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파는 물류기업이 세계를 바라본다면
메쉬코리아는 ‘라스트마일 물류’ 분야에서 확실히 뜨거운 기업입니다.
누적투자유치 230억원으로 ‘물류’를 내세운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며, CJ대한통운, 신세계, 롯데마트, 이베이, 풀무원, BGF리테일 등 많은 대기업들과 서비스를 제휴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100명 이상의 직원 중 개발자가 절반일 정도로 이쪽 업계에서 가장 IT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투자유치는 많이 받았는데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혹은 “대기업과 제휴 사례를 많이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합니다.
메쉬코리아는 대체 무엇을 하는 기업일까요? 지난해 초 메쉬코리아를 처음 취재한 뒤, 1년만에 메쉬코리아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메쉬코리아의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B2B 물류 서비스 ‘메쉬프라임’이고 둘은 B2C 음식배달 서비스 ‘부탁해’입니다. 그리고 그 양측 모두를 지원하는 물류 솔루션이자 인프라인 ‘부릉’이 존재합니다.
메쉬프라임은 당일배송 서비스인 ‘N배송’, 실시간 배송 서비스인 ‘R배송’으로 구분됩니다. N배송은 고객 물류센터에서 메쉬코리아의 TC(Transfer Center)로 사륜차로 집하된 화물을 다시 메쉬코리아의 지역별 SS(Service Station)으로 사륜차로 운송한 후, 최종 고객에게 이륜차로 배달해주는 사륜-이륜차 복합운송 방식의 서비스입니다.
R배송은 쉽게 말해 ‘이륜차 직배송’ 방식의 서비스입니다. 고객 주문이 발생한 매장 재고를 확인하여 매장 픽업후 바로 고객에게 배송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고객사로 버거킹, 올가홀푸드(풀무원)가 있으며, 각 매장별 API 연동을 통한 실시간 재고파악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부릉은 메쉬코리아의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와 ‘부릉스테이션’을 포함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부릉스테이션은 메쉬코리아의 아웃소싱 기사들의 쉼터 겸 물류거점으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메쉬코리아는 일부 직영망을 제외하고 전국 배달대행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실제 물류는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아웃소싱 방식으로 물류망을 구축했는데요. ‘부릉스테이션’이란 그 중 일부 배달대행업체와 협의를 통해 ‘부릉’ 간판을 다는 등 새로운 거점을 공동 구축한 것입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여개의 부릉스테이션을 구축했다는 설명입니다.
메쉬코리아는 설립 초기부터 IT 역량을 부단히 강조한 기업입니다.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인 ‘개발인력’의 비중 또한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높은 편입니다. 물론 단순히 사람이 많은 것을 기업의 IT 경쟁력으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에는 메쉬코리아 외에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라스트마일 물류 영역에 공급하는 업체들이 부단히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메쉬코리아는 최근 그 성과를 ‘솔루션 판매사업’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영 및 협력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수준 이상으로 여러 대기업 및 해외기업과의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 7월 31일, 신세계에 TMS 엔진(부릉엔진) 납품을 완료했습니다. 이어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온라인 식료품 판매업체인 ‘어니스트비’에 신세계에 납품했던 TMS와 동일한 ‘부릉엔진’을 공급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위 건들은 모두 유료 계약으로 메쉬코리아의 수익모델중 하나가 됩니다.
실제 메쉬코리아의 솔루션 판매사업 매출 비중은 B2B 물류서비스인 메쉬프라임의 바로 뒤를 잇고 있으며, B2C 배달서비스인 ‘부탁해’에 비해서는 오히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메쉬코리아의 솔루션을 구매하고 있는 것일까요? 메쉬코리아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뜻일까요? 학계, 업계에서 풀 수 없는 문제라 이야기했던 라스트마일 물류의 대표적인 문제인 ‘TSP(Traveling Salesman Problem)’를 해결했다는 뜻일까요?
TSP(Traveling Salesman Problem)’는 ‘최종연계배송’ 솔루션에 관한 대표적인 문제이다. “방문판매자가 집을 나서서 주어진 도시를 모두 방문하고 귀가하여야 한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모든 도시를 한 번씩 방문할 수 있는 경로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인데, 이는 수학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로 구분된다. 단 10개의 도시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의 수를 구하더라도 10!, 즉 362만 8800개의 변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도시의 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문제의 크기는 지수적(exponential)으로 증가하게 된다.
많은 물류업계 관계자들이 시스템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스템’만으로는 오프라인 노하우가 풍부한 업체 및 관제사의 노하우를 아직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사실 메쉬코리아도 완전한 자동화는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지역별로 배송 노하우가 풍부한 ‘대장기사’를 배차하여 수동배차권을 주고, 자동 혼합배차를 사용하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방식입니다.
TMS 솔루션에도 메쉬코리아의 이러한 인식은 녹아들어있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메쉬코리아가 처음 TMS 솔루션을 배송기사들에게 공급하고 3~6개월 정도 지나고 보니 기사들이 그것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가령 어린이 보호구역 운전을 기피한다거나, 교통단속이 심한 구역을 피해 간다거나 하는 특성이 대표적이었죠. 메쉬코리아는 이런 기사들의 여러 패턴들을 추출하여 엔진이 자가 학습(Machine Learning)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메쉬코리아 솔루션이 가진 특장점이라 설명합니다.
업계 한 편에서는 메쉬코리아가 현재 부릉 오프라인 인프라(부릉스테이션)를 구축하고 신규 업체를 영업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지적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새롭게 인프라를 넓히고, 통일된 브랜드를 위해 장비를 공급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돈’이 따릅니다. 수많은 업체들이 물류를 한다고 들어오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물류는 ‘돈’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메쉬코리아 솔루션 판매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 존재합니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여전히 해외시장 물류 인프라 개척에 수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를 통해 물류투자에 필요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쉬코리아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기에 어느 쪽에서 얼마나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물류에서 돈을 쏟아 붓는 상황이라면 ‘솔루션 판매사업’,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 대한 라스트마일 물류 솔루션 공급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메쉬코리아의 솔루션 공급이 끝난 업체는 ‘신세계’와 ‘어니스트비’ 단 두 건에 불과합니다. IT를 사랑하는 물류기업 메쉬코리아. 그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 기업일까요?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 “솔루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에 국내 기술을 알리겠다”고 밝힌 이 시점. 메쉬코리아의 미래는 국내 이륜차 물류에 한정돼 보이지는 않습니다.