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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22. 2016

[실험]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

불법과 탈법의 경계에서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여 퀵배송을 주문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왜 얼핏 보면 퀵서비스에 비해 큰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카카오택시를 ‘배송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까.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두 개의 퀵서비스(퀵사, 스타트업)와 카카오택시를 통한 퀵배송을 실험하고, 그 장단점과 시사점을 분석해봤다.


신입기자 엄지용. 오늘도 눈칫밥을 먹으며 열심히 일을 하던 중 갑작스레 편집장이 엄기자를 호출했다. 지난주 콘텐츠 제휴 계약을 체결한 한 업체에서 급하게 서류 요청이 들어왔다는 전언이다. 엄기자에게는 해당 서류를 1시간 안에 거래처로 보내야 하는 임무가 떨어졌다. 엄기자의 사무실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다. 제휴업체의 위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이다. 사무실에서 제휴업체까지의 거리는 9km. 네이버 지도를 펼쳐놓고 예상시간을 검색해보니, 거래처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6분이 걸린다고 한다. 엄기자는 과연 1시간 안에 서류를 전달할 수 있을까.


◈ 다음 3개의 가상 시나리오는 실제 배송실험을 통해 얻은 수치자료를 통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해당 업체는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 그 집단의 모든 업체를 대표할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1시간 배송 시나리오① 빠른 배송은 역시 퀵서비스!


엄기자의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역시 퀵서비스다. 당장 네이버의 초록포탈을 열고 ‘퀵서비스’를 검색했다. 사이트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일일이 가격을 비교할 여유는 없다. 아무 사이트에 일단 들어가서 홈페이지 메인에 보이는 대표번호로 전화했다.


퀵 비용은 9000원. 카드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부가세 10%가 별도 추가되어 9900원의 요금이 부가된다. 오전에 비가 내려서 배차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콜센터 직원의 안내멘트가 불안하게 들려온다. 카드결제를 한다고 하니, 기사님이 단말기를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고 한다. 침착하게 카드번호와 영수증을 받을 이메일 주소를 전달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 31분. 드디어 기사님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급한 마음에 서류를 맡기고, 빠른 배송을 부탁한다고 재차 말했다. 퀵기사님을 보내니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링크를 누르면 배송기사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링크를 누르니 ‘해당 오더에 배차된 기사님은 단말기 사정으로 위치관제가 불가능하여, 위치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간은 또 다시 흘러 오후 3시 2분이다. 이미 약속했던 배송시간 1시간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 때 엄기자의 전화벨이 울린다. 제휴업체 담당자다. 방금 서류를 전달 받았다고 한다. 주문부터 픽업, 도착까지 걸린 총시간은 1시간 2분. 긴급배송이 아닌 일반배송을 요청했던 것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1시간 배송 시나리오② 모바일로 퀵을 주문할 수 있다면


엄기자는 얼마 전 기사를 보고 다운받았던 모바일 퀵 어플리케이션을 떠올렸다. 이제야 써볼 수 있겠구나. 환희가 밀려온다.


모바일로 재빠르게 발송주소와 목적지 주소를 입력했다. 자동으로 요금 안내가 뜬다. 요금은 1만원이다. 현금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모바일에서 현금, 신용카드 결제가 선택 가능한 것이 보인다.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하고 주문완료를 눌렀다. 주문완료 후 대략 10초 후 엄기자의 전화벨이 울렸다. 콜센터 직원은 엄기자에게 신용카드 결제를 할 경우 10%의 부가세가 추가되고,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모바일 주문 후 15초 안에 배차가 완료됐고, 배송을 맡은 기사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모바일 화면상에 나타났다. 주문시간은 오후 2시 14분. 중간에 엄기자가 모바일 주문창에 주소를 잘못 입력하여 퀵기사가 봉천동 내 다른 장소에 먼저 방문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퀵기사는 오후 2시 26분 사무실에 도착했다.


시간은 흘러 오후 2시 54분. 엄기자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서류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다. 제휴업체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알람이 울린 그 시간에 서류를 받았다고 한다. 주문부터 픽업, 도착까지 걸린 총 시간은 40분.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1시간 배송 시나리오③ 카카오택시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평소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기사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알고 있던 엄기자는 한 번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과연 카카오택시에 사람이 타는 것이 아닌, 화물만 올려서 배송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혹여 기사님이 화물을 옮기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떻게 할까하는 두려움도 존재했지만, 기사님의 신원과 연락처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카카오택시를 믿었다. 시간은 오후 2시 46분.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자, 몇 분 안에 기사님이 도착했다.


엄기자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까지 사람이 타지 않고, 서류 운송만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택시기사가 적잖이 당황한다. 택시기사는 “화물운송이 안 될 것은 없는데 손님이 저를 믿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엄기자는 “카카오택시 어플에 기사님의 성함, 이름이 전부 나오는데 못 믿을 것이 무엇이겠냐”며 “해당 장소로 이동하여 서류봉투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주면 담당자가 내려와서 서류를 받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엄기자는 네이버지도 어플을 통해 해당 지역까지 택시비가 대략적으로 얼마 나올지 예상(예상금액 : 10900원)하고 여기에 1000원을 올려 12000원을 카드결제할 수 있냐고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택시기사는 호기롭게 승낙했다. 카카오택시는 그렇게 승객이 없는 빈 차를 이끌고 유유히 떠나갔다. 

사진= 화물을 실은 카카오택시 탑승안내 메시지와 목적지 도착 후 나타나는 기사평가 팝업


서류를 받을 담당자에게는 도착지에서 택시기사에게 연락이 오면 서류를 받으러 내려가 달라는 이야기를 사전에 전했다. 오후 3시 21분, 카카오택시 어플에 기사평가를 요청하는 알림이 뜨면서 택시기사의 도착을 알렸다. 오후 3시 27분, 제휴업체 담당자로부터 무사히 서류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주문부터 제휴업체 담당자가 서류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41분. 성공이다.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


왜 기자는 위와 같은 실험을 했을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복수의 카카오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통해 카카오택시를 통한 운송이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한 경험이 있는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단거리 운송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기사 입장에서 손님이 많지 않은 유휴시간에 화물운송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본점과 10여분 거리의 분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 한 관계자는 “식자재를 전날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어서 분점의 식자재가 떨어질 경우 콜택시를 통해 본점의 재료를 운반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카카오택시를 통해 운송 서비스를 이용한 이들은 ‘퀵서비스’가 아닌 ‘카카오택시’를 운송수단으로 활용했을까. 무엇인가 카카오택시가 퀵서비스에 비해 갖는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위 실험은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운송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퀵서비스보다 빠르고 저렴할까’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진행된 실험이다. 


실험 결과 동일구간(서울 관악구 봉천동 ~ 서울 금천구 가산동) 카카오택시의 운송요금은 11000~12000원으로 동일구간 퀵서비스 요금인 9000~11000원에 비해 다소 비싼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카카오택시의 동일구간 운송 리드타임은 약 40분으로, 퀵서비스(35분 ~ 1시간)에 비해 약간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굳이 ‘불법’을 감수하고 카카오택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할 이유가 없다. 1000원의 요금차이, 20분의 속도 차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퀵서비스에 들어가는 ‘추가요금’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퀵서비스는 ‘일반배송’과 ‘긴급배송’으로 나뉜다. 일반배송은 퀵라이더가 같은 구간 내의 여러 화주의 주문을 모아서 배송하는 것을 의미한다.(퀵라이더에게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다.) 때문에 일반배송은 긴급배송에 비해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긴급배송 같은 경우 기사들이 한 화주의 주문을 곧바로 목적지로 배송하는 것으로, 일반배송보다 속도가 빠르지만 퀵사가 규정하는 추가요금이 부가된다. 앞서 기자가 실험한 두 번의 퀵서비스 배송은 두 건 모두 1시간 내 배송을 완수했지만, 실제로는 픽업시간을 포함하여 2시간까지 배송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카카오택시를 통한 화물운송은 ‘합배송’의 개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퀵서비스의 ‘긴급배송’의 프로세스와 동일하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택시는 퀵서비스에서 특수상황시 부가하는 우천시 추가요금(3000~5000원), 야간 추가요금(3000~5000원), 중량화물 추가요금 등 추가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위 실험에서 기자는 사무실에 온 두 명의 퀵라이더에게 3개의 박스를 추가해서 옮겨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었다. 두 명의 퀵라이더는 모두 “한 개의 박스를 추가하면 5000원의 추가요금이 든다”며 “2개 이상의 박스 추가운송은 박스 무게를 고려해봤을 때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사진= 사무실에 방문한 두 명의 퀵라이더에게 추가배송 요청한 박스들. 각각의 박스는 CLO 잡지로 가득 차 있어서 매우 무겁다.


결국 카카오택시는 ‘중량화물’, 혹은 ‘부피가 큰 화물’을 운송할 때 용달차(같은 구간에서 4~5만원의 비용이 소모된다.)와 같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단거리 운송의 경우 택시의 기본요금은 3000원(서울시 기준)이기 때문에 퀵서비스(평균 7000원, 업체마다 다름)에 비해 반 이상 저렴하기도 하다. 


탈법과 불법의 경계 속에서


어찌됐든 카카오택시를 통한 운송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적발할 수 있는 수단은 부족하다. 특별히 악의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면 배송을 의뢰한 고객이 기사를 신고할 리 없으며, 기사 본인이 본인을 신고하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현행 자가용 용달차를 ‘경쟁업주’나 ‘차주’가 신고하는 방식처럼 다른 ‘택시기사’가 운송현장을 신고할 수 있는 가능성만 제기될 뿐이다.


지난해 1월 서울시가 우버 콜택시를 불법 영업으로 간주하고 최대 1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준다고 공고한 적이 있다. 이후 서울시는 포상금 공고 한 달 만에 280여 건의 신고를 받았다. 이와 같이 정부가 직접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카카오택시의 운송행위를 막을 방법은 요원하다.


현재 카카오택시 등 택시를 통한 운송시장은 그 규모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지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분명 불법이지만, 불법이 적발되는 것은 어려운 탈법의 경계 사이에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과거 포상금을 통해 우버의 확산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전부터 강남 유흥가에서 돌아다니는 ‘나라시 택시’를 솎아내지는 못했다. 어찌됐든 카카오택시를 통한 운송시장의 니즈는 존재한다. 이 또한 산업간 경계가 해체되고 있는 현상을 반증한다. 이제 기존 경계를 명확히 지키거나, 혹은 새로운 시장의 변화를 포괄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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