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류를 하지만 물류를 하는 것은 아니야
쿠팡이 오늘(11월 3일) 2015년 하반기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처음 보도자료로 전달 받았을 때는 '쿠팡 제2차 물류사업계획'과 관련된 발표가 주제였는데,
간담회장에 와보니 '쿠팡이 준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으로 주제가 바뀌어있더군요.
쿠팡 김범석 대표도 발표를 시작하면서 "오늘 이 자리는 2016년부터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라 운을 띄웠습니다. 물류 이야기는 없었죠.
발표내용을 들어보니 주제가 왜 바뀌었는지 대충 알것 같더군요.
거두절미하고 쿠팡 김범석 대표의 발표, 핵심만 요약해 보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쿠팡맨 고용을 3500명까지 늘렸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쿠팡맨은 평균 연봉 4000만원 이상의 양질의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다. 2016년에는 쿠팡맨 고용을 만 명까지 늘릴것이고, 2017년에는 15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다. 즉 2017년까지 총 4만여 명의 쿠팡맨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상반기 기자간담회에서 막 짓기 시작한 물류센터 사진을 공개했다. 제1 신축물류센터는 현재 거의 완공됐다. 제2 신축물류센터는 내년초 완공 예정이다. 이어 2016년 18개, 2017년 21개까지 전국주요 거점으로 물류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다. 21개 물류센터가 완공될 경우 총면적은 축구장 110개 규모에 해당한다. 물류센터 설립에 따라 많은 인력이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근무를 하게 되며, 고용창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헨리로(Henry Low) 수석부사장(전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을 소개한다. 헨리로 수석부사장은 물류사업 및 고객서비스를 담당한다. 쿠팡의 서비스는 기술(Tech), 배송기사(Coupangman), 주문처리(Fulfillment), 고객서비스(CS)가 결합된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다.
우리는 로켓배송 사업의 확장을 위한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17년까지 1조 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많을 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고객의 주문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다. 고객경험의 혁명은 자연스럽게 고객충성도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쿠팡의 성장을 이끌고 또 다시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다. 로켓배송의 최종목표는 무엇이냐? 우리는 고객만 바라보고 뛴다. 고객이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로켓배송이 바라보는 최종목표다.
쿠팡 김범석 대표의 오늘 발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용창출'입니다.
지역별 물류센터 설립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김범석 대표는 발표 초미에 국내 30대 대기업의 고용규모를 언급하면서 "만약 쿠팡이 30대 대기업에 들어가있었다면 현재 쿠팡의 고용규모(쿠팡맨 3500명 기준)는 국내 3위(1위 현대자동차(5479), 2위 신세계(3617))에 해당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응? 뭔가 공무원 냄새가 나는데...
고용창출과 지역활성화는 현 정부의 중요 기조 중 하나입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투자를 통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합니다.
때문에 쿠팡은 '여전히' 많은 돈을 쓸 것입니다. 아니요. '더' 많은 돈을 쓰겠죠.
그렇다면 왜 돈을 쓰는가?
고객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발표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고객'입니다.
때문에 로켓배송은 물류가 아닙니다. 고객의 구매부터 전달까지 모든 상황을 처리해 주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죠.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루면
누구도 쉽게 쿠팡을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쿠팡 이야기는 이쯤하고요.
쿠팡의 '물류'를 바라보는 업계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업계에서 쿠팡의 물류를 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국내 물류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쿠팡은 근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불러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견도 있고요.
그것보다는 사실 쿠팡이 물류에 지금처럼 돈을 퍼붓는다면 결국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일반적인 택배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차량 적재율을 높이고 배송 커버리지를 줄이는 비용감축 전략을 사용하는 반면 쿠팡은 정반대거든요.
심지어 쿠팡 물류관련 한 내부 관계자도 "이것처럼 물류운영하면 망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국내 한 택배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쿠팡의 서비스? 혁신적이고 좋죠. 고객반응은 끝내주고요. 그런데 이것을 전국단위의 물류로 확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쿠팡 차량의 적재율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쿠팡맨들의 배송 커버리지는 동 단위로 물량을 분배하는 택배업체에 비해 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재율은 상당히 낮죠. 사입 물량을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때문에 쿠팡의 물류는 물류의 기본개념인 비용감축을 무시한 돈을 쓰는 물류입니다. 돈을 계속 쓰다 언젠가 총알이 떨어지면 결국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겠죠. 그 때가 로켓배송이 흔들리는 시점이 될 것입니다.
앞서 비용감축이 전통적인 물류업체의 이야기라면, 이것은 쿠팡의 경쟁사인 온라인커머스의 이야기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품목은 생활, 유아동, 식품 등 일부품목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상품들은 택배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으로 처리하죠.
재밌는 것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로켓배송 품목에 대한 경쟁 커머스사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게 올해 초인데요. 당시에 관련해서 기사를 쓴 것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부분은 해당 기사를 인용합니다.
그렇다면 쿠팡이‘직접배송’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 비밀이 쿠팡의‘로켓배송’품목에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쿠팡은 뷰티, 출산, 유아동 용품, 식품, 주방, 생활용품, 가구, 홈데코, 도서, 문구, 취미, 반려, 애완용품으로 로켓배송 품목을 한정하고 있다. 이 품목들은 대부분 ‘반복구매 상품’이면서 ‘품질 차별화가 어려운 생활용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제품을 구매할 때‘품질’보다는‘가격’에 집중하여 구매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품목들을‘로스리더(Loss Leader) ’라 칭하는데, 이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는 최대유인이 되는 품목을 말한다. 대개 이런 품목들은 소비자 구매량이 일정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한번 유인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한번 싸다는 것을 인식하면 쉽게 거래업체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쿠팡은 로켓배송 품목에 대한 점유율 변동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오늘 김범석 대표의 발표는 이런 부분에 꽤나 신뢰를 부여해줬다고 봅니다.
오늘 발표에서 언급된 '로켓배송을 통해 구축할 선순환 구조'가
고객경험 혁명 -> 고객충성도 증가 -> 쿠팡의 성장 -> 다시 로켓배송 투자
이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쿠팡 물류팀의 KPI는 여타 물류업체와는 달라야됩니다.
대부분의 물류부서는 KPI로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가'를 보는데요.
쿠팡 물류팀 또한 '비용감축'을 KPI로 본다면 당연히 그 부서는 없어져야 마땅한 부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고객을 얼마나 획득하였는가'라는 새로운 지표를 KPI로 설정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쿠팡 김범석 대표에게 물류팀의 KPI를 묻는 질문을 했지만 "KPI는 중요한 기업 내부자료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사실 쿠팡의 이야기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로켓배송 실시 이후 수많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쿠팡에 투자한 세쿼이아 캐피탈, 블랙록, 소프트뱅크는 한결같이 쿠팡의 '로켓배송'을 투자의 이유로 언급했습니다.
지난 6월 김철균 쿠팡 부사장은 SBS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쿠팡의 투자유치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물류를 바탕으로 하는 상거래 회사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그와 같은 모델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쿠팡의 경우에는 아마존조차 없는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쿠팡맨이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고, 또 저희 기술 인력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라던지 상해, 시애틀 등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한 시각과 더불어 거래의 80%를 모바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모바일 혁명에 대한 비전 등을 본 것 같습니다.
결국 쿠팡의 물류, 로켓배송은 쿠팡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무기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저는 쿠팡 김범석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엄기자 : 업계에서 쿠팡의 물류를 바라보는 '비용감축', '마케팅', '투자유치' 관점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 중 쿠팡이 바라보는 '물류'란 대체 무엇인가요?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인가요? 혹은 다른 그 무엇이 있는 것인가요?
김대표 : 쿠팡의 로켓배송은 택배를 하려고 도전을 한 것이 아닙니다. 물류를 하려고 도전을 한 것 또한 아닙니다. 커머스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한층 진화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로켓배송은 그저 '서비스'입니다.
글의 시작 부분에
처음 보도자료로 전달 받았을 때 받았던 발표제목이 '쿠팡 제2차 물류 사업계획'에서 '쿠팡이 준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쿠팡은 배송기사(쿠팡맨) 고용, 물류센터(물류인프라) 확보 등 물류분야에 대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물류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류를 하지만 물류를 하고 있지않다고 주장하는 쿠팡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힌트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관통하는 김범석 대표의 이야기 속에 숨어있습니다.
현재 쿠팡은 택배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소송전'에 들어갔습니다.
업계 한켠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 법(가칭)'의 입법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 앞서 언급한 '소송전'이라는 표현에 대한 쿠팡 김철균 부사장님의 의견을 참조합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보도자료에 기반한 정확한 표현은 "한국통합물류협회(회장 박재억)는 화물운송시장 내 공정한 경쟁을 위해 10월 13일 쿠팡을 상대로 ‘로켓배송’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한 행위금지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입니다. 이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정부와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이 때.
쿠팡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을 강조했습니다.
굳이 쿠팡 김철균 부사장의 출신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