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미래생활물류포럼 프리뷰
지난 2월 난데없이 저에게 떨어진 미션.
"스타트업을 취재하라"
"네? 스타트업이요?"
제가 몸 담고 있는 매체인 CLO는 SCL(공급사슬물류) 전문매체입니다.
물류 관점에서 공급사슬 전체를 바라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죠.
쉽게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는 '공급사슬'을 잠시 떼 놓고 말하자면
물류전문매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업계 네트워크도
당연히 물류기업 및 제조, 유통 기업(물류담당)에 치중되어 있었죠.
스타트업이라면... 네 사실 잘 몰랐습니다.
어쨌든 임무가 할당됐으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됐죠!
공문, 취재요청을 업체 하나하나에 대표메일 혹은 전화로 보내면서
"CLO가 뭐하는데냐?"
"우린 물류 잘 모르는데..."
등과 같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CLO는 지금껏 물류라는 테두리 안에서 활동했었고,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상당히 부족했죠.
저희가 접근한 스타트업들은 '물류'라는 관점에서 연결성은 찾을 수 있었지만
사실 물류를 업으로 하는 업체들은 절대 아니였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잠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물류스타트업은 사실 저희 CLO 편집국 내부에서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이 용어를 만들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단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에서 소위 말하는 '간지'가 나지 않았고요. 결정적으로 저희가 소개하는 스타트업들의 대부분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류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왜 물류를 다뤘던 매체 CLO가 뜬금없이 스타트업 이야기를 했을까요? 배달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륜차(플랫폼) 인프라를 기반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관측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저는 지난2월부터 지금까지 30여개의 IT, 유통, 물류 분야 스타트업 대표님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는 직접적으로 물류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IT, 유통 분야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제가 대표님들과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물류와 스타트업의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다섯 분이에요! 저희가 바로 내일 개최하는 '제 3회 미래생활물류포럼'에 연사로 참여해주시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입니다.
김대현 대표님과의 첫 통화는 꽤나 신박했습니다. 대표전화로 전화를 거니 진짜 대표님이 받으시더군요...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꽤나 많다는 것을 안 것은 그 이후였지만요.
당시(5월) 취재 요청 메일의 일부와 답변을 인용합니다.
엄기자 : "현재 셀잇이 제공하고 있는 중고거래 대행은 거래 플랫폼 제공뿐만 아니라, 안전한 배송을 위한 검수, 포장과정을 직접 대행하여 고객에게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고거래는 상품거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물적 이동이 수반(판매자로부터 상품수취, 수령인으로 상품배송 등)되기에 셀잇 또한 그에 따른 보관, 배송 등 물류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대표 : "별도의 광고 및 협찬이 없다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 됩니다. 그 전에도 이런 요청을 받았는데, 어느정도의 광고 및 협찬을 요구 하시더라구요.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 회사가 굉장히 헝그리 해서 여유롭진 않습니다. 대신 이야기는 나름 재미있게 풀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저도 물류, 유통에 아주 큰 관심이 있어서 재미있게 인터뷰 해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셀잇은 지난 13년 서비스를 오픈하고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한 중고 전자제품 매입, 판매 커머스입니다. 지난 5월 8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에 인수되면서 화제가 됐었죠!
뜬금없이 중고판매 플랫폼에 물류가 왠말일까요. 제가 셀잇을 취재한 이유는 셀잇이 '중고나라'와 같은 개방형 플랫폼이 아닌 중고제품을 매입하고 재판매하는 '매입형 중고사업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류는 말 그대로 물(物)의 흐름(流)을 바라보는 학문입니다.
제조, 유통,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화, 혹은 사람의 흐름에 대한 최적화, 효율화를 목표로 하죠!
필연적으로 재고를 보유하는 매입형 커머스(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로켓배송입니다.)는 적정재고 보유 및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판매전략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대표님과는 물류 이야기만 나누지는 않았지만, 꽤나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고제품 파손 방지를 위한 '안심박스'라던가 당일수거를 위해 이륜차 운송 스타트업과 협업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죠!
두번째 소개할 스타트업은 '테라세이버'입니다. 테라세이버는 기업의 체화재고 처리와 관련된 통합 판매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업체입니다. 온오프라인 B2C 재고판매 플랫폼인 '비킨스', B2B 재고거래 중개 플랫폼 '땡비드', ODM 방식을 활용한 개방형 PB 'BKNS'를 운영하고 있죠.
테라세이버 김호민 대표님은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재고'판매 플랫폼에 꽂혀서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었죠!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물류에서 '재고'란 놈 만큼 중요한 녀석이 없습니다.
수요의 변동에 따라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서 기업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재고를 가지고 갑니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재고는 곧 창고에 쌓이고 이것은 지속적인 유지비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죠.
즉, 쓸데없는 비용을 낭비하기 위해서는 적정선에 재고를 보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재고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속에서 소비되는데요. 백화점 세일기간에 판매되는 품목들, 그리고 동네거리를 지나면서 꽤나 자주 보이는 '땡처리'판매 팝업스토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명품 브랜드 같은 경우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재고를 소각해버리기도 하니... 그런 재고품, 특히 팔리지 않고 남겨진 체화재고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물류관리자에게 주어진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됩니다.
테라세이버는 그러한 체화재고 문제를 세련된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IT, 유통 스타트업이죠!
제가 처음 배민프레시(당시엔 덤엔더머스였습니다.)를 만난 것은 지난 4월이었습니다. 당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 빠져 여러 업체를 조사하던 중 연락을 통해 만나게 됐던 업체였죠. 당시 제가 인터뷰했던 분은 조성우 대표님(사진)이 아닌 이진호 부사장님이었습니다.
덤앤더머스는 스타트업이면서 쿠팡과 같이 직접배송 모델을 운용하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당시 덤앤더머스는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큐레이션해서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심지어 판매상품 중에는 '우렁각시'라는 사람(청소 서비스)도 있었죠... 그 중에서 신선식품 상품군이 가장 잘 팔렸죠! 때문에 인터뷰 중에도 신선식품의 공급망물류 서비스인 '콜드체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 포함됐는데요.
이런 기세를 몰아 인터뷰 단 몇주뒤 덤앤더머스는 우아한형제들에 인수됩니다. 사명도 신선식품 판매와 배달의민족을 합친 배민프레시로 바꼈습니다.
배민프레시는 그 업을 굳이 따지자면 '커머스' 군에 속합니다. 그러나 배민프레시가 강조하는 '새벽배송'을 위해서는 택배망이 아닌 직접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됐는데, 그것을 위해서 물류가 사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인터뷰 당시 이진호 부사장님은 "우아한형제들에게 받는 투자금을 플랫폼과 물류 분야에 고루 활용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마치 쿠팡처럼요.
그리고 현재. 베민프레시는 우아한형제들 그룹 안에서 직접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두 개의 기업 중 하나로 우아한형제들의 푸드테크 행보의 한축을 담당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짐카는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디맨드 이사 서비스입니다. 1인 가구를 위한 셀프 포장이사 서비스로 1인 가구 이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중이죠. 짐카의 서비스에는 이사를 도와주는 '짐맨', 이사 차량인 '짐카', 이밖에 이사에 필요한 박스와 부자재가 포함된 '짐박스'가 포함됩니다.
'온디맨드 이사 서비스'에 물류가 왠 말이냐... 라고 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짐카만큼 야생의 물류와 가까운 서비스 또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옛날집에서 새로운 집으로 집 안에 있는 여러가지 재화를 이동시켜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그 동안 이러한 소규모 이사는 대부분 '용달업체'들이 맡아 왔는데요. 짐카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아닌 이미 존재했던 '용달화물업'을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든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짐카에서 강조하는 것은 친절함, 표준화된 운임, 불편함의 제거인데요. 근래 주문량 폭주로 인해 '짐맨'이 부족하여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으기도 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레코벨은 IT업체입니다.
제대로 IT업체입니다.
이것은 도무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레코벨은 국내최대 스타트업 연맹인 옐로모바일의 광고부문을 맡고 있는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 소속의 기업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죠.
이게 무엇이냐.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는 과정 속에서 구매상품, 장바구니 등록 상품, 클릭스트림 데이터 등 수도 없이 많은 데이터가 모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사람들의 개인 성향을 반영할 수 있죠.
레코벨은 커머스에 방문하는 수없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인화 광고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고객 취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거부감이 덜 하겠죠?
가령 제가 티켓몬스터에서 4일 한정판매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 판매종료 4시간 전에 추천 팝업이 뜨거나 하는 형식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물류랑 상관없는 데이터 기반 광고 서비스이긴 한데요..
이러한 커머스 데이터는 물류업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당시 레코벨 박성혁 대표님의 말을 인용합니다.
커머스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IT도 중요하지만 '물류' 또한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해외에서 잘 팔릴 상품을 준비하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예측할 수 있습니다. 레코벨이 지금도 잘하는 부분이죠. 이러한 것들이 수요예측, 재고보유 등 물류사업에 대한 선행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송, 통관과 같은 부분도 데이터 이슈가 존재하고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은 장차 솔루션을 구축한다면 물류업계에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LO가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저희들은 한 가지 '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흐름'이라는 연결성을 통해 스타트업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IT, 유통 스타트업들이 CLO에 소개되는 이유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많은 대표님들이 "물류는 잘 모르지만..." 이라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전 그럴 때 대부분 "물류 이야기 안하셔도 좋습니다. 가장 잘 아시고 자신 있는 이야기를 해주세요"라고 답변을 하죠.
공급사슬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물류는 존재합니다.
IT는 물류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물류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선행하는 지표를 만들기도 합니다.
온라인커머스는 필연적으로 물류가 포함되는 비즈니스입니다. 택배로 아웃소싱을 하든, 직접배송을 하든 물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품을 매입하고 판매한다면 재고관리 이슈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겠죠.
한창 뜬다는 핀테크도 결제 이후에는 결국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투자 관점에서 물류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 한창 뜬다는 물류창고 부동산 리츠(REITs)가 대표적이죠.
CLO가 물류 매체가 아닌 SCL(Supply Chain Logistics) 매체인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청해 듣고 싶습니다.
혹 조금이라도 '물류'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설명한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행사 제3회 미래생활물류포럼이 바로 내일! 열립니다.
물류업계 뿐만 아니라 IT, 유통, 스타트업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저희를 찾아주시길 희망합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