로봇보다는 오히려 단순 이동을 반복하는 값싼 로봇이 직관적인 효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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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물류업체 A사의 경우 오므론의 AMR을 롤테이너 이송 작업에 투입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롤테이너에 담긴 토트박스를 400m 가까이 이동시키는 단순 작업인데요. 기존에는 이 작업에 사람 4명이 투입돼 각각 하루 70번씩 왕복 이동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A사는 이 작업에 로봇을 투입했고, 사람 작업자 4명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었다고요.
다른 예로 과자 제조업체 B사는 AMR을 중량물의 엘리베이터 층간 이송 공정에 적용하여 활용하고 있고요. 생활 및 위생용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C사의 경우 기존 물류 현장에서 사람이 대차로 중량물을 이송하던 업무를 AMR로 대체했습니다. 모두 단순한 작업이지만, 아무래도 무거운 화물을 옮기는 작업이다 보니 작업자의 고충도 컸는데요. C사의 경우 로봇 투입의 효과를 보자, 최근 추가 로봇 투입을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 오므론 측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오므론의 물류 로봇 활용 사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합니다. 여전히 ‘집품’과 ‘포장’ 같은 AI 기술을 활용하기엔 많은 학습과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영역은 사람이 맡지만요. 충분히 로봇이 대체하여 효율을 낼만한 이동 작업을 중심으로 물류 자동화 사례를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오므론뿐만 아니라 물류 현장에 상용화된 로봇 사례들은 대체로 유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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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 침체로 인해서 기업들이 물류 자동화 투자를 꺼리는 소강기가 왔습니다. 하지만 오므론은 중장기적으로 물류 자동화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고 사업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오므론은 제조 현장 자동화를 넘어서 그보다 표준화가 어렵다고 평가받는 ‘물류’ 영역에서도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확장할 수 있을까요? 박 팀장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앞으로 커머셜 시장과 택배, 3PL에 대한 자동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CAGR(복합 연간 증가율) 측면에서 성장률은 조금 떨어지긴 하겠지만, 앞으로 우리는 이 시장이 우상향할 것이라 보고 공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전에 로봇을 쓰는 이유가 인건비를 줄이는데 있었다면, 이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로봇을 도입하는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힘든 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향이 로보틱스 사업 가속화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박정민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물류솔루션팀장
연말연초 특집일까요. 최근 유통물류 업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뜨거운 소식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무려 ‘알리익스프레스’와 ‘지마켓’의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신세계그룹 이야기인데요. 이건 침몰하고 있던 신세계그룹 온라인 진영에 있어서 ‘반격’의 신호일까요? 아니면 온라인 사업 정리, 현명한 ‘매각’을 위한 전초전일까요? 커넥터스가 신세계그룹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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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역시나 유통물류 업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소식이죠.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본격화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오늘 뉴스레터 서두에 언급했듯 중소 판매자들에게는 곤란함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지만요. ‘비즈니스’ 측면에서 기회도 분명히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커넥터스가 주 7일 배송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되는 이커머스 판매자들과 택배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취합하여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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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조금 발칙한 상상을 더해봅니다. 미국 주식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을 법한 테크 업계의 거대한 소식이었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로보택시’가 상용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요. 이 중간점에서 ‘물류’ 비즈니스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음식배달 서비스를 자율주행차로 제공하는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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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AI, 로봇 기술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기술이 만드는 찬란한 미래 이면에는 불황으로 계약이 홀딩되고 있는 자동화 기업들의 불안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커넥터스는 이러한 이면에 있는 이야기까지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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